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거이(白居易) - 야설(夜雪)
글ㅣ임명신( 한국 )
已訝衾枕冷 複見窗戶明 夜深知雪重 時聞折竹聲 다.‘한(寒)’자가 아닌다른시어로눈의또다른특징을표현했다. 이 구절은 주제에 부합된다.‘이부자리가 차갑다’고 느낀 것은 밤이 되어 시인이 이불을 덮고 누웠음을 설명함으로써‘밤눈’이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복견창호명’은 시각적인 측면에서 밤눈을 한층 깊이 쓴 것이다. 밤이 깊었는데 창문밖이 밝다는 것은 눈이 많이 내려 쌓인 눈에 달빛이 반사돼 환하게 비췄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과 주변을 묘사했지만 실은모두밤눈에관한 것이다.
후반 두 구절인‘야심지설중, 시문절죽성’도 주변을 묘사했지만 청각으로 각도를 바꿔 써내려갔다. 쌓인 눈에 대나무가지가 부러지는 소리를 듣고눈이 내리는 기세가 강하다는 것을알수 있다. 시인은 일부러‘절죽(折竹)’이라는 시어를선택함으로써‘중(重)’자를 쓰지않고도의미를 표현했다.‘대나무가지 부러지는 소리’가‘한밤중’에‘이따금 들린다’고 표현함으로써 겨울밤의 고요함을 나타냈다. 더 중요한 것은 깊은 밤잠못 이루는 시인을 묘사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저‘이부자리가 차가운’것이 아니라 강주로 좌천된 시인의 고독한 마음을 나타낸 것이다. 시인이 자신의 독특한 느낌을 실감나게 써내려갔기 때문에 <야설>에 함축적 의미와 독특한 풍격이 더해졌다.
이시가 참신하고 독특한 이유는 첫째 착상이 속되지 않다는 것에 있다. 눈을 노래한 시 중 밤눈을 쓴 것은 많지 않다.이는 눈의 특징과 관계가 있다. 눈은 소리와 냄새가 없어 그저색깔, 형태, 모습을 보고 분별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깊은밤 인간의 시각은 그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해 자연히 눈의 형태를 포착할 수가 없다. 시인은 바로 이 특수한 상황에서 출발해주변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촉각(냉(冷)), 시각(명(明)), 감각(지(知)), 청각(문(聞))의 네 가지 층위를 차례로 서술함으로써느낌을 확장시켰다. 이로써 밤눈을 생동감있게 그려낸 것이다. 이 시는 색감을 형상화하거나 모습을 묘사하지 않아 처음볼 때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찬찬히 음미해보면 묵직하면서도 고풍스럽고, 참신하면서도 우아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이 시는 소박하면서 자연스럽고, 평이해 시인의 쉽고 막힘 없는언어의특징을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