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한장들고골목골목걸으니나도제주사람

제주올레가만든‘어슬렁코스’서귀포구석구석훑는걷기여행길4개테마, 8개코스따라도심여행동네맛집·목욕탕숨은명소발굴제주올레여행자센터서지도배포

JoongAng Ilbo - - Week& - 제주=양보라기자 bora@joongang.co.kr

㈔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가 또 하나의 길을 냈다. 제주도 서귀포시 구석구석을어슬렁걷는다 해서이름붙은 ‘어슬렁 코스’다. 어슬렁 코스는 공식적으로 지난해 10월 개장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2016년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와함께 탄생했다. 서귀포구도심에머무는올레꾼을 위해 ㈔제주올레가 여행자센터에서부지런히소개해왔던골목길이어슬렁코스로명명됐을뿐이다.

제주올레가 섬을 크게 한 바퀴 도는둘레길이라면,어슬렁코스는서귀포시내의작은골목을파고든다는점이다르다. 자연의 쉼표·문화의 향기·시간의 흔적·한라산 물길이라는 네 가지 테마로나뉜 어슬렁 코스는 테마마다 A·B 두코스를 둬 모두 8개 코스로 구성된다.제주의바다와하늘이시리도록 푸르렀던 11월 첫 주, 어슬렁코스를따라서귀포의속내로한발짝들어섰다.

동네사람처럼살아보기

제주를찾아간 11월 첫날은㈔제주올레가 2010년부터 해마다개최하는제주올레 걷기축제(올레축제)의 개막일이었다. 한국은물론이고 일본·중국·싱가포르 등에서 모인 올레꾼 수천 명이 작은마을에모여일제히올레길을걷는장관이빚어졌다. 1∼3일 사흘간진행된축제는 제주올레 5·6·7코스를 하루에 한 코스씩걷는일정으로치러졌다.

2012년 11월 21코스까지 개장하면서제주올레는마침내제주도둘레길을완성했다. 올레길을내면서㈔제주올레는 마을의여행문화를가꾸는일에도열정을 쏟았다. 마을 민박이나 마을의 체험거리를 올레꾼에 소개했고, 마을과 공생하는축제도열었다.올레축제는올레길이지나는마을의주민이음식을마련하고공연을준비한다.

‘어슬렁 코스’ 역시 ㈔제주올레의 마을사랑이빚어낸작품이다.㈔제주올레안은주 이사는 “제주올레를 걸으러 온사람들이 마을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을소개하자는 취지로 만든 길”이라고 어슬렁코스를소개했다.

어슬렁코스에대한반응은뜨거웠다.지난해 10월 어슬렁코스지도를제작해‘제주올레 여행자센터’에 비치했는데, 5000부가 순식간에 없어졌다. ㈔제주올레는지도2만부를추가로인쇄했다.

여행자들이 그림 같은 제주의 자연을뒤로하고서귀포구석구석의골목길에 매료된 까닭이 궁금했다. 어슬렁 코스를기획한㈔제주올레박미정실장이“어슬렁 코스는 마을 주민의 일상적인공간을지나니동네사람처럼어슬렁걸어보라”고 일러줬다. 어슬렁 코스 지도한장을얻어여행자센터를출발했다. 길에 따로 표식이 없으니 지도를 잘 보고걸으라는조언을들었다.

한라산품은미술관

맛보기 코스로 어슬렁 코스 ‘문화의향기’테마A코스를골랐다.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시작해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에서끝나는길은 2.7㎞로비교적짧았다.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역으로코 스를거슬러가니가장먼저서귀포칠십리시공원이 나타났다. 서귀포의아름다움을노래한시를담은시비가띄엄띄엄서있는것말고는평범한공원으로보였다. 그런데공원한가운데서천지연폭포가 내려다보였다. 폭포위쪽으로는한라산이훤히드러났다.공원이여행객사이에무명인것이이상할정도였다.

길은 공원 옆 야트막한 오름 삼매봉(153m) 방향으로 이어졌다. 제주올레 7코스는삼매봉정상에있는정자까지닿지만, 어슬렁 코스 지도는 정상으로 향하기전옆길로빠지라고안내했다.삼매봉으로 가는 둔덕에는 서귀포예술의전당과 기당미술관, 삼매봉도서관이쪼르륵서있었다.

건물 벽면을 현무암으로 장식한 기당미술관을건물이멋있다는이유로들어가 봤다.기당미술관은서귀포법환동에서태어난재일교포사업가기당강구범(1909~94) 선생의 지원으로 1987년 개장한 국내 최초의 시립 미술관이다. 미술관에는제주에서태어나제주에서생을마감한 변시지(1926~2013) 화백의그림이 빼곡했다. 고준휘(34) 큐레이터가 아트라운지로 안내했다. 관람객이쉬어가는 장소였는데, 커다란 창이 뚫려 있었다. 창 너머로 한라산 풍경이 그림처럼걸려 있었다. “올레길너머깊숙한곳에 숨은 보물 같은 장소”라고 미술관을소개한고큐레이터의말에수긍했다.

삼매봉도서관도 한라산의 절경이 아무렇지않게펼쳐지는 명당이었다. 자연광이쏟아지는도서관에서그림책을읽는 아이들의 모습이 평화로웠다. 누구나 출입할 수있고누구나책을 빌릴 수있다는점도마음에 들었다. 정순임(45)사서가 “삼매봉도서관에 왔으면반드시들를 곳이 구내식당”이라고 귀띔했다.도서관구내식당은서귀포사람들도일부러찾아와서먹는맛집이었다.인기메뉴는 한라산처럼 불쑥 솟은 계란 볶음을얹은한라산 오므라이스(5000원). 창밖의한라산을바라보며 오므라이스를꿀떡삼켰다.

물좋은제주

서귀포에서 나고 자란문화해설사강치균(75)씨가 어슬렁 코스 걷기여행에동행했다. 강 해설사가 추천한 길은

한라산 물길 테마의 B코스였다.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출발해조선시대왜구를막기위해쌓은서귀진성까지3㎞ 이어진다. 강해설사가“서귀포사람의생명수이자휴식처인서귀포물줄기를좇으면제주의속살을들여다보게될것”이라고말했다.

서귀포 중심가인 동문로터리를 지나서귀포중학교를 오른편에 두고 골목으로 들어서니 도시의 소음이 잦아들었다. 대신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제주의 파도 소리는 익숙했어도,제주의시냇물소리는생경했다.

“제주는한강이나낙동강같은큰‘강’이 없어요. 구멍이 숭숭뚫린 현무암 사이로빗물이스며들어버려요.한데이곳동홍천만큼은 물이 풍부해요. 물 걱정할필요가없으니서귀포사람은마음이넉넉하지요.”

강해설사가어릴적멱을감기도하고,식수를떠가기도했다는동홍천은제주에보기드문 ‘강’ 다운모습이었다.동홍천하류에샘물이퐁퐁뿜어져나오는용천이있는 덕분이었다. 서귀포시민들의휴식장소정모시쉼터는바로그용천주변에만든수변공원이다.

정모시쉼터에서 10여 분 걸어가니 시냇물 소리는 우렛소리로 바뀌었다. 동홍천이 바다로 흘러드는 그 지점에 낙차 23m를자랑하는정방폭포가있었다.곤두박질친폭포수가 그대로 서귀포 앞바다로합류되는장면은 절경이었다. 제 주올레 6코스가 정방폭포를 지나기에올레길을걸을때도마주했던폭포지만,어슬렁코스를걸으며정방폭포의상수원을보고온터라감동이남달랐다.

정방폭포를 빠져나와 서귀포와 연결된새섬을바라보며걷자일제강점기일본인이제빙공장을만들기위해터를닦은 소남머리에 도착했다. 해안 절벽을곁에둔소남머리에서일본인은물의낙차를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으려고 했다. 지금 소남머리에는 공장 대신서귀포시송정동주민이드나드는목욕탕이 있다. 1급수 용천이흘러드는냉탕인데 한여름 이곳에서 목욕을 하면선풍기를 틀지 않고 잠을 청할 수 있단다. 해안공원이 조성된 자구리해안을거쳐 서귀진성에 닿았다. 물길 따라 쉬엄쉬엄 걸었더니 어느덧 서귀포 앞바다에뉘엿뉘엿해가잠겼다.

여행정보=제주올레 어슬렁 코스는서귀포시구도심구석구석을잇는 길이다. 모두 8개 코스로 짧은 코스는 2㎞, 긴코스는 6.5㎞ 이어진다. 모든 코스는 서귀포시 서귀동 제주올레여행자센터를 시작점이나 종점으로 삼는다. 어슬렁 코스 지도를 무료로 구할수 있는 곳도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다.여행자센터는 낮에는 식당 겸 카페, 밤에는 펍으로 변신한다. 게스트하우스도딸려 있다.

‘어슬렁코스’는올레길을낸㈔제주올레가소개하는서귀포걷기여행길이다.길을걸으면서귀포시민이일상을보내는소소한공간을만나게된다.사진은어슬렁코스문화의향기A코스에속해있는제주기당미술관.창너머로한라산이보인다. 양보라기자

어슬렁코스의출발점이자종착점인제주올레여행자센터. 제주올레걷기축제참가자들.축제는해마다11월개최된다. 해녀가잠수복을벗고민물로소금기를닦았던소남머리.소남머리주변에담수욕장도있다. 양보라기자, [사진사단법인제주올레]

칠십리시공원은여행객에게무명에가깝지만지나치긴아쉽다.공원에서천지연폭포를조망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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