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자유이동으로 도시화의 난제를 풀다
<대국대성(大國大城)>
글|장진원( 張勁文 )
지금 중국의 도시들은 각각‘얼음과불’의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듯 하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대도시에서는 인구가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이치솟고 스모그와 교통체증이 날로심각해지고 있다. 반면 3·4선급 도시에서는인구가 감소하고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독거노인과 부모의 맞벌이로 혼자 지내는 아이들이 농촌의 대명사가 된지도 오래다. 중국의 도시화는 이제 막 절반의 문턱을 넘었지만, 대도시의 병세와 농촌의 은통(隱痛)은 이미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했다. 그렇다면 문제의 원인은 어디에 있고해결책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상하이 자오퉁(交通)대학교 루밍(陆铭) 경제학 교수가 그의 신간 <대국대성>에서 자신만의 방법을 제시했다.
경제학자 왕딩딩(汪丁丁) 교수는 루밍교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그는동 세대 경제학자 중의 사상가이다. 루밍의경제학 서사는 교리주의적 경제학을 뛰어넘었다.루밍의설명안에서중국의경험은경제학자들이이해할수없는전설이아니다.”
<대국대성>에는 루밍의 학풍이 그대로녹아 들어있다. <대국대성>은 대논문 성격을 띤 책으로, 루밍은 진지한 학술적 태도로 세계 중요 경제체의 도시화 과정에서나타난 다양한 현상과 발전추세들을 구체적 사례로 들며중국 도시화의 문제점과비교했다. <대국대성>은 또 한편의 기행문이라고도 할수 있겠다. 저자가 중국 중서부지역을 시찰하며 파악한 생생한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기때문이다.
실제로 책을 통해 독자는 중국 경제발전 과정에 일어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대도시에서의 직장생활을 꿈 꾸는‘바링허우(80後, 1980년대 출생자)’,도시발전의미래에대해의구심을갖고있는 택시기사, 공업단지를방치해놓고한숨을 쉬고 있는 지방 관료들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들 안에서 중국도시 미래의 향방이 정해지고 있고, 도시발전 중 난제 해결을 위한 답이 숨어있다고루밍은 말한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중국 공업 및 서비스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90.5%에 달하고, 도시화율은 56.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달성한 경제발전 수준과 비교해 현재 중국의 도시화율이 10%p가량 뒤쳐져 있음은 이미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다. 이에 대해 루밍은 <대국대성>에서“이 같은 구조적 모순이 나타난 원인은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로막는 행정제도 때문”이라며“이로 인해 중국의 도시화가자본축적이견인하는공업화에비해크게 뒤쳐지게 된 것이고, 따라서 중국 경제발전 잠재력이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우리는최근몇년간의중국대도시발전계획에서‘인구수통제’같은지표를 보아왔고, 인구의 3·4선급 도시로의 유입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제정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이지나도록‘대도시병’은근절되지않았고일부 일선도시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반면3·4선도시의신규공업단지및신도시들은여전히비어있고,부동산재고해소압력도날로커지고있다.
루밍은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행정적 간섭으로 인구이동을 제한하는 것은바람직하지 못하며, 도시화에 따라 일인당 GDP가 꾸준히 제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경제발전의 지역적 구분을 없애고, 토지·노동력·자본 3대 생산요소의자유로운이동을촉진해이것들이경제적 효율이 더욱 높은 대도시로 전이될 수있도록하는것이야말로국가경제발전수준을제고하는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경제요소의 집중과 노동력의 자유로운이동으로 지역간·도농간‘1인당 GDP’의균형적 발전을 실현할 수 있고, 나아가 집중안에서 균형을 이루는 길을걷을수있다고 설명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의경제학교수겸콜롬비아대학교지구연구소아시아프로젝트주임 후융타이(胡永泰)는 <대국대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중국 경제발전의 잠재력은 의심할 바없는 사실이다. 그러나도시화라는방식으로그잠재력을충분히발휘하고자한다면중국의도시화정책은더욱국제적인시각으로외부의경험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과학적 논리와사실을토대로어떤경험이배울만한것인지 판단하고, 중국의 실제 상황을 고려해그같은 경험과 방식을 소화해야 한다. 바로이 부분에서 <대국대성>의 중요한 가치를발견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