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츠훠’들은‘먹방’을 좋아해

China (Korean) - - 중 - 한이야기 -

글|왕위안타오(王元濤)

한국인 유학생 황의성(黃義晟)은 중국어를 배우면서‘츠훠(吃貨, 먹보·식충이)’라는 단어를 정규 논문 중에 사용했던 적이 있다.‘츠훠’가 중성적 단어라고생각했던것이다.나는황의성에게“그러면절대안 된다”고 말해주었다. 십여년전만해도‘츠훠’는 중국에서 아주 나쁜 뜻으로쓰였다. 누군가로부터‘츠훠’라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을 들은 사람은 금새 얼굴을 붉혔다.‘츠훠’, 먹을것만밝히고다른일은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이는 인격에대한매우심각한모욕이기때문이다.

인터넷이 가지는 강력한 전복성(顚覆性)은‘츠훠’,‘댜오쓰(屌絲, 돈도 없고외모도별로이며집안배경도없으며미래도 불투명한 사람)’,‘뉘한쯔(女漢子, 행동이나 성격이 보이시한 여성. 여성을 폄하하는단어로쓰였으나점차부정적의미가 약해지면서 현재는 중성적 의미로 쓰임)’같은 부정적 단어를 부드럽게 만들거나, 혹은 단어에서 부정적 의미를 완전히지워버렸다.

그 중에서도‘츠훠’는 유행어가 되어먹을것만밝힌다는뜻에서지금은무해한자조혹은스스로에대한풍자처럼쓰이고있다.‘사람은 먹는 것을 하늘처럼 여기고, 나는 먹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뜻을 담은 일종의 표현방식으로서 오늘날젊은이의사랑을받고있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스스로를‘츠훠’라고말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츠훠’가 아예없는것은 아니다. 실제로 SNS를 보면한밤중에 먹는 사진을 올리는‘라처우헌(拉仇恨, 중성적 의미의 신조어. 다른 사람들의 불만을 사거나 질투를 유발하는 행위)’이 매우 많다. 일례로, 한국의 유명 심리상담사 전태옥 여사는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 상담실을 개업하면서 자신의 조카에게 비서 자리를 맡겼다. 이 조카는 중 국 첫 방문부터 광둥의 다양한 먹거리에대단한 관심을 보였는데, 식사 전과 식사중, 식사 후까지 틈이 날 때마다 음식 사진을 찍었다. 모두 자신의 SNS에 올리기위함이었다.

한국인들은 먹는 사진을 올리거나 그것을 글로 묘사한다. 그러나 이는 충분치않다. 때문에 한국에서는‘먹방’이라는 말이‘츠훠’라는 단어를 대신해 유행하고 있다.‘먹방’,먹는 것을방송한다는 말이다.먹는것을생방송으로내보내며인기를얻은 BJ 박서연은매일밤 8시 정각식탁앞에 앉아 음식을 먹는 과정을 생방송한다.그녀의 식사량은 놀라울 정도다. 한번에햄버거 20개를 먹어 치우거나 중형 사이즈 피자 2판 혹은 삼겹살 한판에 대자 냉면도 거뜬하다. 먹는 장면만 보여줄 뿐특별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녀는‘먹방’으로 수 만명의 팬을 거느리고 있다.

여기서 오해는 금물! 미녀를 보기 위한 팬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실제 박서연씨의 팬 중 60%가까이가 여성들이다. 때로는전통미디어들도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낸다. 다른사람의 먹는 모습이‘츠훠’에게 무슨 의미가있느냐고 말이다. 이에 전통 미디어는 한가지 조사를 실시했고, 그결과 한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혼자서 밥 먹기를 싫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그녀의 방송을기다렸다가그녀와함께밥을먹는다는것이었다. 또한 그녀의 풍성한 먹거리를 보면서 사람들은 자신도 배가 부른 느낌을받는다고 말했다. 음식은 같이 먹었지만살은 BJ만 찐다는 생각에서‘먹방’을 찾고그것에 대가를 지불하는 여성들이 많다는이야기다.

한국에서‘츠훠’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든다. 음식 값이 싸지 않기 때 문이다. 수박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에서5Kg짜리 수박한통을 사려면 최소 100위안(약 1만6000원) 이상을 써야 한다. 이같은수박가격을 생각하면 필자의 친구인산후이더(單惠德)가 들려준 LG베이징의한국인 동료 이야기가 과장된것같지만은않다. 이 한국인은 어렸을 때부터 한 가지꿈이 있었는데, 바로 수박 한 통을 품에안고 숟가락으로 실컷 퍼먹는 것이란다.이 한국인은 훗날 중국 여행을 하게 됐고,그러면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중국인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꿈꾸던 대로수박을먹고 있던 것이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모든인맥을 동원해 베이징으로의 파견기회를 얻어냈다.

일본인들은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와 <심야식당> 등 몇편 먹을 것과관련한 영화들을 찍었다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이에 대해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드라마 중 먹을 것이 주연이 아닌 드라마가 있던가? 연애하면서 먹고 결혼하면서먹고 헤어지면서도 먹는다. 가족들과 먹고 직장 동료와 먹고, 친구들과 만났을 때도먹는 것은 빠지지 않는다. 90년대 서민의삶을그렸던 <응답하라 1988>을 떠올려보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식탁에서 시작되었던가? 고구마를 먹는 것만으로도 동네의 아줌마들은 하루 종일 신이 나 있었다.‘츠훠’는 역사를 가지고 있고, 한국에서특히 그러하다.

삶은 언제나 고되지만 맛있는 음식은배를 부르게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츠훠’들의 자조는 곧 훌륭한 자아보호가 된다. 그들은“나조차 내가‘츠훠’라고 인정했는데 당신은 아직도‘밥통’이라고 말하기가 꺼려집니까?”라고 반문한다.이점에 있어서는 한국이나 중국이나 마찬가지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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