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13명중2명서명못받아90세할머니호흡기달고고통

현실과동떨어진존엄사법

JoongAng Ilbo - - 기획 -

얼마전 90세할머니가뇌출혈로쓰러져서울의큰대학병원에실려왔다.수술할상황이못돼중환자실에입원했다.의식이없고스스로호흡하지못해인공호흡기를달았다.뇌사(腦死·뇌의기능이정지된상태)에가까워의료진은가족에게무의미한연명의료중단을권했다.할머니는연명의료를거부한다는서약서(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작성하지않았고,평소그런뜻을표현했는지분명하지않았다.유일한방법은가족전원이연명의료중단에합의하는것. 60세전후의자녀6명은이의가없었다.손자13명에게서문제가발생했다.한명이재소자였고,한명은가족과불화가생겨연락이두절된상태였다.연명의료결정법에따르면무조건가족전원(자녀와손자녀)이서명하고가족관계증명서로가족임을증명해야한다.

결국자녀두명이나섰다. “어머니가기계를달고임종하는걸원하지않은것같다”고희미한기억을더듬었다.자녀두명이어머니의뜻을추정해진술하면되는조항을적용했다.의료진은할머니의인공호흡기를제거했고,얼마안돼세상을떴다. 19명의서명을받느라할머니는일주일넘게중환자실에서고통스러운시간을보내야했다.

연명의료중단,즉존엄사제도가어렵게시행됐지만경직된비현실적조항이적지않아웰다잉확산을저해한다는지적이나온다.오·남용을걱정한나머지너무엄격하게법을만들었기때문이다.환자의뜻을모를때가족전원이합의하는조항때문에문제가적지않게생긴다. 50대말기간경화환자는간이식을받을수없는상황이어서의료진의설명을듣고연명의료중단에동의했다.하지만기력이없어서명하지못한채의식을잃었다.연명의료계획서에본인이반드시서명해야한다.나중에연락없이지대던가족이나타

환자뜻모를땐가족다동의필요“언제손자들까지찾아서명받나”미국선법정대리인제도활용

병원윤리위있어야존엄사가능요양병원1526곳중22곳만설치사전의향서작성해도무용지물

나 “끝까지 치료해 달라”고 요구해이를따르지않을수없었다.또의식이없던80대만성폐쇄성폐질환환자는아들둘이투석치료를안하기로결정했다.그런데아들이모르던딸2명이 있었고,이들의동의를받지못해투석치료를계속하다가숨졌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등은촌각을다투는일인데언제가족전원을찾고가족관계증명서를떼고손자까지서명하느냐”고말한다.바른미래당최도자의원은6월가족의범위를1촌이내의직계존속·비속으로좁히는내용을담은법률개정안을발의해법제사법위원회에계류돼있다.이일학연세대의대의료법윤리학과교수는“미국의경우대리인제도를활용하는주가많다.가장잘아는사람을법정대리인으로지정해임종상황에서환자의의사를대신전해준다.이런제도를만들면현장에서혼선을줄일수있다”고말했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이하윤리위)가구 성되지않으면존엄사를집행할수없는점도문제다.윤리위는5명이상으로구성하되,의사가아닌위원2명(1명은외부인)을포함해야 한다. 자문, 의료인교육등의역할을한다.윤리위가구성된의료기관은164곳이다.동네의원을제외한의료기관의 4.9%다. 상급종합병원(대형대학병원)아래급인종합병원302곳 중 89곳(29.5%), 소형병원1467곳의 0.6%만이윤리위가있다.경기도남양주·오산·이천,세종시,경북문경·김천등전국150개시·군·구엔이런의료기관이없다.연명의료는중환자실에서거의이뤄진다. 이게있는상급종합병원과종합병원281곳 중 151곳(54%)에윤리위가없어존엄사가불가능하다.한해151곳의중환자실에4만여명이입원하는데,이들은존엄사적용을받지못한다.여의도성모·상계백병원등의대학병원과경기도의료원의정부병원·포항의료원등상당수국공립병원이여기에들어있다.윤리위와연명의료제도를운영하려면 전문가가있어야한다.돈과공간이필요한데,현행건강보험수가가그정도를커버해주지못한다.대한병원협회김선태대외협력부위원장은국회토론회에서“종교계·법조계·시민단체등에서추천한2명을포함하기때문에소규모의료기관이나요양병원이윤리위를운영하기쉽지않다”고말했다.여의도성모병원관계자는“내부사정이있어윤리위위원선정을못하고있다.부서간의견조율이필요하다”고말했다.상계백병원관계자는“곧윤리위를구성할예정”이라고말했다.

요양병원도구멍이다. 1526개 중 22개(1.4%)만위원회를설치했다.대부분의요양병원에서연명의료중단을할수없다.한폐암말기환자(78)는서울의한요양병원에입원한채서울대병원을오가며항암치료를하던중상태가급격히악화됐다.요양병원당직의사는심폐소생술을한뒤기관지에관을삽관해서울대병원응급실로보냈고,중환자실에서3주간인공호흡기를달고있다가숨졌다.

최씨는연명의료를안하겠다고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써서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전산망에등록해뒀다.하지만쓸모가없었다.요양병원이윤리위가없는데라서전산망에접근조차할수없었다.서울대허교수는“고심을거듭해사전의향서를작성했는데,결정적인순간에활용하지못한다는것은모순”이라고말했다.서식도너무복잡하다.임종과정판단확인서,환자의사확인서,가족확인서,연명의료중단이행서류등한번존엄사를이행하려면4~5개의서류가필요하다.이걸일일이전산망에입력해야한다.외국에는이걸한장으로해결한다.

김소윤연세대의대의료법윤리학과교수는“종전에는가족1~2명의동의로심폐소생술금지요청서(DNR)로연명의료중단이이뤄졌는데,연명의료결정법을시행하면서종전보다엄격해졌다”며“가족전체동의의예외인정,직계가족의범위축소등다양한의견이나오는데,이런걸모아법률개정에나서야한다”고말했다.

[중앙포토]

중환자실에서연명의료를하다숨지는사람은한해3만~5만명에달한다.서울의한대학병원중환자실에서환자가연명의료장치를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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