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우린특별해

JoongAng Ilbo - - 오피니언 -

매일오전6시면눈뜨는14개월된아들과일주일전쯤거실에서동요를듣고있었다. “아름다운색깔로어우러진세상”이라는가사로시작하는동요‘너는특별해’가재생됐다.이동요는“머리부터발끝까지나는특별해”라는비슷한구절을반복했다. ‘동요참쉽게만드는구나’생각하며피식웃었는데,이가벼운웃음과달리나도모르게코끝이찡해졌다.

자신의특별함을믿기가참쉽지않은시대다.부모세대의고생덕에상대적으로쉽게자란우리세대라지만,사회에나올때쯤달라진상황에적잖이당황했다.높아진대학진학률과치솟은교육비만큼성취의기준은높아졌는데,상황은정반대였으니당연했다.외환위기로국제통화기금(IMF)에구제금융을신청한지꼭20년이다.이후역대정부의평균경제성장률은김대중정부(5.3%)에서박근혜정부(2.4%)까지많게는1.3%포인트,적게는0.8%포인트씩꾸준히떨어졌다.지속적인성장저하는,청년들이끊임없이스펙을쌓고도미래를걱정할수밖에없는현실로다가왔다.높은성취기준과부박한현실의간극을채운게헬조선담론인데,이마저도결국엔자존감을낮춰버린다.지난2년간지방에서9급공무원시험을준비하느라연락을끊었던후배가합격후해준말은이렇다. “이렇게까지해야하는상황을욕하다가도결국은부모님께죄송하고,친구들한테부끄러워연락을끊었다.마지막엔내가참한심하게여겨지더라.”최근엔남탓이라도했던헬조선담론이‘이생망’이라는자포자기로번지고있다. ‘이번생은망했다’의줄임말이다.아들과함께들은동요가반가웠던건그래서였는지모른다.동요의가사가일종의응원가처럼다가왔으니말이다.

구스반산트감독의1998년영화‘굿윌헌팅’에서심리학교수숀(로빈윌리엄스분)은,영특하지만유년기불행으로삐뚤어진윌(맷데이먼분)에게“결코네잘못이아니다”고위로한다.윌은“알고있다”고사뭇냉소적으로답하지만,숀이십여차례이말을거듭하자참지못하고울음을터뜨린다. ‘어떠한상황에있든그건네잘못이아니다’라는위로의울림이커서였을까. 20년전영화의메시지는오늘날에도유효하다.

이런감상에젖어들게한동요를출퇴근길듣는휴대전화음악재생목록에추가했다. ‘완벽한그녀에비해나는초라할뿐’이라고읊조리는라디오헤드의‘크립(Creep)’ 같은어두운곡사이로‘머리부터발끝까지우린특별해’란가사가나올때나도모르게피식웃는다.머리부터발끝까지우리는특별하다.만성적인자존감결핍의시대,이당연한얘기가우리는고프다.

노진호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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