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로사는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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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집안을 정리하다가 리 빙룸 한 쪽 구석에 세워 놓은 앤 티크 시계를 발견했다. 배터리 가없어서도그랬겠지만 헐거워 진 못 때문에 시계가 벽에 떨어 지면 위험할까봐 내려놓고는 까 맣게 잊고있었던것같다 . 못을 새로 박고 배터리도 새로 끼워 주고 말끔히 닦아 달아 보니 보 기에 좋다 . 황금빛의 동그란 아 날로그 시계의 물 흐르듯 돌아 가는 초침은나와함께숨쉰다 . 시계 머리 위에 매달려있는 조 그만 종이 쳐주는 종소리는 내 심장의 박동과 맞물려 내가 살 아있음을느끼게한다. 디지털이대세인요즈음아날 로그 시계가 먼 옛 향수를 다시 불러일으켜 주기는 했지만 그것 은 잠시일뿐 지금 이 순간에도

뒤를 돌아다보지 않은 채 앞으 로만 달려가는 시간의 냉정함이 얄밉다 . 시간은 무심한 듯하지 만 정확해서 한치의 타협도 없 이 움직이며 우리 삶에 누가 옳 았는지누가틀렸는지모르는채 질책이나 판단 없이 오로지 자 신의 임무에만 충실하다 . 그래 서 흔히 우리는 시간만큼은 어 느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하는 게아닐까.

이런 저런 상념에 젖는데 땡 땡하는 종소리에 얼마 전 갔었 던청소년으로 구성된 기금마련 오케스트라음악회가 생각이 났 다. 지휘자가 나와 멤버 아이들 을하나하나소개하고 연주곡목 을간단히설명하면서음악에대 한이런저런얘기도해주었다. 메트로놈은음악에있어서박 자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음악기 기이지만 때론 거추장스러워 오 히려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보는 것이 창작세계에 도움이된다던 말. 프렌치 호른을 든 학생에게 메트로놈이 정해준 박자대로가 아닌 마음대로 음을 늘리고 줄

김학천 여 불어보게 하면서 느낌이 서 로다르지않느냐고하던말.

확실히 그랬다. 룰이란 질서 를 위해 있는 것이지만 거기에 너무 얽매이기 보다는 그것으로 부터 자유로워지는 여유도 필요 하다. 메트로놈이 똑딱 똑딱 소 리를 내며 좌우로 왔다갔다 알 려주는 박자는 시간만큼이나 정 확하고 규칙적이다 . 그렇지만 그 박자도 가변성이 있어서 한 박자가 반 박자가 되기도 하고 때론 두 박자가 되기도 한다고 하지않던가.

그러고 보면 시간 또한 결코 규칙적인 것만은 아니다. 모래 시계를 보자. 처음 모래시계의 윗부분에 모래가 가득 차 있을 때는 잘록한 허리를 통해 아래 부분으로 빠져나가는 모래의 속 도가 매우 느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얼마 후 윗부분이 거의 다 비어질 때쯤이면 아래로 빠 져나가는모래의속도가매우빨 라보인다.

시간은 우리가 어떻게인식하 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있 다.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있 는 1시간은 마치 1분처럼 느껴 지지만 뜨거운 스토브 위에 손 을 올려놓은 1분은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질 것이다'라고 아인 슈타인이말한것처럼시간은매 우 탄력적이다 . 그런데 이런 탄 력 있는 불규칙성이 질서를 허 물어뜨리기는 커녕 오히려 여유 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즉 박자가 유연성을 가 질때 새로운 세계의 느낌을 맛 보듯 우리의 삶도 여유를 가질 때더탄력을 받을것이다 . 마치 심장 박동이 우리의 감정과 컨 디션에따라조금달라진다고해 서 병든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 래야 더 건강에 도움이 되고 삶 이더감칠맛이나듯이. 다시 땡 땡- 하고자정을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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