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에겐가출이아니라탈출가정회복이우선

부산의빈민가에서자란소년의꿈은판사였다. 7남매중 넷째(장남). 지방대법대에진학해5전6기끝에사법시험에합격했다.언젠가변호사로개업해돈을많이벌겠다고생각했던그의진로는소년재판을담당하며확 바뀌었다. 자청해소년재판을8년째전담하며청소년회복센터(일명 ‘사법형 그룹홈’) 제도를국내에 정착시켰다.지금은 ‘소년범의 아버지’로 불린다. 영화‘슬럼독밀리네어’의주인공‘자말말릭’을연상케하는 천종호(52) 부산가정법원부장판사를 11일 판사실에서만났다. 인천 8세초등학생 살해사건, 부산여

JoongAng Ilbo - - 오피니언 - 논설위원

-청소년범죄가날로흉포화하는원인이뭔가.

“몇년전부터경고했던일이수면위로떠오른 것이다. 학교폭력이이슈화된건2011년12월권모군자살사건때다.이듬해대구·경북등에서학생10여명이연쇄자살하며커졌다.학교내에서친구간괴롭힘,강요·모욕행위가특징이다.소위‘2012년형학폭사건’이다.반면에부산여중생사건의가해자들은대안학교에다니는친구들이다.피해자도학교에두달가량결석했다.사소한괴롭힘이아니라잔인한폭력이동반됐다.가정은해체되고학교엔보살필시스템이없다.지나가던어른들도폭행을제지하지않았다.결국학교밖폭력이문제다.가정·학교·사회가간접적으로개입돼있다.특히아이들이SNS를통해자신의범행을스스로드러내는무감각시대가됐다는건심각한위험징후다. 2017년형사건이다.”

-왜학교밖폭력으로번졌나.

“2012년 이후학교내폭력을엄단하니자퇴하거나대안학교로간친구들의풍선효과가나타난것이다.학교내폭력은줄었으나학교밖폭력이급증해대처가시급하다.”

-가장큰요인은.

“가정의 해체다. 집나가는아이들은‘가출’이라고하지않는다. ‘탈출’이라고한다.학대당하는아동은맞아죽거나탈출하는외에다른수가없다.초등학생까지는자신이학대당하고있다는걸인식하지못한다.울산계모학대사건이터지고당국에서사라진아이들에대해어마어마하게조사했다.그러면아동학대가조금수그러든다.그러나일과성에그친다.”

-현장에서바라본실태는어떤가.

“이번추석때청소년회복센터에소속된여학생5명과금정산에올라갔다.한여학생이고함을고래고래지르니다른사람들이쳐다보고지나갔다.내가그러면안된다고타일렀다.화장지를한롤다풀어서변기를막는아이도있다.마음이맺힌것도있지만교육이안된탓도있다.인성교육진흥법도만들어졌지만학교가할수 없다.가정에서부터출발하지않으면학교교육은돈낭비밖에안된다.”

-왜자꾸반복되나.

“내가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아동친화사법’자문단장을맡고있다.최근한국판사님이괌에서아이를차에두고내렸다가머그샷까지찍힌사건은우리사회의아동에대한관점과수준을여실히보여줬다.부부가법조인으로서아동친화적인사법에앞장서야하는데그정도다.일상적인아동학대와가정폭력에좀더예민해져야한다.엽기적인사건보다생활속에서벌어지는작은사건들이더큰사건으 로번지지않도록대비해야한다.죄는엄벌하되죗값을치르고나면사회구성원으로되돌아가세금축내지(?) 않고어엿하게살아갈수있게가정·학교·사회가자립을도와줘야한다.”

-이번에소년법폐지주장까지나왔다.시기상조라고보나.

“그렇다.부작용이너무많다.폐지보다는흉포한범죄라면일본이20년전에했듯이 14세미만이라도처벌형량을높이는쪽으로바꾸자는입장이다.엽기적사건은전체의5%안팎이다.이들을엄벌하기위해소년법을폐지하면나머지 95%사건도형법을적용해처벌해야한다.전과자가양산될소지가크다.초등학교6학년생도법정에세워야하고그친구들도증인으로불러심문해야한다.선거법,민법,청소년보호법상미성년규정등도다고쳐야한다.전체적인법체계에서다뤄야할문제다.현재14세미만의경우최장기소년보호처분이소년원에2년보내는것이다.소년보호처분이2년, 6개월, 1개월의세가지뿐이다.판사들의재량이거의없다.일본은소년원송치기간의제한이없다.” -왜소년원송치기간이그렇게됐나.

“우리도 2008년이전에는기한제한이없었는데인권침해라는지적이나오면서개악됐다.소년원과밀화가문제다.최소20~30개는있어야하는데우리는전국에10개소뿐이다.일본은50개소다.그마저정원이120%초과상태다.정원의70%가교정의효과가있다는게전문가지적이다.소년범을엄벌하고싶어도현실적으로어려운구조다.”

-소년범들의대안가정으로설립한‘청소년회복센터’의성과는.

“창원지법에근무할때통계를파악해보니소년사건70%가저소득층결손가정에서나왔다.가정에뿌리가없고학교에서마찰을일으키면학교밖으로밀려간다.이런친구들의95%는일시적으로잘못을저지른다.건질수있는아이가많다.다만강제로가정을재결합시킬수는없으니인성교육과가정·사회관계의회복을경험하게해주자는취지에서2011년 11월청소년회복센터를개소했다.지금전국에19개로늘어났다.수용인원이적은소년원두개규모다.엄청난사회적비용이절감된다.이번추석때기적같은일이벌어졌다.전국19개센터가위탁아동170여명을연휴10일간전부귀가시켰는데한명도낙오하지않고돌아왔다.여기서6개월지낸아이들은재범률이 ‘0’이다. 어마어마한일을하고있다.소년원에수용된아이들보다취업시전직률도낮다.”

-어려운점은없나.

“해군에서정년퇴직하신부부가적극나서독채나상가건물을개조해거의자비로운영해왔다.사법부가지원하는건위탁아동1인당교육비로월50만원과일부후원금이전부다. 독일의지원센터인‘HEIM’은 연간 7800만~9600만원을 지원받고일본도평균7600만원을지원받는다.그러다1년전에청소년복지지원법개정안이통과돼지원센터가공식시설이됐다.공식예산만지원해주면전국적으로할사람이많다.그런데정부가예산을주지않고있다.”

-지난8년간소년범1만2000여명을재판했다.가장기억나는사건은.

“2012년창원지법근무때임신한여고1년생이성매매혐의등으로기소됐다.여고생이거짓말을했다. ‘어떤아저씨와성매매를했는데돈을안줬다.그때임신해낙태해야하니석방시켜달라’고호소했다.조사해보니배속의아이는남자친구의애였다.소년원에2년보내는10호처분을하게되면거기서출산해야했다.내딸이라면어떻게했을까,한달정도고민하다비행내용이중하고나가면낙태할게뻔해 10호처분을했다.소년원은아기를 보살필여건이안됐다.다시여고생을법정으로불러배냇저고리하나를사서주고잘키우라고했던기억이난다.결국아기를낳은뒤입양시켰다.엄벌과교화를병행해야한다는게내지론이다. 10호처분을전국에서가장많이해별명이‘천10호’다.”

-소년재판전담을자청했다던데.

“내가강력하게원했다. 8년째전담하는전례가없다고한다.대법원에서인사위원회까지열어서허락해줬다.”

-어린시절어떤소년이었나.

“부산의아미동까치고개에서어린시절을보냈다.한국전쟁때피란민판자촌이들어섰던빈민가다. 7남매중장남이다.아홉식구가단칸방에서생활했다.지금도살던집이산비탈에있다.형제중나혼자대학을나왔다.유일하게할수있는게공부였다.적록색약이라이과는못가고문과밖에갈수없었다.초등학교때부터판사를꿈꿨다.”

-그러면사시가필요하다는입장이겠다.

“특정계층이특정지위나직업을차지하게되면사회가전체적으로정의롭지못하다고생각한다.계층사다리도있어

부산여중생폭행은2017년형사건학교내폭력엄벌하자풍선효과소년원송치기간다양화해야

2011년부터청소년회복센터도입추석때귀가170여명전원복귀영화친구등장인물,중학동창

야다양해지고원만하게조직이돌아가지않을까본다.”

-곽경택감독의영화‘친구’에나오는조폭중에친구가있다는데.

“곽감독과유오성씨가연기한칠성파간부가중학교친구다. 그간부는중2 때자퇴했다.장동건씨가연기한친구는영도사람이다.건너건너다아는소싯적친구들이다.같은지역에서같은시대를살았던사람들이다.”

-부인의내조이야기도많이들린다.

“중·고교가같이있는사립학교의교사다. 최근내가낸책인세수입 7000만원과출판기념회때들어온2000만원, 여성가족부에서받은상금 1000만원등을전부아이들을위한사업에기부했다.아내가‘아이들얘기갖고쓴책인세를허투루쓰면안된다’고못을박았다.사실손아래동생에게일부주려는마음이있었는데…옳은말을하니들을수밖에없다.”

-소년범들을한마디로정의하면.

“인간사회를자연의숲에비유한다.자연의숲은한나무를거목으로만들기위해주변의못난나무들을가차없이벌목한다.인간의숲은간벌이안된다.사형집행도20년간안하고있지않나.결국어느한귀퉁이에서공존해야한다.내아이를행복하게하려면주위에좋은이웃을많이만들어줘야한다.소년범들은내아이의이웃이고우리의미래다.”

소년범들에게‘호통판사’로통하는천종호부장판사는11일“나도알고보면부드러운남자”라고말했다.그는“소년범의죄는엄벌하되‘가정식교화’를통해인성을회복시켜야한다”고강조했다. 부산=송봉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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