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전월세가문제다

JoongAng Ilbo - - 오피니언 -

“집은살때보다팔때가중요한거아닌가?”무주택전세로지내는대기업임원A씨를만나집을안사는이유를물었더니‘소신있는’답이돌아왔다.천정부지집값이언제까지가겠느냐는것이다.연봉많기로소문난대기업임원이돈이없어집을안산건아닐것이다.나름의판단에따른합리적선택이리라.이유야어떻든결과적으로이임원은문재인정부의주택정책을믿고따른셈이다.박근혜정부는집값은내려가고전세가는오르자‘빚내서집사라’는대책을내놨다.이를믿고‘과감히질렀던’사람은지금쏠쏠한보상을 받았다.현정부는반대신호를보내고있다.미덥진못하지만만약대책이성공해집값이하향안정된다치자. A씨는어떤보상을받을까.집을싸게살기회?혹은집값불안없이느긋하게전세를계속사는것?합리적으로는후자의보상을택할가능성이더크다.집값오를가능성도적은데세금부담까지높아졌으니집을왜사겠는가.

그러나이런합리적기대는무위에그칠가능성이크다.보유와전세가얽힌집값구조때문이다.전세는집값이계속오른다는전제로성립된우리나라만의독특한제도다.집주인은오르는집을확보하기위해세입자의목돈을이용하고,대신세입자는보유보다싼비용으로주거문제를해결한다.집값이장기안정화되면집값과전세금은수렴할수밖에없다.아예전세가사라지고월세로재편될가능성도크다.글로벌금융위기이후집값하락기때경험했던상황이다.

전월세가불안해지면세입자들은단번에잠재적매매수요자로바뀐다.집값불안과전월세불안의악순환이반복된다.물론대한민국상위1%인대기업임원의사정을걱 정하는것은아니다.대다수중산층과서민층에게도닥치는문제이기때문이다.서울시가구의57%,전국가구의42%가전월세를살고있다.임대시장이불안해지면서민층과청년층,주거취약층이그고통을고스란히떠안게된다.

지금정부가펼치는주택정책은‘건전한실수요자’의내집마련꿈에맞춰져있다.이를방해하는세력이투기꾼과다주택자들이라는인식으로강도높은규제를펼치고있다.전세안정화를꾀한다며활성화에나서던임대주택사업자정책은하루아침에방향을바꿨다.다주택자의투기수단이라는지적때문이다.취지를이해못할바는아니다.그러나이런정책이영미덥지않은것은‘손따라두는바둑’이라는느낌때문이다.주거안정이꼭내집마련으로만가능한것은 아니다. 자가주거율이70~80%에 이르는영국과아일랜드는 1980년 이후추세적으로집값폭등을하다글로벌금융위기로큰타격을받았다.반면에자가주거율이40%에불과하고민간임대가 50% 가까운독일은선진국중가장안정적인집값추이를보인다.자가소유에대한중산층의열망이집값인상심리전에휘말릴가능성이크고,오히려임대시장안정화가집값안정수단이될수있다는이야기다.

보유세인상을주내용으로하는 9·13 대책이효과를거두기위해서도전월세안정책은필요하다.세금부담이세입자에게전가될경우정책은무위로돌아간다.살고싶은지역에대한지속적인공급확대,서민과중산층을위한공공임대확충은기본이다.선진국처럼세입자에게계약갱신청구권을주거나임대료상승에일정한제한을두는등의방안도진지하게검토해봐야한다.집값안정이라는당면목표에매달려주거안정이라는근본목표를놓치고있는건아닌지걱정스럽다.전월세안정이없으면‘집은사는(買)것이아니라사는(住)것’이라는구호는그저빈말일뿐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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