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대,사막과미래를푸르게만드는삶

China (Korean) - - CONTENTS - 글|왕자인(王佳音)

흰바탕에 녹색 무늬의 티셔츠, 청바지, 남색의 단화......캐주얼한 복장의 권혁대 본부장은 겉모습만으로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지 몇 분도 안 돼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금세 알아차릴 수있었다. 그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사막화 방지’와‘식수조림’이라는 명제는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녹색’과‘환경보호’는 이제그의삶의수칙이 되었다.

2004년부터 매년 그는 중국 쿠부치(庫布其)사막을 수차례 드나들고 있다. 나무를매개로중국과한국청년들사이에서 소통과 가교 역할도 한다. 수천 명의 청년자원봉사자들과는함께그는‘중·한녹색장성(中韓綠色長城)’을 만드는 중이다. 나무에 대한 그의 열정은 주변 사람들까지절로동참하게 만든다. 어느새부터인가그는 사람을 알게되면 그 사람이 이런 활동에함께 참여할 것인지, 아닌지가 새친구를만드는판단기준이되어 버렸다.

한·중수교로시작된중국생활

권 본부장은 교양이 넘치는 가정에서자랐다. 일찌감치 중국을 방문한 경험이있던 외조부는 그가 어릴 적부터 늘‘중국 어를 배워 중국이라는 나라를 둘러보아야한다’고 말씀하셨다.

그의 부친은 양국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바로 중한 수교 협상당시‘베일에 싸였던 인물’이자 초대 주중한국대사를역임한권병현 (사)한중문화청소년협회미래숲 대표다.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어머니께며칠 출장을 가게 됐다고 말씀하신 게 생각나요. 그런데어디로가는지는알려주지않으셨죠. 어머니가 계속 궁금해하셨는데도 아버지는 행선지와 관련해 한 마디 언급이 없으셨어요. 어머니가답답한나머지

‘추운 곳으로 가는지 더운 곳으로 가는지알려줘야 짐을 쌀 것 아니에요’라고 하셨지만아버지는끝까지알려주지 않으셨죠.할 수 없이 어머니는 여행가방에 얇은 옷과 두터운 옷을 모두 챙겼고, 아버지는 가방두 개를 끌고 출장을 가셨어요.”권 본부장이당시를회상하며 말했다.

중한 수교가 이뤄지던 그날, 권 본부장도 학교에서 수교 소식을 전해 들었다.동시에 아버지가 왜 그리 말씀을 아끼셨는지도 단번에 이해가 됐다.“중한 수교는당시 사람들에게 매우 갑작스러운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큰 영향을가져올지는아무도예측하지못한것같아요.”그 뒤 권 본부장은 중국으로 부임하게된 아버지를 따라 가족과 함께처음베이징 땅을 밟았다.“그 전에는 베이징에대해 아는게많지 않았어요. 하지만 밖에서 들었던 것과 가장 달랐던 점은, 베이징이겉보기꽤나자유로워보였다는사실이에요. 지금도그기억이가장 생생해요.”

대학 시절 그는 경영학을 전공했다.한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구가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스스로회사를 차리는 것이 당시 그의 꿈이었다.대학 졸업 후 SK텔레콤에 입사해 근무를하다중국주재원으로 파견됐다.

중국에온그는외조부의당부를떠올 렸다. 베이징대에서중국어를공부하던시기에는모든기회를동원해중국어공부에매진했다. 수업 전에는 열심히 예습을 했고, 방과 후에는 최대한 많은 중국인들과대화하기 위해 애썼다. 지금도 그를 가르쳤던중국어선생님의이름을기억할정도다.“당시 다른 어떤 일보다도 중국어 공부에미친듯이 매달렸어요.”

2년에 걸친 노력 덕에 그의 중국어는탄탄한 기반을 다졌다.그뒤몇년간중국에서 근무하며 중국어 실력은 몰라보게유창해졌다. 말 속에 간간이 베이징 말투까지배어나올 정도였다.

나무로맺은인연

부친인 권병현 미래숲 대표는 2000년퇴임 후 한국으로 돌아와 거의 모든 시간과 힘을 중국 식수조림과 양국 청소년 교류활동에 쏟았다. 2001년 1월 8일 그가설립한‘사단법인 한중문화청소년협회(미래숲)’는 양국 청년들과 함께 사막에 나무를심고교류활동을펼치는 민간단체다.

권병현대표는매년봄이되면환경에관심이 많은 100명 가량의 한국 청년대표들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다. 이들은 사막 식수조림활동을 통해 양국 간 우의와유대를 강화한다. 이제까지 베이징과 네이멍구(內蒙古)는 물론, 산시(陜西)와 간 쑤(甘肅)에도 10곳이 넘는‘중·한 우의림(中韓友誼林)’이 조성됐다.

그는 아버지가 땀을 쏟고있는 식수활동과양국청소년교류를지켜보며많은영향을받았다.당시한국에본부를두고있던미래숲은 중국에 식수활동을 갈 때마다 사전에 많은 준비와 조율 작업을 해야 했다.그과정에서중국에사무처가없어많은불편을 겪었다. 이에 권 본부장은 자신의 사무실 한 켠에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SK텔레콤에서 함께 근무했던 선배를 모셔와 미래숲과 중국 간 조율 작업을 부탁했다. 그도간간이협조업무에참여했다.

권병현 대표는 매년 교류활동을 펼치면서 이 사업이 장기 프로젝트가 되리라직감했다. 또한 보다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활동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중국에파트너가필요하다는사실도 깨달았다. 2006년 미래숲은 하나의 중대한 합작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중국공산주의청년단중앙위원회(공청단), 중화전국청년연합회(중청련)와 함께 네이멍구 어얼둬쓰(鄂爾多斯)시 다라터치(達拉特旗)에 위치한 중국의 8대 사막가운데하나인쿠부치사막에생태녹화 시범림인‘중·한우호녹색장성’을 조성하기로결정한 것이다.

쿠부치 사막은 베이징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 또 황허(黃河)의 동·서·북쪽

삼면과붙어있어모래입자가매우가늘고작다. 매년 봄이 되면이 모래입자가 강력한북서풍을타고모래바람을형성하여베이징과 톈진(天津) 지역을 휩쓴다. 이 때문에쿠부치사막은봄철황사를일으키는주요 발원지로 꼽힌다. 사막의 계속되는동쪽 확장을 막고자 권병현 대표는 각 파트너들과손을잡고쿠부치사막의동쪽에견고하고 모래바람을 잘 막아줄‘녹색 벨트’를 만들기로 했다.

권병현 대표는 현재 한국에서 미래숲본부를맡고있다.자연히중국과의소통업무는권혁대 본부장이 담당하게 됐다. 2006년여러차례협의와노력끝에미래숲과공청단은 합작 협약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양측은사막에건설된왕복2차선도로양쪽으로 18km에서 28km에 이르는 구간에 방풍(防風)·방사(防沙) 역할을하는생태녹화시범림을 조성하기로 했다. 한국측은 자금조달을 맡고, 중국측은 사업의 구체적인 기획·실시·관리를담당하기로했다.

사막에나무를심는다는것은결코쉬운 일이 아니었다. 늘 모래 섞인 바람이강하게불어오는이곳에서과연나무가살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가졌다.합작사업초기미래숲이섭외한한국의여러 전문가들은 사막을 둘러보며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권씨 부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봄마다 네이멍구를 찾는 미래숲의 발길은 단 한 차례도 중단된 적이없었다.

녹색장성의꿈

사막화는‘지구의 암’이라 불린다. 사람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황무지이자척박한 사막 땅에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매년식목일을전후로쿠부치사막에는조금씩푸릇푸릇한곳이생겨나기 시작했다. 대학생자원봉사자들은 녹색 조끼를 입고 손에는삽과 물통을든채흙을 파내려 가기시작했다. 4월이었지만 사막의낮은강렬한땡볕이 내리쬐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묘목을 하나 심고 나면 나무에 자신의 이름을쓴 명패를 걸었다. 사막 한가운데에‘자신의 나무’가 탄생한 셈이다.

그렇게 16년이 흘렀다. 권병현 대표와여러자원봉사자들이쿠부치사막동쪽에손수심은 묘목들은 이제그뿌리를굳건히 내리고 무성하게 자라났다. 그 모습은 마치‘녹색 장병’들이 쿠부치 사막의동쪽 대문을 지키고 있는 것같다. 이토록놀라운성과를낼것이라고누구도예측하지 못했다.

2006년 미래숲이 공청단, 네이멍구다라터치인민정부와 함께 쿠부치 사막을남북으로 16km 가로지르는 방사림(防沙林)을 조성하는‘중·한 우호 녹색장성’프로젝트에 합의한 이래, 11년간 중국과한국의 자원봉사자들은 이곳에 포플러,사류(沙柳) 등 사막에서 잘 자라는 나무약 84만 그루를 심었다. 그 면적만 무려2700ha에 이른다. 권 본부장은 구글맵으로미래숲이만들고있는녹색장성을보여주었다. 황토빛 사막 군데군데 뚜렷한‘녹색 벨트’가 생겨나고 있었다. 그는 지도에서빨간색과파란색구간으로표시된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곳은 예전에 황사가 심해 현지 주민들이 떠날 수밖에 없었던 지역이에요. 저희가 이곳에 들어가 나무를 심고 풍식을 막기 시작하니까 사막화때문에떠나갔던사람들이돌아와지금10여 가구가이곳에살고 있답니다.”

현재 미래숲의 연간 식수활동은 한국정부와기업들의많은관심과지원도받고있다. 봄에 떠나는 대학생 녹색봉사단 활동은 양국 공공외교사업의 하나로 지정되기도 했다. 권 본부장은“지금은 대학생뿐아니라 정부나 기업 등 각계에서 온 인사들까지 쿠부치 사막 식수활동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고 귀띔했다.

이런 미래숲의 노력에 한국의 젊은이들도 적극 동참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미래숲 자원봉사자 신청자 수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산으로 둘러싸인한국에서살아온대학생들은광활한 사막을 경험해 본 경우가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미래숲 활동을 통해 인생에서잊지못할경험을하기도 한다.

나무심는아이들이‘미래’다

수십 년에 걸친 노력 끝에 미래숲은이제 쿠부치 사막에서 어느 정도 성과도거뒀다. 하지만 권 본부장은 여전히 고민이 가득하다.

그는“통계를 보면지금도 1분당 축구장 32개 만한 크기의 땅이 사막으로 바뀌고 있어요. 하지만 현재와 같은 식수 속도로는사막화를따라잡기가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과 기관이 잘 참여해주었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더많은 사람들의관심을불러일으킬필요가있다고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환경보호에대한의식은어릴때부터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와 미래숲 직원들은 여러 날을 고심한 끝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환경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나무 심기 카툰 공모전’을 펼치기로 했다. 전국의 아이들이 그린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개최했고, 대기업의협찬도 받았다.

아이들은아직사막에직접가서나무를 심을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해 아이들의소망은미래숲자원봉사자를통해이뤄졌다. 사막에 나무를 심고그위에 아이들의이름을 적은 명패를건뒤 사진을 찍어보내 중국 쿠부치 사막에‘자신만의 나무’가생겼다는것을아이들에게알려주는것이다.“환경에 대한 생각은 아이들의 마음깊숙이 씨앗처럼 심어져 이 나무와 함께무럭무럭 자라날 겁니다. 저는 이게 굉장히 의미가 큰 일이라고 생각해요.”권 본부장의 말이다.

미래숲은더많은이들의참여를이끌어 내기 위해 식수사업을 위한 크라우드펀딩도 고려하고 있다.“나무를 심는 데에는돈이 드니까요. 나무를 더많이 심으려면 일단 자금 면에서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그는“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래숲은주로 양국 청소년 교류에만 집중해 왔어요. 하지만 지금은 점점 네트워크가 커져서올해행사부터는중국과한국뿐아니라미얀마, 일본 등의 청년들도 함께 참여할예정입니다. 이 행사는 이제 국경을 넘어 우리 모두의 터전을 보호하는 활동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권 본부장 역시 아버지처럼 식수조림에 대해‘미련할 정도로’강한 애착이 있다. 그에게는 베이징에서 태어난 세 자녀가 있다.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그는 쿠부치사막에 나무한그루를 심고 아이의이름을 적어 나무에 달아놓았다.“아이들이크면, 사막에 너희의 나무가 있다고 꼭말해줄 겁니다.”

올해하반기미래숲은다시한번중국의‘일대일로(一帶一路)’루트를 밟을 예정이다. 과거 권병현 대표가 나무를 심었던 여러 지역이 이 루트를 따라 분포되어있다.“아버지가 늘 그 얘기를 하세요. 꼭저와같이가고 싶으시답니다.”

매번 3대(三代)가 모일 때면, 권병현대표는손자와손녀들에게이렇게 말한다. “중국 서북쪽에 가면큰 생태원이 하나있단다. 거기에는 풀꽃도, 나무도 있지. 나중에우리같이그곳에놀러가지 않으련?”

부자는함께앉아웃는아이들을바라보았다. 어쩌면 그들이 10년 넘게 이어가고 있는 나무심기는, 가족과 후손에게 고이남겨주고자하는그들의귀중한자산일지도모르겠다는생각이 들었다.

(미서명 사진은본인 제공)

미래숲중국사무실의책상에앉아있는권혁대본부장사진/궈사사(郭莎莎)

끝없는사막속에서푸릇푸릇번지는녹색이우리에게희망의메시지를전한다.

네이멍구쿠부치사막에서는매년식목일을전후로100여명의양국대학생들이함께식수활동을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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