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든 연출가,

그의모태는사진이다.하지만그는자신의이름이사진가로기억되길원하지않는다.한국사진작가중가장핫한작가로분류되는이명호.그가자신의트레이드마크인하얀캔버스앞에섰다.그는요즘할말이많다.비단오랜만에열릴개인전얘기만이아니다.

Neighbor - - Interview - Editor SEOL MI HYUN

Tree… #6, 124×104cm,종이위에잉크, 2014 그와의만남은4년전갤러리현대에서열린개인전때이후두번째다.빈시간을이용해등산을다녀왔다는그는땀에젖은등산복차림으로인터뷰현장에나타나당혹스러움을안겼다. 복장따위는조금도개의치않는듯특유의해맑은웃음으로그는카메라앞에섰다. 아티스트이명호.그를다시만난장소는증권사사옥이다.아티스트와증권사?이도어울리지않는당혹스러운현장이다.본론부터얘기하자면그는얼마전신사옥을오픈한대신증권과인연이깊다.금융과문화를아우르는복합문화공간을표방하는대신증권의신사옥6층에‘갤러리 343’이라는작은갤러리하나가들어섰고,그가오프닝을장식했다. “비록실패로돌아갔지만몇년전진행한‘숭례문아트프로젝트’를통해인연을맺었죠.” ‘숭례문아트프로젝트’는이명호작업의연장선에서국보1호인숭례문의재건을기념해거대한 캔버스(45×18m)를 설치한후사진으로담아내는의미있는프로젝트였다.설치과정에서의문제로비록실패했지만대신증권은이프로젝트의후원사이기도했다.

‘나무앞에하얀천을설치하고찍은게전부 아냐?’이명호의작업과정을모르는이라면,아마이런망언을서슴없이던질지모른다.그의이름은익숙지않더라도하얀캔버스위에나무가 그려진(?) 듯한작품을본적이있을것이다.그의대표작인‘나무’연작이다.그는나무한그루를찍기위해광활한초원을누빈다.마음을움직이는나무를발견하면그뒤에거대한캔버스를설치하고그것을사진으로담는다. “나무연작이현실을‘재현’하는일종의기록적성격이라면,신기루연작은비현실을만들어내는‘재연’에가깝습니다.”자연속평범한나무.그는캔버스에나무를그리는대신자연속으로캔버스를들고가평범함이란이름으로소외된나무를우리에게환기시킨다.그가나무뒤에캔버스를설치한 순간, 평범한나무는묘한경외감으로탈바꿈한다.그것은얼핏사진을넘어절제된한폭의동양화를떠올리게한다. “신기루연작은성격이좀다른데,사막한가운데에수백명이하얀천을덮고누워있고,그거대한장면을카메라에담는거죠.”사막을배경으로한신기루연작은나무연작과는결을달리한다.사막의지평선위에하얀캔버스를뒤집어쓴채누워있는사람들.한데정작그의사진속에는사람들의자취는온데간데없고,마치바다인듯오아시스인듯하얀자취만드넓은사막한가운데에자리한다.현실의‘재현’이아닌비현실의‘재연’. 그는사진을찍지만,사진작가가될수없는결정적단서가바로여기에기인한다. “사진이라는말대신, ‘예술-행위 프로젝트(Art-act Project)’라 명명하는이유도그때문입니다.”결국그의작품에서중요한것은사진이아니다. 그것을재연하기위한프로젝트의 과정, 그자체가하나의예술인 셈이다. 그가전시장에작품의제작과정을함께전시하는이유역시같은맥락일것이다. 2004년시작된이명호의사진-행위프로젝트는2010년예술-행위프로젝트로확장됐고,여전히진일보중이다.사실그는이날꽤묵직해보이는카메라한대를쇼핑백에들고왔다.

“라이카에서저에게최근기증한카메라인데,첫프로젝트로동계올림픽을테마로작업 중이에요.” ‘카메라가없는사진가’라는수식어를달고다닌 이명호. 독일의명품카메라브랜드라이카는이례적으로작가에게최고사양의 ‘LEICA S’를 기증했고,세계적인작가이명호의뒤를따라다닌‘카메라없는사진가’라는수식어는추억속으로사라졌다.이번기증은이명호의‘국가대표프로젝트(Player Project)’를 후원하는의미도동시에담겨있다.

“지난 4월부터평창동계올림픽의 12종목, 선수 15명을촬영하고 있어요.” 보통동계올림픽하면설산에서의액티브한스포츠사진이떠오르기마련.하지만그의프로젝트는좀다르다.선수들이경기에나서기 전,훈련하는모습을카메라에담는다.알파인스키,피겨스케이팅,봅슬레이,바이애슬론,컬링등이명호는그들의훈련모습을예술-행위프로젝트의연장선에서작업중이다.선수에게요구되는신은3가지.

첫번째는자신의종목을상징하는전형적포즈. 두번째는훈련할때특수동작(예를들어스키점프라면땅에서누군가가들어올리는동작과같은것이다).세번째는‘ㅊ’자 형태. “평창동계올림픽을상징화하듯‘ㅍ’자형태프레임안에서선수들이몸을뻗어 ‘ㅊ’자 형태를만드는 거죠.” 이명호의작업에서하얀캔버스를둘러싼장소도중요한포인트다. 이번작업에서는선수들이운동하는현장을찾아갔다. “평창알펜시아,충북진천,경북의성등여러장소를돌아다녔어요.연습장주변공터가촬영무대가됐지요.어떤곳은풀밭이기도하고,나무도있고요.” 컬링선수들의연습주무대인의성에서,서울태릉선수촌의다음둥지인진천에서,그는몇개월간이번프로젝트에매달렸다. “11월 1일이평창동계올림픽 D-100일이에요. 이를기념해명동에비뉴엘갤러리에서첫선을보일예정입니다.”그뿐아니라12월부터내년1월까지는서울로 7017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의성공과염원을담아다양한전시프로젝트가펼쳐질 예정이다. 올림픽에오르기까지무대뒤편에서끊임없이땀흘리는선수들의노력과열정,그너머의이야기.이번국가대표프로젝트는그들에대한조용한찬사이자응원인셈이다.

“메일보셨죠?”이명호는최근큰전쟁하나를치렀다. 2015년, 영국의패션디자이너마리카트란주가그의 ‘나무’ 연작중일부를무단도용한사실을알게됐고,그는저작권침해에관한소장을미국법원에제출한터였다.얼마전첫번째재판일직전에양측의합의로사건이마무리됐다는보도메일이그의스튜디오를통해당도했다. “거대로펌을상대로소송한다는건쉽지않은일이었어요.변호사역시승소할가능성이많다고했지만,패할경우뒷감당도만만치않았죠.”왜끝까지가지않고합의했느냐는얘기도 들었다.하지만뉴욕의거대로펌을상대로한국의일개작가가기나긴싸움에서버텨내기란쉽지않은일이었다.작지만그의미를찾자면,글로벌회사를상대로저작권침해에관한그만의힘있는메시지를던졌고,작가들에게도의미있는선례를남겼다는것.한편으로는한국작가의위상을인정받은,자부심있는전쟁이었다.

“4년 만의개인전이사비나미술관에서열려요.뉴욕요시밀로갤러리에서도 8월말까지개인전이열리고요.제생일이 7월인데,이상하게여름에 바빠요(웃음).” 그런와중에도반가운건요시밀로갤러리에전시된작품이이미솔드아웃됐다는것. 8월 31일~9월 29일에 열리는사비나미술관에서의개인전<까만방,하얀방그리고그사이혹은그너머>에는사진, 설치,영상등작품15점이등장한다. “3층 구조갤러리에방을3개만들려고요.까만방,하얀방, 회색 방.” 사실이번전시는4년전갤러리현대에서열린<까만방,하얀방…>의연장선으로이번전시는‘…’의의미를푸는전시가될거라고그는말한다. “카메라뷰파인더로사실은보지만진실은보지못하죠.진실은그너머의필름만이알고있어요.”눈으로보는사실이아닌필름너머의진실.그필름의시선을경험하는전시가될거라고그는덧붙인다. 9월에열릴오스트리아빈전시,이스탄불사진축제, 12월멜버른트리엔날레등그의일정은이미포화상태다.그와중에작업실공사까지벌이고있으니. “홍은동일대를돌다매물로나온고물상터를발견했어요.그날바로 계약했죠.” 골목길의맨 뒷집.더구나주변에는나무와숲이작은터전을건네니작업실로선금상첨화다.물론거창한작업실은아니다. “이제 터다지기가끝났고9월이면완공될거예요.컨테이너4동이전부예요.ㅁ자구조로한가운데중정을만들고중정위에천을얹어휴식공간을꾸밀참이에요.”영화감독이준익이,언덕을넘으면문재인대통령이,그옆으로는자신이자리한다며홍은동작업실의뿌듯함을농으로풀어놓는다. “뉴욕맨해튼의상징하면뭐가떠오르죠? ‘애플’이죠.센트럴파크에어린사과나무를심고뉴욕과함께자라나는나무프로젝트로구상중이에요.해마다사과가열리면경매를해서젊은작가를후원하는퍼포먼스도하면좋고요. 아,캔버스천을경매해에코백을만들수도 있죠.” 자신의넘치는아이디어를풀어놓는그의얼굴은어느때보다신나보였다.사실그의뉴욕프로젝트는이미송도에서먼저현실화됐다. ‘자라나는 조각(Growing Sculpture)’ 프로젝트가그것인데, 나무뒤에캔버스를설치하고세월에따라자라나는나무를환기시키는공공미술프로젝트다(나무가자랄때마다캔버스는교체된다).실제송도에는나무세그루를심었고,센트럴파크의포토존으로많은사랑을받고있다.

“섬프로젝트도진행중이에요.지구온난화로섬이가라앉는다고하죠,정확히말해해수가올라오는거죠.그렇게잠기는섬을촬영하는작업이에요.물론아직언제가될지알수는 없지만요.” 섬에구조물을설치하고,서서히잠기는과정을카메라에담는일. “원주민도떠나고,모두떠난섬의마지막컷을찍고떠나는거죠.종국에는바다한가운데에시멘트구조물만남겠죠.”마치다큐멘터리영화같은이프로젝트를그는힘들지만차근차근준비중이다. “제가사진가로전달되는걸원하지않아요.제게는타이틀보다메시지가중요한데,바로휴머니즘이죠.제게예술은휴머니즘을제시하는도구예요.”절대적고요와평온을품은이명호의화면.그화면너머로치열하고뜨거운그만의내러티브가웅장하게넘실댄다.이명호만의찬란한다큐멘터리,세계미술계가그를주목하는이유다.

Growing Sculpture(tree Songdo), 2015

Tree… #8, 78×294cm,종이위에잉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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