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만의공정거래법개편…‘김상조효과’양날의검

일자리쇼크·공정위내부일탈에고개숙인‘재벌저격수’기업옥죄기우려에수위조절…재계·시민단체모두불만

AJU Business Daily - - 뉴스 - 현상철기자hsc329@

정부가 기업기살리기에 나섰다. 일자리‧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민간소비마저힘이 빠져 경기가 하향세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는개혁에쏠려있던정부의시선을 경제로 향하게 만들었다. 특히 J노믹스의 핵심 키워드인 일자리가 위태롭다. 결국 정부는 ‘일자리는 민간에서’라는신호를 보냈다.

정력적으로 달려오던 김상조호(號) 공정경제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전면에나서기 힘든 상황이 됐다. 내부적으로는음지에 숨어 있던 공정위 퇴직자의 대기업 재취업 문제가 드러나 ‘재벌개혁’이라는말을스스로 꺼내기 껄끄러워졌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은 뚜껑이 열리자마자 재계와 시민단체 양측으로부터 비판을받으며입지가좁아졌다.

그럼에도 공정경제 구축을 위한 그의중장기 설계 작업에 거는 기대가 적잖은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3년차를 앞두고 김상조 위원장은 임기 초반 주변의기대보다더큰무게를짊어지게 됐다.

◆고용충격이 던진 한국경제 경고음… “기업기살려라”

소득이 증가하면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는 정부 정책은 성과가 나오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지난해 3%대 성장이 무색할 정도로올들어 취업자 수는 고꾸라졌고, 실업자는 급증했다. 위축된 투자와 정체된 소비가 일자리를 틀어막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일자리는 J노믹스의 핵심 키워드다.

고용쇼크에 공정위의 행보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보긴 힘들다. 그렇지만 대기업에 두려움의 존재인 김상조 위원장과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교차되는 건 부담이다. ‘재벌개혁’을 선두에세우긴 힘든상황이된 셈이다.

특히대통령이직접대기업을찾아 ‘일자리는 민간에서’라는 메시지를 던진 건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문재인 대통령은지난 4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SK하이닉스반도체공장준공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이 대기업 생산공장 현장을 찾아 총수를만난건이번이네 번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좋은 일자리를 만 드는것은결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례적으로 일자리위원회 회의도 이 자리에서 진행했다. 이를 두고 움츠러든 기업‘기 살리기’라는해석이지배적이다.

정부도 기업 기 살리기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8일 경제부처 장관들을불러 ‘경제현안 간담회’를열고 일자리 늘리기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정부는 시장과 기업에서 지속적으로호소하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등 시장‧기업의기살리기를위한정책 노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투자활성화를 위해 중앙‧지자체‧공기업등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투자를확대하고, 민간투자확대를위해 정책금융‧세제지원 같은 다각적인 유인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름끼얹은공정위재취업문제…공정거래법개편영향미칠까‘촉각’

공정위가 조직적으로 퇴직자의 대기업 재취업을 알선했다는 혐의로, 공정위는 ‘재벌개혁’이라는 말을꺼내기힘든처지가 됐다.

전(前) 위원장부터 부위원장, 과장급까지 전·현직 직원 12명이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2009년께부터 대기업에 고참‧고령 직원들의자리를마련해주는방식으로 인사적체를 해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역사상 처음으로 전 위원장‧부위원장이동시에구속됐다.

조직적 일탈에 대해 김상조 위원장은머리를 숙였지만, 공정위에 대한 신뢰와위상이 추락한 후였다. 내부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 취임이후, 거침없이 진행되던 개혁 드라이브에제동이걸렸다는게아픈 점이다.

공정위는최근분위기가 38년 만에개편작업에 착수한 공정거래법에 영향을미칠지촉각이곤두서 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은 정부안이 공개되자마자재계와시민단체양측으로부터 곱지 않은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양측을 모두 설득할 만한 수위로 맞추려다되레 양측 모두를 불만족스럽게 만들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공정거래법은 38년 만의 전면개편이자,향후 30년간 우리나라 경쟁법 집행을 좌 우할중대한작업”이라고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공청회에서 재계는 우려를, 반대측에선제재수단의강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이런 입장차가 국회에서도 이어질 경우 개정안의통과에진통이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취임 때부터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한 재벌개혁을 강조해 왔다.자신의 임기 동안에 완수한다고 공언하기보다, 3~5년 시계에서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공정거래법 개편은이과정중 하나로, 앞서 밝힌 단기·중기·장기과제중 ‘중기’에 해당한다.

◆‘재벌

저격수’의등장…지나친기대의반사효과도

‘재벌 저격수’로 통하던 김상조 위원장의강한이미지는수위조절을필요로하는경제정책에양날의검이 됐다.

교수 시절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은 올곧은 성품이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길 바랐고, 반대편에선 충격을 우려했다.김위원장도 취임 이후자신에대한상반된비판과평가를자주언급하곤했다.

초반엔이른바 ‘김상조 효과’를 톡톡히봤다. 지난해 하반기 공정거래위원회에접수된 민원‧신고 건수가 전년보다 50%이상 급증했고, 가맹거래 서면실태조사결과 가맹본부의 갑질은 감소한 것으로나타났다.

대기업은 스스로 그간 대주주 지배력유지‧확대 역할을 한 순환출자를 해소해 갔다. 한 치킨업체가 가격 인상을 철회한것에도 ‘김상조 효과’가 붙었다.

지난해 공정위의 고발 조치는 전년보다 17.5%, 과징금 부과 건수는 34% 증가했지만, 경고와 자진시정은 각각 26.4%, 21.5% 줄었다. 간혹 돌출발언으로 시장이출렁이거나 부처간얼굴을붉힌적도있다.

그러나김상조효과는아이러니하게도재벌개혁에대한기대감보다재계를옥죈다는우려를더키우는결과를낳았다.

기업을 엎드리게 만드는 모습이 연출 되자, 우리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피어났기 때문이다. 동시에 큰 기대감을 품었던 쪽에선김위원장에게 ‘말랑말랑해졌다’고 평가한다. 그가 말한 ‘상반된 평가’가 현실화된 셈이다.

한 경제학자는 “(이번 정부 들어)재벌개혁 추진이 주춤해진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에게 중요한 건 공정경제의 기반을 얼마나 탄탄하게,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마련해 놓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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