“오늘 밤 영화관에 영화보러 갑니다.”

China (Korean) - - 중 - 한이야기 -

글|조용성(한국아주경제신문베이징특파원)

15년 전인 2001년의 한 여름날이었다. 베이징에서 한 중국인친구와 영화관에 놀러가 영화를 보았었다. 간판은 영화관이었지만 좌석이라곤 20여 개 쇼파가 전부였다. 얼핏보니 시간은 많지만 할일이 마땅치 않은 대학생들이 관객의 전부였다. 매캐한 담배연기가 자욱했고, 바닥에는 해바라기씨 껍질이 수북했다. 흐릿한 프 로젝터 영상으로 비교적 작은 화면에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더운 날씨였지만 에어컨도 환풍기도 없었다. 결국필자는 30분을 채 못버티고 밖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답답해하던 나를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던 중국인 친구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 중국인의 눈에는 전혀이상할 게 없는 보통의 영화관 풍경이었다.

당시는 지금 같은 대형 영화관 시설이 많지 않았다. 15년 전 가보았던영화관은 비록 명칭은‘영화관’이었지만 소규모 DVD방에 다름없었다. 당시는 짝퉁 DVD가 중국시장에 범람하던 때였다. 어제 할리우드에서 개봉된영화가 오늘 중국어 자막이 입혀져 길거리 좌판에서 DVD로 유통되는 식이었다. 가격은 당시 한장당 2 위안(약350원)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저렴했다. 집집마다 DVD기기가있었고, 불법 짝퉁 DVD 덕에 중국인들은 그야말로 적은 비용으로 스스로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2005년 상하이에 출장을 갔을 때신톈디(新天地)의 영화관을 찾았었다.상하이 중심부였는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때까지만하더라도 중국에서는 영화관이 대중화되지 않았다. 영화티켓 가격이 비싼데다, 넘쳐나는 짝퉁 DVD로 인해 궂이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수요는 충족됐었다.

그러던 중국 영화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이다. 소득증가로 인해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국인들이 가정용 DVD에 만족하지 못하고 실감나는 대형 스크린과 막강한 음향효과에 이끌려 영화관을 찾기 시작 했다. 리서치업체 IHS마르키트 집계에따르면 중국 영화관 스크린 수는 2016년 9월 말 기준 3만9194개로 미국의 4만475개에 육박하고 있다. 2016년 스크린 수는 하루 27개 속도로 늘었다.필자가 경험했던‘가짜’영화관이 성업하던 2002년의 스크린수는 1500개였으니, 14년만에 중국의 스크린수는 26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중국의 영화 관객 수는 12억6000만명으로, 중국 인구 14억명의‘1인 영화관람’횟수는 0.9회였다. 입장료 수입도 2005년 20억 위안에서2015년 441억 위안으로 20배 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600편이 넘는 중국 영화가 제작됐고 박스오피스 매출 비중이 60%를 넘어서는 등중국 영화가 주인공 역할을 했다. 중국시장 박스오피스 1위 영화는 올 초 흥행했던‘미인어’이며, 2위는‘착요기’다. 두 작품 모두 중국영화다.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상이다.

중국에는 수많은 쇼핑센터가 성업중이다. 쇼핑센터에는 영화관은 물론놀이방, 레스토랑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하다. 밤이 되면 쇼핑센터에 위치한 영화관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영화관을 찾아 어느 영화를 볼지를 두고‘행복한 격론’을 벌이는 연인들, 편안한 주말을 즐기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중년의 부부들,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관에 놀러온 가족들, 팝콘을 사기 위해 삼삼오오 줄을 서있는 친구들, 그리고 재밋게 영화를 보고 나와 각자의 감흥을 시끄럽게 늘어놓으며 주차장으로향하는 중국인들, 보기만 해도 마음이따뜻해지는 영화관의 풍경이다. 함박웃음의 중국인들은 이렇게 말한다.“오늘밤 영화관에 영화보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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