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가객장사익“김치맛같은노래드셔보세유”

JoongAng Ilbo - - 문화 - 4년만의9집앨범‘자화상七’

시란 무엇일까. 그것이어딘가에쓰여진글귀라여기는이가있다면소리꾼장사익(70)의노래를들어보길추천한다.글자가운율을만나입밖으로소리내어지고,구절마다선율을타고오르내리는움직임을좇다보면애써설명하지않아도시가곧노래임을알수있기때문이다.마흔다섯에노래를시작한그를일약스타덤에올려놓은‘찔레꽃’(1995)부터김춘수시인의‘서풍부(西風賦)’의구절을따와만든8집‘꽃인듯눈물인 듯’(2014)까지 모두시에빚진작품이다.

다음달4년만에나오는9집‘자화상七’은보다본격적인시집에가깝다. ‘산모퉁이를돌아논가외딴우물을홀로찾아가선가만히들여다봅니다’라고시작하는윤동주시인의‘자화상’을가만히흥얼거리다만든앨범이다.서울홍지동자택에서만난장사익은“6학년(60대)때까지는그런생각을못했는데7학년(70대)이딱되니까자신을되돌아보게됐다”며예의충청도사투리로이야기보따리를풀어놨다.

“막연히구십까지는노래하지않겠나생각했쥬.근디야구도9회전이고,축구도90분뛰잖어유.심판이막5분남았다고재촉하고. 2회전밖에안남았다고생각항께마음이막급해지면서거울을계속보게되더라구.나는대체어떤놈인가,앞으로는어떻게살아야허나. ‘자화상’에서도글잖아유.한사나이가미워졌다가,가엾어졌다가,그리워지구.결론은내가나를사랑해야지한겨.”

하여‘지금도내눈시울을뜨겁게하는/그시절,내유년의윗목’(기형도의‘엄마걱정’)부터‘이맑은가을햇살속에선/누구도어쩔수없다/그냥나이먹고철이들수밖에는’(허영자의‘감’) 등마음속에품고있던시들을한편씩그러모았다.개중에는매일아침신문을보며스크랩한시들도있었고,그가시를좋아한다는것을알고팬들이편지로보내준시들도있었다.그의시사랑은유난해서거실기타옆은물론화장실창문에까지빼곡하게붙어있었다. “노래를94년부터했는데그한해전에농악대를하면서전국을돌아다니다가좌도시동인회사람들한테시집을선물받았어유. ‘순대속같은세상살이를핑계로/퇴근길이면술집으로향한다()나는술잔에떠있는한개섬이다’(신배승의 ‘섬’) 같은시가내얘기같구입에척척붙었쥬.아무리좋은가사도입에안붙으면못하잖유.근데시는오래된김치처럼먹으면먹을수록더다양한맛이느껴지잖여.단맛,짠맛,신맛,쓴맛.짧지만깊다고해야할지,넓다고해야할지.닫아놓으면죽은시인디거기서1, 2집이거의다나와서널리불려졌으니운명인거쥬.”어느글귀하나허투루보지않고찬찬히읽는습관이몸에밴그는한팬이고등학생때쓴시라며보내온습작‘바보온달’에도곡을붙였다.어떤내용이냐고묻자바로 ‘여보~여보~낭군님~/난 당신을그냥두었어야했어’하고한소절이돌아왔다. “온달이가지닌것이없어미움도걱정도지니지않았다는데너무재밌지않어유.고등학생때쓴노래라는데판소리처럼북으로만할거여.암것도 없이.” 그의노래가판소리와민요,트로트사이어드메쯤위치한것처럼대화역시말과노래의경계없이흘러갔다.그가한곡조뽑을때면기가막히게바람이불어와마당의풍경을흔들었다.

충남홍성군광천에서열일곱에상경해 보험회사부터카센터까지안해본일없이열댓개의직장을전전하다느즈막히노래를시작한그가흔들린적은없었을까.그는2016년 초성대에혹이생겨제거수술을하고회복할때까지한동안노래하지못하던시절을꼽았다. “첨엔앞이캄캄했쥬.노래하는사람이목소리를잃어버렸다는건생명을잃어버린거나마찬가진데.근데거꾸로생각하면고쳐쓰면더오래쓸수있겠구나싶던데유.직로로반듯한길만가본사람은인생의쓴맛을모르잖여.좀돌아도가보고좌절도해봐야짠맛도알고단맛도나오지.”

그는“흔히즐거울때노래가나온다하지만슬플때하는게진정한노래”라했다.살아있는사람들을즐겁게해주는것도중하지만죽은사람들을위로하며떠나보내는것역시노래만이할수있는일중하나란믿음탓이다.스스로‘광대’이자‘굿쟁이’라칭하는그에게유독‘하늘가는길’이나 ‘황혼길’‘귀천’같은진혼곡이많은것도같은연유가아닐까. “‘사랑한다고말할걸 그랬지’(‘님은 먼 곳에’), ‘실없는그기약에봄날은간다’(‘봄날은간다’),다

간다는거여.전부레퀴엠이쥬.”

노래가필요한곳이면어디든마다않고달려오는‘노래보시꾼’으로유명한그는실제로도장례식장을자주찾는다.얼마전에는친한벗의출판기념회겸생전장례식을치르기도했다. “사진도찍고,그림도그리고,시조도쓰는친구가간암에걸려서얼마못살것같다하더라고.죽기전에화집을하나만든다길래가서노래했쥬.그리고보름있다저세상으로갔어요.작년에도남동생떠나기보름전에작은음악회를열었는데‘나그대에게모두드리리’를들으면서그렇게울더라고.가기전에그렇게하는것도좋은것같여.”

9집발매에맞춰‘자화상七’전국투어가다음달 24~25일 서울세종문화회관을시작으로 대구·부산·광주·대전·고양등으로이어진다. “요새는평소에많이안울어서그런가노래듣고우는사람들이많은것같어유.한바탕웃었음또울어야쥬.명색이‘행복을뿌리는판’(그의명함에이렇게 적혀있다)인데. 놀수있을때제대로놀아야지.”

민경원기자storymin@joongang.co.kr

“삶의쓴맛단맛짠맛다겪은나이”윤동주·기형도등시에가락붙여2년전엔성대혹제거수술도

다음달말서울등전국투어나서“한바탕놀아볼까유,웃고울면서”

권혁재사진전문기자

노래인생25년차에접어든장사익은“내가100으로노래하면관객도100으로들어주고1로하면1로듣는다”며“공연도,인생도마치거울같다.그게쌓여서자화상이되는것”이라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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