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보낸소중한‘예방주사’

AJU Business Daily - - 농어촌 -

남북관계가풀리면남남갈등도완화되는게순리일 터.적(敵)하고도 손을 잡는데 우리끼리 싸울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현실은 정반대다. 여야 간에 날 선 공방부터 벌어진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내로남불’이 여기서도 작동하는 걸까. 내가 주도하는 관계개선은 진정한개선이고, 상대방의 개선 노력은 퍼주기나 기망(欺罔) 당한결과쯤으로보기 때문일까. 여야간에 북한관(觀)이 그만큼다르고상호불신또한깊다는반증일 게다.

북한이 16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돌연 취소하자 여권은기세가 한 풀 꺾인 듯하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정확한상황이 확인되기까지 (야당은) 억측을 자제해 달라”고 톤을 낮췄다. 야당은 다시 공세의 끈을 죄는 모양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판문점 선언 하나로 핵도 사라지고평화가온것처럼무장해제하는것은결코정상이아니다”고 꼬집었다. 김정은이이번엔자유한국당손을들어줬다는말도 나온다.

대외정책을 위한 협상을 양면게임이론으로 설명한 사람은하버드대학의 퍼트남(Robert D. Putnam) 교수다. 협상이 성공하려면 상대국(상대방)과의 합의도 중요하지만그 합의가 국내 유권자들로부터 비준(동의)을 받을 수 있는 합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적·국내적으로 모두 합의가 가능한 ‘하나의 세트로서의 합의(win-set)’라야 한다는 얘기다. 판문점선언에대한국회비준문제로여야가맞서있는우리에겐시사하는바가 많다.

메이어(Frederic W. Mayor)는 정권이 국가 간 합의를자국(自國)의 강경파들에게 팔(설득할) 때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상대 국가의 강경파들도 이를예의 주시하고 있기때문에이쪽 강경파들의반응이 그쪽에도영향을미친다는 것이다. 북한의고위급회담일방취소가볼턴백악관안보보좌관을비롯한미강경파들의거친 입에 대한 북 군부 중심세력의 반발에서 비롯됐다는게지배적인관측이고보면대단한통찰력이다.

대외정책의 수립과 이행에 있어서 국내 변수의 중요성은 늘 강조돼 왔다. 외교정책이 과거엔 국가 간의 힘의 위계에 따라 밖으로부터 ‘주어지는’ 이른바 외부-내부(outside-in) 접근의 결과였다면, 탈냉전이 시작된 1970년대 이후엔 사회적 요구의 증가 등으로 인해 내부-외부(in-outside) 접근으로 바뀌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처럼 국민의 동의와 수용 여부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대 북정책모색이바로그런경우라 하겠다.

그렇다면문재인정권은이부분에대해서도충분히주의를 기울였을까.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물론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지지율은 국정수행 평가조사에서 83%(한국갤럽)가 나올 정도로 높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지지율과는 별개다. 야당부터가 짙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지율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매사가 자신의 의지대로만가는것도 아니다. 고위급회담취소와같은일이또생기면여론은순식간에돌아선다.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가 자기들만의 잔치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역시 배려가 약(藥)이다. 평창올림픽 때 민주당 소속인 최문순 강원지사가 설을 맞아 강릉의 한 호텔에서 북한 응원단과 기자단 250여명에게 떡국을 대접했다. 이 모습을 보면서저런행사하나쯤은간청을해서라도야당에맡겼으면 좋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일을 하다 보면 이런 일들은 널려 있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밥한끼먹는다고다가 아니다. 늘마음을열고반대편사람들까지도끌어들여야한다.

야당도 문제가 많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판문점 선언을 “남북이 합작한 위장 평화공세 쇼”라고 일축한다. 그러나 이게 그렇게 단순한 사안인가. 칼로 무 자르듯 ‘위장 쇼’라고 규정해 버리는순간더이상의논의는 불가능해진다. 생산적인논의는물론이고 야당 입장에선 효과적이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좋은소재마저잃어버리게 된다. 이성적판단과전략이결여된감정적이고즉흥적인대응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거듭 확인한 건 우리 내부의 ‘참을 수없는 가벼움’이다. 판문점에서두정상이도보다리를걷고둘이서만머리를맞댔을때일부진보인사들과매체가보여준 득의만면(得意滿面)하고 의기양양(意氣揚揚)해 하던표정은 그 상상력과 담대함 때문에 오래 기억될 듯싶다.서울에서신의주를거쳐베이징까지 고속철도(KTX)가 놓이고, 학생들은 여름이면 개마고원으로 수학여행을 가게되는날이당장에라도올것같았기때문이다.

북한의고위급회담취소는이모든것들에대한더없이좋은 예방주사다. 북을 다룬다는 게 그리 만만한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 고마운 주사다. 비핵화 협상이라는험난한여정을 앞두고 안맞았더라면크게후회했을뻔했다. 북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고위급회담취소 담화에서 한·미 양국에 대한 섭섭함과 분노를 마구쏟아냈다. 속은 시원했을지 몰라도 구절구절에서 그들이뭘 원하고, 뭘 두려워하는지가 영상처럼 선명하게 드러난다. 홧김에 저지른 실수겠지만 이 또한 망외의 소득이다.예방접종과함께일독을권한다.

※위글은본지편집방향과다를수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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