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김중업“고구려의힘찬선재현하고싶었다”

현대건축개척자30주기특별전

JoongAng Ilbo - - 문화 - 건축가김중업이은주기자julee@joongang.co.kr

서울을지로7가에눈에띄는오래된건물이있다.과거‘서산부인과병원’(현아리움사옥)으로불린곳이다. 4층규모의건물은여기저기페인트가벗겨져있고세월의흔적이덕지덕지붙어있지만,곡면이돋보이는발코니와기둥등이범상치않다.지나는사람마다누가설계했을까궁금해하고,건축과학생이라면한번은찾아가본다는이건물,한국현대건축의‘1세대건축가’김중업(1922~1988)이1965년설계해2년뒤준공된것이다.

그의사후30주기를맞아국립현대미술관과천관에서대규모특별전‘김중업다이얼로그’가열리고있다.우리가사는도시곳곳에치열한삶의흔적을남긴김중업의주요작품과생애를살펴볼기회다.건축전은일반관람객에게어렵고재미없기십상이지만,이번전시는다양한자료로폭넓은소통을시도한노력이돋보인다.국립현대미술관아카이브를비롯해김중업건축박물관의소장품과 사진, 영상등 3000여점이나왔다. 71년김중업이파리에서프랑스영화감독과함께자신의대표작인주한프랑스대사관,삼일빌딩,도큐호텔등을배경으로만든건축영화‘건축가김중업’도상영한다.

겁없는30대의도전=김중업은 1922년평양에서태어나요코하마고등공업학교를졸업하고48년서울대공과대조교수로임용됐다. 52년이탈리아베니스에서열린세계예술가회의는인생의큰전환점이됐다.한국전쟁때부산에머물며화가이중섭,시인오상순등많은예술가와교류했던그는세계예술가회의에한국대표로참석했다가현대건축의거장르코르뷔지에(1887~1965)를 만났다.그에게“함께일하고싶다”고밝혔고, 52년10월부터55년12월까지프랑스의르코르뷔지에설계사무소에서일했다.당시르코르뷔지에는김중업의저돌적요청에처음엔어이없어했다는얘기가있다.

시적울림의세계:김중업건축론을쓴정인하한양대건축학과교수는“김중업이르코르뷔지에사무소에서일한기간은한국현대건축사에서매우중요한의미를갖는다”며“한국건축이본격적으로세계근대건축의흐름에뛰어든출발점”

‘한국적건축은뭘까’평생매달려프랑스대사관·삼일빌딩등남겨올림픽공원평화의문도대표작군사정권비판하다외국생활도소장품·사진등3000여점나와

이라고했다.그는“김중업은르코르뷔지에특유의조형감각뿐만아니라인생관,직업정신등에서총체적으로영향을받았다”고설명했다.

김중업에게영향을끼친또다른인물은 가우디(1852~1926). 벽과천장의곡선을자유롭게구사하고섬세한장식과극적인색채로아름다움을구현한스페인천재건축가다.전시장엔김중업이남긴이런메모가있다. “근대건축계있어서는르코르뷔지에의롱샹교회와가우디의사그라다파밀리아성당만이나를꽉붙잡고영락없이사로잡았다.작품을빚는다는엄청난짓이여간두렵지않다.근대에도이러한벅찬작품들이있기에세계는아직도희망을걸만도하지않는가.”

한국적모더니즘추구=김중업은“고구려의힘찬선을건축으로재현해보고싶다”는말을자주했다.한국에돌아와김중업건축연구소를차린그에게남겨진과제가바로현대건축을어떻게‘한국적으로’풀것인가였다.정다영학예연구사는“김중업의작업엔세계성과지역성이라는두개의가치가공존한다”며“그는자신만의 건축언어를찾기위해노력하며한국의모던건축을실천한건축가였다”고평가했다.

주한프랑스 대사관(1960)이 한 예다.경사진부지에조화롭게배치된이건축은지붕을비롯한옛기와조각과자기를부수어제작한관저외벽장식모자이크까지곳곳에한국적인조형성을적극적으로도입했다.

69년에설계해70년에준공한삼일빌딩도의미가크다.기본설계부터완공까지한국건축가에의해지어진초고층건물이라는점에서다.이밖에서강대본관(1958)은엄격한비례,면분할,지형과의조화면에서형태구성이뛰어나다는평가를받는다.부산대본관(현인문관)은금정산지형에따른형태와파노라마경관등공간구성에다양한시도를한흔적을돋보인다.건국대도서관(현언어교육원, 1956)도있다.

8년간의해외추방=한국건축사에서김중업과김수근(1931~1986)의이름은나란히거론된다.그러나정치적으론판이했다. “군사정권과밀착해정부로부터많은국가프로젝트를의뢰받았던김수근과대조적으로그는60년대이후역사의식을갖 고군사정권을향해비판의목소리를거침없이쏟아냈다.”(정인하교수).

김중업은81년광주대단지필화사건으로8년간한국을떠나프랑스에머물러야했다.경기도광주대단지주민5만여명이정부의무계획적인도시정책과졸속행정에반발한사건으로,김중업은정부를비판하는글을썼다가반강제로한국을떠났다.서울잠실올림픽공원입구에자리한올림픽세계평화의문은김중업의유작이다. 86년설계한이문은88년 9월에완성됐는데,김중업은준공을보지못하고그해5월세상을떠났다.

정다영학예연구사는“지은지대부분30년이된김중업의건축은도시재생,문화유산의보존과제도등건축을둘러싼여러논의의출발점이된다.이번전시가다양한논의의물꼬를트는계기가되었으면한다”고말했다.국립현대미술관은11월3일한국건축역사학회와공동학술심포지엄을여는한편,김중업의주요건축물을살펴보는답사프로그램도열계획이다.전시는12월16일까지.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김중업은건축을매개로한총체적예술을꿈꿨다. 1956년설계한건국대도서관(왼쪽)의공사현장모습.같은해설계한부산대본관내부(작은사진위)와유엔기념공원정문기둥(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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