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김광석에는김광석이없다

JoongAng Ilbo - - 오피니언 - 양성희문화데스크

지금도그날이생각난다.그가죽었다.골이띵했다. TV에선자살이라고했다.천하의김광석이,아직젊은그가죽었다!상업가수가되기전노래패시절부터그의공연을보러다녔고인터뷰도여러차례했다.주변에는그와친분있는사람도많았다.무엇보다그의음악을좋아했다. 곧자살이아니라는말이나돌았다.부인이죽였다고도했다.그때나는,부인이그를정신적으로괴롭혀죽음에이르게했거나혹은남편의죽음을방조했다는얘기로받아들였다.가령부부싸움을벌이다자살하겠다며목에줄을감는남편앞에서“죽든지말든지,죽어봐라”고상대를벼랑으로내모는악랄한여인의모습을저혼자떠올렸다.딱그런뉘앙스로이해했다.아니,그렇지않고서야유족이든지인이든당시재수사를요구하는사람이왜없었겠는가말이다.

어찌되었든무려20여년의세월이흘러그의죽음이다시세간의관심거리가됐다.방송기자출신이상호감독이만든다큐멘터리영화‘김광석’때문이다.영화개봉후딸마저오래전사망했다는사실이알려지면서세간의의혹은더커졌다.부인서해순씨는딸의사망과관련해12일경찰조사를받았다.재수사를촉구하는일명‘김광석법’도발의됐다.

이다큐가불러일으킨의혹과파장에 비해,부인이살해했다는근거가충분히제시되지않았다는비판은여러곳에서나왔다.실제로다큐는행적이수상한부인의과거사를들추며‘악녀에게희생당한비운의뮤지션’이라는틀을좇는다.애초에자살로결론내린수사관이나부검의를찾아가는,취재의ABC라할만한일을하진않는다.

사실고발다큐로서이영화의흠결은영화의첫장면에등장한다.영화는사무실의수해로물에젖은취재수첩더미를 보여주는것으로시작한다.깊게탄식하는감독의목소리가오버랩된다.아무도손대지않는금단의영역에서힘들게싸우는한저널리스트의악전고투가영화의중요한포인트임을암시한다.영화내내가장많이등장하는인물도역설적으로감독이다.관계자든행인이든누군가를인터뷰할때그옆의감독이함께잡힌다.난센스에가까운영화포스터에도김광석이아니라회한에잠긴감독의얼굴

팩트로말하기보다의혹제기치중한다큐감독은무얼하려고이런영화만들었을까

이중심에등장한다(나홀로정의를좇는열혈저널리스트로서자신을부각시키는것은감독의전작‘다이빙벨’에서도강하게드러난다).

고발다큐멘터리에서이처럼감독이주인공급으로등장하는것은미국의마이클무어정도가아닐까싶은데,카메라앞에서기좋아하는무어도그럴땐꼭이유가있었다.그외에저널리스트주인공의사투를그린무수한영화가있다.물론그때그들에겐‘팩트로말한다’는저널리즘 의원칙이무기였다.

서너해전부터김광석을소재로한뮤지컬이쏟아졌지만정작그안에진짜김광석은없다는말이있다.저작권을가진부인서씨가워낙큰돈을요구하는바람에김광석자작곡이나사진을쓰지못해반쪽짜리공연에그쳤다는것이다.마찬가지로영화‘김광석’에도김광석은보이지않는다.이영화를통해우리가알게된건,죽음의진실도무엇도아니고어쩌면몰랐어도좋을그를둘러싼사생활의그늘뿐이다.한팬은“저작권수익이부인에게간다니,노래방가서김광석노래부르기싫어졌다”고했다.최근가수아이유가리메이크앨범을내면서녹음해놓은김광석노래를빼버린것도이런대중의불편함을의식해서였을것이다(다큐제작에부정적이었다는표창원더불어민주당의원도페이스북에비슷한글을썼다).더이상김광석음악을그저김광석으로들을수없게된것.이게영화‘김광석’이남긴성과라면어이없는아이러니다.무덤속에서만신창이가됐을김광석은무슨생각을하고있을까.죽음의진실이밝혀지는것못지않게뮤지션으로서아우라가흔들리기를바라진않았을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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