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자가보는‘남한산성’,그때와지금은다르다

장훈

JoongAng Ilbo - - 오피니언 -

역사와정치,권력을다룬다는점에서정치학자,영화감독,소설가는잠재적경쟁자일수도있다.하지만사회과학자의영향력은뛰어난영화감독이나작가의상대가되지는못한다. (필자가공들여쓰는학술논문을주의깊게읽는독자는같은전공자수십명에불과할것이지만병자호란을다룬영화‘남한산성’은순식간에300만명이넘는관객을불러모았다.)영화‘남한산성’이전쟁과평화,엘리트의분열과대중의삶이라는고전적토론을새로이자극하는중이니정치학자의관점에서몇가지생각을덧붙여보려한다.

‘남한산성’이큰화제가되는배경은아마도오늘날우리가마주하고있는강대국세력정치와병자호란당시의고단한현실이겹쳐지기때문일것이다.하지만필자는강대국정치의폭풍우를헤쳐가는데있어명·청교체기의조선왕조와오늘날의한국사회에는결정적인차이가있다고본다.세계11위규모의무역국가의위상이나전세계정보기술(IT)산업의핵심부품을공급하는나라라는사실보다도우리는시민들이삶의방식과공동체를지키려는의지를모을수있는체제로서의민주주의를가꿔왔다는점때문이다.

먼저병자호란시기의아픈역사가요즘의어려움과겹쳐지는배경부터살펴보자. 첫째는 강대국 세력전이(power transition)의 국제정치가우리에게강요하는어려운선택의문제다.영화‘남한산성’은명·청교체기에청의홍타이지가직 접군사를이끌고한양까지침공해오는수난의역사를그리고있다.만주에서일어난청나라가대륙을지배하던명나라를쓰러뜨리기에앞서조선을먼저공격함으로써배후를안정시키려는과정이곧병자호란이었다.

강대국세력전이의거대폭풍우가다시몰려오는곳이오늘우리가살고있는동아시아다.세계2위의대국으로귀환하고있는중국과아시아로의회귀(pivot to Asia)를내세우는미국이맞부딪치는태풍의최전선이한반도다. 1600년대의조상들이명과청의힘의전이를면밀히살펴야했듯이우리역시미국의압도적힘의우위(군사력,사회적활력,의지,경제력의총합으로서의힘)가앞으로얼마나유지될것인지,또한미국과중국은과연협력적세력전이의길로나아갈지혹은파괴적세력전이의길로나아갈것인지를예민하게살펴야하는처지에놓여있다.사드배치논란과중국의보복은거대한태풍의전주곡에불과할것이다.

두번째고단한현실의공통점은정치엘리트들의분열이다.최명길의주화론과김상헌의척화론이끝내간격을좁히지못했듯이오늘날우리의4당체제역시분 열의골은깊고도넓다.예컨대자체핵무장-전술핵재반입-미국의핵우산으로펼쳐져있는어려운선택지앞에서여야정당들은갈등과대립의골을한치도좁히지못하고있다.

강대국세력정치의무게와엘리트들의분열이라는고질병을깊이의식할수록비관주의의유혹은커질수있다.하지만명·청교체기와오늘날에는결정적인차이가한가지있다.그것은우리가지난수십년간가꾸어온민주주의의힘이다.민주주의란단지자의적국가권력과억압으로부터시민의자유를지키는방어적제도만은아니다.민주주의는분열의권력다툼을일삼는정치계급을시민들이제어할수있는기제이기도하다.지난겨울촛불시민들이주권자들로부터괴리된채부패에연루된대통령의책임을물었듯이한국민주주의에서민주적책임성(accountability)은생생하게살아있다.다시말해거대한세력전이의태풍앞에서도우리안의분열과갈등을부추기는정치계급을민주시민들은심판할수있다.어느정치세력이사드논쟁을더큰분열로몰고가려하는지,어느정당이북핵위협을틈타우리안의분열을더욱조장하는지,누가정치세력간의진지한대화를조롱하고거부하는지를시민들은면밀하게지켜보고있다.민주주의의또다른결정적힘은시민들의주권의식에서나온다.민주주의라는말뜻그대로 시민들(demos)이 지배(kratos)하는 체제의근본적힘은공동체의이슈에관여하고참여하는시민들의주인의식에있다. ‘남한산성’에서평민을상징하는대장장이날쇠가양반엘리트들을향해내비치는냉소와는다른,시민들의주권의식이우리공동체의힘이다.달리말해강대국세력정치의폭풍우로부터우리를지켜주는것은첨단기술의무기들이라기보다는우리공동체를지키려는강한의지일터인데,그같은의지는민주주의체제에서훨씬강력하게작동한다.역사가이미여러번보여주었듯이의지의힘이무기의힘을누를수있다.

공통점은강대국들세력전이와정치엘리트들이분열됐다는것결정적차이는민주주의의힘대장장이날쇠의냉소와달리지금은시민주권의식살아있다

본사칼럼니스트중앙대교수

Newspapers in Korean

Newspapers from Korea, Republic

© PressReade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