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와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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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글을쓰는사람이라는이야기를 하면, 십중팔구듣는이야기가 “부럽네요.저도글을잘쓰고싶어요”이다.그때마다내가하는대답은정해져있다. “저야말로누구보다도글을잘쓰고싶어하는사람입니다만.”글을쓰는것이경제적인의미에서든실존적인의미에서든중심에놓인나같은사람에게는 ‘글을 잘쓰는 것’이 생계와삶의질을좌우하는변수가된다.절실하게,살아남는글을쓰고싶다.글을읽을만하게쓸수있는능력은일상의삶을살아가는데무척유용하다.그러나글이라는것은거기서그치지않는다.눈을뚫고들어오는글,멱살을잡는글,뇌속으로파고들어떨어지지않는글,등골을물고놓지않는글,다리가풀리게하는글이있다는것을나는알고 있다. 내용이미처이해되기전에눈물부터솟는글이있음을알고있다.인생을좌우하는글,치유하기힘든상처의형태든온통의지하게만드는굵은뿌리의형태든읽은순간부터나를떠나지않는글이있음을알고있다.아마도그런글때문에내가글을쓰는사람이되었을것이다.그런글을쓰고싶어서. 우치다다쓰루는글을써낸분량으로따지면누구와도비교하기힘들만큼독보적일것이다. ‘일본최고의지성’, ‘일본의대표적인사상가’라해도과언이아닌그는일본사회와교육에대해수많은글을써 냈다. 불문학교수로서정년퇴임전마지막학기에진행한강의 ‘창조적 글쓰기’를 바탕으로쓴이책에서그는자신이그동안주로다룬주제들이아니라바로읽기와 쓰기, 그가평생해온작업에대해 이야기한다. 그의강의는여느평범한글쓰기강의에서다룰법한주제를훌쩍뛰어넘어바로글쓰기의본질로들어간다.

“수십 년에걸쳐현명함과어리석음이뒤섞인채신물날정도로다양한글을읽고또스스로대량의글을써온결과,나는‘글쓰기’의본질이‘독자에대한경의’에귀착한다는결론에도달했습니다.실천적으로말하면그것은‘마음을다해이야기하는’것입니다.”첫수업에밝힌이결론에어떻게도달하게되었는지,마음을다해이야기한다는것이어떤뜻인지그는반년에 걸쳐 풀어낸다. 전방위적으로 흐르는 이야기는 흩어졌다 모이면서굵은밧줄처럼일관되게하나의결론을향한다.입시와시험중심의글쓰기에익숙해합격최저선을상정하고이정도면되겠지,하는안이한마음으로글을써온이들의한계를두들겨부순다.

그는저자와독자,텍스트에대해서우리가안다고생각하는것을새롭게도마위에올린다.글은저자가이미알고있는것을옮긴것에불과한가?아니다. 글은정신적인노동에한정되는것일까?그럴 리가. 상식적이라고생각했던것들이부서져나가면서읽기와쓰기에대한인식은확장된다.그가메시지에서가장중요한것은‘수신자’라고말할때,그저글만매끄럽게써서어느누구든쉽게이해할수있게만들어내면되리라여긴안이한독자는두손들고만다.

그가그런결론을얻은것은에마뉘엘레비나스의책을처음접했을때의경험덕분이다.프랑스어도어렵고,유대교에대해서는아무것도모르고,책에등장하는고유명사와철학적용어가무슨의미인지도알지못하는젊은학생은책의내용은거의이해하지못했지만 “내 말을들어달라”고간청하는저자의뜨거운마음만은분명하게알수있었다고 한다. “이것이바로 ‘전해지는 언어’에 대한 원체험입니다. 전해진것은언어의내용이아니라언어를전달하고싶다는열의입니다.그것은뇌가아니라피부로전해졌습니다.”그경험은그가이후쓰는글에깊은흔적을남긴다.이책은글에대한 이야기이지만, 삶에대한이야기이기도 하다. 그의주장에따르면언어는도구가아니기때문이다. “우리가언어를사용한다기보다는우리자신이언어로만들어져있습니다.우리가언어를지배하고있는것이아니라오히려우리가언어에지배당하고있습니다.언어는우리의 피이자 살이고, 뼈이자 피부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살아남는 글을빙자하여, 우리에게살아남는법을 이야기한다.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를“누가살아남는가”로바꿔도될만큼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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