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차별을묻다현실같은픽션,픽션같은현실

오스카·칸수상작잇따라개봉딸살해사건둘러싼이웃갈등10대소년의아련한첫사랑차별반대한80년대사회운동선과악이분법뛰어넘는메시지

JoongAng Ilbo - - 문화 - 기자hoonam@joongang.co.kr

비극은이미벌어졌다.딸아이가잔혹한범죄로숨진지여러달지났건만,범인이잡히긴커녕수사는조금의진척도없다.분통이터진엄마밀드레드(프란시스맥도먼드분)는길가에방치돼있던대형광고판에경찰을비판하는문구를싣는다.

이렇게시작하는‘쓰리빌보드’(감독마틴맥도나, 15일개봉)는이달초미국에서열린제90회아카데미시상식에작품상·각본상등7개부문후보에올라여우주연상과남우조연상을받은영화다.아카데미상과함께시상식시즌이막을내리며국내극장가에수상작개봉이한창이다.아카데미만아니라칸영화제등에서굵직한상을받으며작품성이입소문난영화들의제철이다.

그중‘쓰리빌보드’는장르영화에익숙한관객의상상력과전혀다른전개가단연흥미롭다.설정만보면무능한경찰대신엄마가딸의살해범을추적하거나응징하는통렬한복수극일것같지만영화의무게중심은다른곳을향한다.세상에사정이없는사람이하나도없듯,광고판을통해실명으로무능함을비판받은경찰서장(우디해럴슨분)이나폭력적이고인종차별적인경찰(샘록웰분)도그렇다.극적인사건이꼬리에꼬리를물고벌어지면서누구하나선인과악인,옳고그름으로단칼에나눌수없다는것이드러난다.밀드레드자신도예외가아니다.딸아이가죽기전엄마로서입에담기힘든몹쓸말을했던자책감,딸의복수를바라며현재벌이는일들이불러온뜻밖의결과가관객과밀드레드에게고민과질문을안겨준다.이영화는실화가아니라마틴맥도나감독이직접쓴시나리오가바탕이다.영국에서극작가로출발한감독이미국중서부의한적한마을을무대로관객앞에펼치는강렬한드라마는마치윤리적딜레마로가득한방탈출게임같다.

‘콜미바이유어네임’(감독루카구아다니노, 22일개봉)역시아카데미작품상·남우주연상·주제가상등4개부문후보에올라스포트라이트를받은영화다.배경은1980년대초이탈리아남부의전원마을.여유로운분위기가흐르는이곳에부모와함께여름을보내러온17세소년엘리오(티모시샬라메분)는지적인데다피아노연주장면에서드러나듯예술적감수성까지가득하다.이런엘리오의시선은아버지의 조수로여름을함께보내게된20대미국청년올리버(아미해머분)를향한다.성에눈뜨는소년의모습,서로의마음을확인하고배려하는두사람의관계는성적정체성을넘어첫사랑의설레고아름다운면면을한편의판타지처럼전한다.

하지만80년대초라는시간적배경은올리버가극중에서하는말처럼,아들이동성애자라는것을알면부모가정신병원에가두고도남을법한시대이기도하다.엘리오의부모는이와정반대로아들의성향을충분히짐작하고아들의첫사랑이소중한기억이되길바라는보기드문경우다.그렇다고엘리오가겪을슬픔을,첫사랑의불완전함을온전히메워줄수는없다.

원작은미국작가안드레애치먼이2007년펴낸동명소설(국내출간제목그해,여름손님)이다.이를시나리오로각색한사람은올해90세의제임스아이보리.영화 ‘전망좋은방’등의감독으로이름난그는이번영화로첫아카데미상을,그것도각색상을받았다.연출을맡은루카구아다니노감독은‘아이 엠 러브’를 비롯, 사랑을감각적으로표현하는데단연뛰어난장인임을이번에도확연히보여준다.영화에곁들여진수프얀스티븐스의음악역시일품이다.

80년대란배경은지난해칸영화제심사위원대상을받은 ‘120BPM’(감독 로빈캄필로, 15일개봉)에도중요하다.후천성면역결핍증,일명에이즈환자가무섭게늘어나는데치료제는변변찮았던시기다.정부와제약회사에경각심을일깨운건환자들자신이었다.세계각지에서‘액트업’이란단체로뭉친이들은죽어가는몸으로거리에나서에이즈방지구호를외친다.

영화의중심은89년액트업의프랑스파리지부의활동,그중에도멤버들과제약회사로직접쳐들어가는션(나우엘페레즈비스카야트분)이다.동성애자,약물중독자,오염된주사바늘로감염된임산부와그아이들을비롯해절박한처지에놓인이들이치열한회의를벌이는첫장면부터강렬하다.치료약의부작용을논하다혼절하는가하면,시위도중끌려가면서도약을챙겨야한다. 동시에춤추고사랑하길포기하지않는다.액트업파리의슬로건은‘춤이곧삶’이었다.정부관료에가짜피를던지고,분홍색응원용술과은박종이를흩날리며한낮에행진을벌이고,새하얀십자가를진채밤거리에드러눕는강렬한시위의끝에는어김없이80~90년대유럽에서유행한하우스뮤직이흐른다.어둠속에부드럽게부서지는빛의프리즘속에분당120비트(120 Beat Per Minute, 영화제목이여기서나왔다)사운드에몸을맡긴이들의모습은,세상을잠시잊고그제야온전히호흡하는듯보인다.

로빈캄필로감독은비감염자로서 90년대액트업파리에서활동했던경험을살려전멤버와함께시나리오를써내려갔다.마지막순간까지“증오와차별을부추기는데에이즈를이용하지말라!”고외치는션의구호는고스란히영화의주제나다름없다. 연인나톤(아르노발로아 분)은수척해져가는션의곁을끝내떠나지않는다.이후남·나원정

 ‘쓰리빌보드’의샘록웰(왼쪽)과프란시스맥도먼드. 아카데미각색상을받은‘콜미바이유어네임’의주연배우티모시샬라메. 칸영화제심사위원대상을받은‘120BPM’. [사진각영화사]

아카데미남우조연상을받은샘록웰과여우주연상을받은프란시스맥도먼드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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