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Korean)

한국인은 왜 영화 감상을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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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왕위안타오(王元濤)

한국인이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은 통계 수치가 증명한다. 최근 5년 동안 한국의 영화 관객 수는 매년 2억명 이상을 기록했다. 인구 5천 만명으로 계산하면 일년에 1인당 평균 4편을 보는 꼴이다. 반면중국은 1편도 채안 된다.

한국인은 왜 영화를 좋아할까? 필자는 베이징에서 근무하는 한 한국인 친구에게 물은 적이 있다. 질문을 받은 그는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쳐다보는 것이마치 내가 이상한 질문이라도 한 것 같았다. 그는 한참 생각한 끝에“재미있잖아”라고 대답했다.

그의 짧은 대답에 진리가 숨어있다.소설, 연극, 영화, 텔레비전이든 재미있는 것이 최고다. 최근 몇 년 중국 영화는 놀랄만큼 발전해 호황을 누린 게 사실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한국 영화는조금 더 성숙해 보인다. 특히 몇몇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경우 구상이 훌륭하고따뜻하면서 유머가 있고, 영화 언어가자연스럽다. 또한 할리우드처럼 형식화되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 영화는 종류가 다양하다. 종류별로 위로는 고전이, 아래로는 B급 영화가 있다. 예를 들면 로맨틱 코미디에는 <엽기적인 그녀>가, 미스터리에는<살인의 추억>이, 스릴러에는 <괴물>이,전쟁영화에는 <태극기 휘날리며>가, 정치윤리 영화에는 <변호인>이 있다. 너무 많아서 밤을 새서 말해도 모자란다. 메뉴판에 메뉴가 많으니 관객은 각자의 취향에따라 영화를 선택하면 되고 자연스럽게박스오피스 전체가 활성화된다.

유일한 예외라면 김기덕을 들 수 있다. 국제적인 감독이지만 참담한 흥행 성적에 익숙하다. 하지만 그의 영화 중에도재미있는 것도 많다. <빈 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같은 영화는 철학적 사고와 생존의 어려움을 정교하게 융합해서 가히 최고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한국인은 왜 김기덕 감독을 좋아하지 않을까? 필자의 또 한 친구의 말이 아마도 한국 관객의 기본적인 생각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친구는 안 그래도인생이 고달프고 삶이 답답한데 영화를보면서까지 감정을 소모하고 싶은 사람이어디 있겠냐고 말했다.

한국 영화가 왜 재미있냐고 묻는다면‘직업 의식이 투철한 감독, 우수한 연기자’라고 한 마디로 답할 수 있을 것이다.한국의 황동혁 감독은“우리가 열심히 하는 이유는 세상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당신에게 애정이 있어야 영화에도 애정이 담긴다. 어두운 극장에 앉아있는 관객은 영화를 한 눈에 꿰뚫어볼 수 있는 날카로운 눈을 가졌기 때문에딱보면느낄수 있다.

한국에는 좋은 배우가 많고 배우마다 개성이 넘친다.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로 우위를 매길 수 없으며, 각자 성향에 따라 다양한 개성을 가진 배우를 좋아하면 된다. 필자의 경우 한효주를 좋아해서 그녀가 출연한 영화는 절대 빼놓지 않는다. 극단적인 예도 있는데 필자의 작가 친구인 추이추핑(崔楚平)은 하루라도 전지현을 찬양하지 않으면 온몸이 아플 지경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한국 영화계에서는 굉장한 활약을 하는 조연 배우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대표>의 성동일, <도둑들>의 오달수, <해적>의유해진 등은 대부분‘천년 조연’이라고할 수 있다. 그들은 훌륭한 연기로 든든한 뒷받침 역할을 하여 한국 영화에 크게기여했다.

사회적 관점에서 한국인이 왜 영화를 좋아하는지 분석해야 한다면 소재에 성역이 없다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현실을 직시하면 자연스러운 감동이 있다. 예를 들어 영화 <도가니>는 광주의 한 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했다. 영화 상영 후 비난 여론이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수백만 시민의 강력한 요구로 정부는 예전의 사건을 다시 조사했다. 그리고 국회는‘도가니 법’을 통과시켜 아동·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처벌을 강화했다.

또한 한국은 엄격한 등급제를 시행해영화 제작의 제한을 줄였고 자유롭게 좋은 영화를 추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성인은 성인 등급 영화를 보고, 미성년자는미성년자의 영화를 보면 된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중국에서는잘이뤄지지 않고 있다.

필자는 박스오피스 통계 방식에서 한국과 중국이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에주목한 적이 있다. 중국은 금액을 계산해걸핏하면 몇 억, 몇 십 억위안이 등장한다. 반면 한국은 관객수를 계산해 천만클럽에들어가야성­공했다고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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