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Korean)

여친의 달콤한 호칭‘돼지머리!’

글|조용성(한국아주경제신문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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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지 말라. 언젠가 사석에서 만났던 한 중국인 여성은 자리에 동석해있던 남친을‘주터우’라고 불렀다. ‘주터우(豬頭)’를 직역하면‘돼지머리’ 쯤 되겠다. 이 여성의 표정은 그야말로밝고행복에 넘쳐났었다. 그말을들은 남친 역시 결코 싫지 않은 듯 만면에 웃음이었다. 이 커플에게‘주터우’는그저 애칭이다. 남친은 여친을‘슝마오(熊貓, 판다)’라고 부른다고 했다. 둘사이에서 어떤 애칭을 사용하는지는 둘의 자유다. 또한 애칭을 둘 사이에서만쓸지, 바깥에서도 사용할지 역시 그들의 자유다. 다만 놀란 것은‘돼지머리’로 직역되는 단어를 애칭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남친들은 아무리 애칭이라도‘돼지머리’라는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에서의돼지는 한국에서의 돼지와 이미지가 다르다. 중국에서 돼지는 복스러우며 통통하고 귀여운 이미지가 있다.

남친을‘주터우’라고 부른다는 이여성은“주터우는 귀엽고 사랑스러운느낌이 있다”면서도“난 남친을 주터우라고 부르는 걸 좋아하는데, 남친은 자신을‘라오궁(老公, 남편)’으로 불러달라는‘과도한’요구를 늘어놓는다”고 했다. 이여성은 돼지를 소재로한애칭을사용하­는 중국 여친들이 꽤 많다고 했다. 살찐돼지라는 뜻의 페이주(肥豬),작은 돼지라는 뜻의 샤오주(小豬), 저팔계(豬八戒), 주라오궁(豬老公, 돼지남편), 주주(豬豬) 등도 연인사이에서 애칭으로종종 등장한다.

중국에서 남녀가 친해지기 시작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한국으로 따지자면‘선배’나‘대리님’‘과장님’이‘오빠’로 바뀌는 시점이라 할 수 있겠다. 중국에서도 예전에는 이 단계에서 오빠라는 뜻의‘거거 (哥哥)’혹은‘거(哥)’라는 단어가 자주사용됐다고 한다. 지금도 거거라는 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름을 부르다가 감정이 더 깊어지면 변형된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다. ‘아(阿)’나‘샤오(小)’라는 귀여운 단어에 상대의 이름 중 한글자를 붙인 칭호를 쓴다거나, 이름 중 한글자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식이다. 예를 들면 아쥔(阿俊), 샤오란(小蘭), 링링(玲玲), 란란(蘭蘭) 등이다. 남방에서‘아(阿)’는 남녀사이가 아니라도 사용된다.

감정이 더욱 깊어지면 바오베이(寶貝), 바오바오(寶寶), 허니(honey), 베이비(baby) 등의‘닭살스런’칭호가 등장한다. 여성이 남성에게 친아이더(親愛的), 머머다(麼麼噠), 라오궁 등의 칭호를 사용한다면 이 둘의 관계는 상당히깊은 상황이라고 할수 있겠다.

이 정도 관계가 되면 주터우같은개성적이면­서 애칭들이 등장한다. 샤오사과(小傻瓜, 바보), 번단(笨蛋,바보), 야터우(丫頭, 계집아이), 샤오예(小爺, 도련님), 뉘왕(女王, 여왕), 뉘선(女神), 구이페이(貴妃, 귀비), 황상(皇上, 황제), 샤오라오수(小老鼠, 생쥐), 샤오다이과(小呆瓜, 바보), 샤오빙치린(小冰淇淋, 아이스크림), 셴뉘(仙女, 선녀), 위뉘(玉女, 옥녀), 샤오마췌(小麻雀, 참새) 등 애칭은 셀수 없이 많으며, 향후에도 새로운 칭호들이무한히 생겨날 것이다. 연인들, 혹은부부들이여. 그동안의 재미없는 호칭은 버리고, 창의력 넘치고 새로운 자신들만의 닭살애칭을 만들어 보시라. 또아는가. 이를 계기로 생각지도 못했던최고의 인생이 펼쳐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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