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계승’...궁중연제작자류빈

China (Korean) - - 사회 문화 -

중국 전통 연(鳶)의 명맥을 이어가고있는 4대 계승자 류빈(劉賓)은 아버지의 간절한 바람을 짊어지고 있다.백년의 역사를 지닌 연의 제작방식을 잇고 발전시키는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25세의 류빈은 가업의 중책을 물려받는 것이썩 달갑지 않았다. 미술 디자인을 전공해놓고 다른 동기들처럼 디자인이나 영상제작·애니메이션 관련 일에 종사하는 것이아니라 수작업으로 연을 만드는 장인이 되어야했기때문이다.

15년간 연제작사업을해온그에게가장큰난관은‘속세의편견’이었다.많은사람들의눈에비친연은그저아이들이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불과했다.“요즘 사람들은밥을 먹거나 할리우드의 3D 블록버스터를 보는 데는 기꺼이 200위안(약 3만원)을쓰지만 연에는 그 만큼의 돈을 쓰지 않는다.”이 같은‘편견’을 없애기 위해 류빈은할수있는모든노력을쏟아붓고있다.

글|위안취안(袁全) 수대를이어온‘연사랑’

류빈의 증조부는 청(淸) 말기 자금성(紫禁城)에서 채찰(彩紮)을 하던 장인으로황실의등롱과부채,연등을제작했다.이중에서 증조부는 특히 연 만들기를 좋아했으며, 궁중 연을 만드는 데 탁월한 실력을자랑했다.

류빈의 조부와 부친은 선대의 연 제작기법을 계승했다. 2003년 류빈은 조부, 부친과 함께 가족 연 브랜드‘산스자이(三石齋)’를 만들었다.‘산스자이’에는 조손(祖孫) 3대를 초석으로 베이징 궁중 연 제작기법을 반석처럼 단단히 발전시켜 나간다는뜻이담겨있다.

베이징 연의 대표적 유파(流派)인 산스자이 연은‘정(精)·세(細)·아(雅)’를설계 이념으로 강조하며 지난 백 년간 그맥을 이어오고 있다.‘정·세·아’는 류빈의 조부 류후이런(劉匯仁)이 제작한 연의주요특징을반영한다.

‘정’은 재료 선정의 엄격함을 말한다.먼저 연에 사용되는 모든 맹종죽(竹)은 어두운 곳에서 3년간 말린 뒤에야 사용할 수있다. 또한 견(絹)은 남부지역에서 생산된 비단을 사용해야 하고, 색 또한 전통에 맞게배치해야한다.

‘세’는 공예에 대한 연구를 가리킨다.전통적 제작 공정을 엄격하게 따르고 공예미(工藝美)를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아’는 화면의 청아함·정갈함과함께 문화적으로도 풍부한 함의를 담아야하며, 도안 설계에 있어서도 빈틈 없이 신중해야 함을 뜻한다.“장인 한 사람이 하나의 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안 설계부터완성후연을 날릴 때까지 보통 20여 일의시간이걸린다.”류빈의 말이다.

류빈은유년시절부터조부와함께생활하며 조부의‘연 사랑’을 지켜보았다. 류후이런의 8명의 손자중류빈은연제작에유독 남다른 관심을 보였고, 그런 손자에게할아버지는 특별히 그림과 구조 방면의 능력을심어줌과동시에연제작의모든기법을 가르쳐주었다. 10살이 되던 해, 류빈은자신의 첫 번째‘사옌(沙燕) 연(제비연)’을만들었다. 그것을본류빈의부모는류빈이연설계와제작에남다른영감과소질을갖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를 연 제작기법계승자로키우기로결심했다.

13살 때 류빈은 미술에 입문해 중국

전통미술과 서양미술을 체계적으로 배우기시작했다. 그는 중국 런민(人民)대학교 쉬베이훙(徐悲鴻)미술학원에 입학해 평면미 술을전공했다.

‘연’이가져다준행운

베이징 디안먼(地安門) 거리에 위치한 류빈의 산스자이 연 가게에는 각양각색의 연이 진열되어 있다. 그의 연은 대부분수작업으로 제작된 것으로, 평균 판매가가200위안 이상이며 가장 비싼 것 중에는 1만위안에달하는것도있다.이같은가격에대해류빈은결코‘과장’된것이아니라고말한다.별것아닌수제연처럼보이지만 그 안에는 중국 전통문화와 장인의 지혜가응축되어있다는게그의설명이다.

2005년부터 류빈의 연 사업은 상승가도를 달리기 시작한다. 그 해 베이징올림픽 마스코트가 발표되었는데,‘푸와(福娃)’중 하나인‘니니(妮妮)’의 이미지가바로 산스자이의‘제비연’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제비가 집에 둥지를 틀면 행운이찾아온다는 중국의 민간전설이 떠오르는대목이다.

연은 실제로 류빈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2008년 그의 연 가게 매출액은 10만위안에달했고,그해8월산스자이는연구매를원하던네덜란드왕세자를맞이하기도했다.그즈음몇년간류빈은그야말로중국의문화대사로서해외의각종교류행사에초청되어연제작기법을선보였다.

2011년에는 중앙발레단이 그에게 해외 귀빈에게 선물할 연 제작을 요청했다.중앙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기념하기 위한 연을 제작하기 위해 그는 1년여의 시간을 들여 십여 가지의 도안을 구상했고, 최종적으로‘청화(靑花)발레’가 선택됐다.‘청화발레’는 제비연 모양을 토대로 도안과 채색에 청화자기의 색을 응용한것으로,‘제비’의 꼬리부분은발레무용수가발끝을세우고있는모양을하고있다.

이후 류빈은 다양한 전통문화 요소를 그의 연 작품에 녹여내는 노력을 기울였다. 둔황(敦煌)의‘페이톈(飛天)’·벽 화·목판화를 연에 재현했고, 티베트의 탕카예술도그의소재가되었다.

그는 또 전통공예와 현대기술의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매장에 최신 터치스크린과 3D 프린터·스캐너 등 디지털 기기를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유행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연 도안 제작에 응용하고 있다. 선대가 남긴 작품과 비교하면서 류빈은 한가지 사실을 발견하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전통적 수공예 기술과 현대과학기술의 결합은 매우 훌륭하다. 더욱정교하고 효율적이며 원하는 대로 연을제작할수있게된것이다.”

류빈은그러나 15년 전보다더큰외로움을 느낀다. 한매체는 그를“베이징 최후의수제연장인”이라고소개하기도했다.

실제로 날로 거세지는 도시화 물결 속에서 수제 연 제작기법은 점점 사라지고있는 것이 현실이다.“과거에는 베이징이나 톈진(天津) 주변의 농촌지역을 가면 가가호호 연을 만들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농촌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몰려들면서 연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비용을 낮추기 위해 품질이 떨 어지는 재료와 기계를 사용해 연을 만들고있는 것도 시장의 연 가격을 끌어내리고있다.”류빈의 말이다.

수제 연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갈수록줄어들면서 연의 생산량은 심각한 타격을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류빈은 적시에‘변화’를 모색했다. 연 판매가‘중심’이고 문화 전파는‘보조’적 위치에 놓여있던전략을문화 전파를‘중심’으로, 연판매를‘보조’로수정한것이다.

최근 류빈은 대부분의 시간을 매장에서의 연 제작 강의에 할애하고 있다. 강의를 통해 수입을 높임과 동시에 보다 많은사람에게 연 만들기의 즐거움을 알려줄 수있다는게그의설명이다.

작은 연이지만 그 안에는 심오한 문화가, 그리고 류씨 가문의 꿈이 깃들어 있다. 비록수천미터상공을날수있는것은 아니지만, 산스자이의 연에는 진한 정이 녹아들어 있다.“수제 연 제작의 맥을이어온 지 15년이 되었다. 나는 내 손에쥔 연의 끈을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그에게 있어 수제 연 제작은 목숨만큼 사랑하는일이아닐수없다.

고궁각루앞에서날리는‘제비연’ 사진/류빈

류빈이맹종죽으로연뼈대를만들고있다.사진/자오징(趙晶)

보상화잠자리

청화발레

제비연

금붕어

Newspapers in Korean

Newspapers from China

© PressReade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