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뻗어가는중국애니메이션
지난달 12일‘안시(Annecy)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프랑스 남동부의 작은 도시 안시에서 개막했다. 이번페스티벌에서는 중국 콘텐츠가 큰 이목을 끌었다. 주빈국이기도 한 중국은 장편부문에 국산 애니메이션‘나의 붉은 고래(大魚海棠, Big Fish & Begonia)’를 출품했다.
최근 수년 간 중국 애니메이션은 국제 애니메이션 수상 후보작으로 여러 차례 지명되는 등 다시 한번 국제 애니메이션계의 주류로 편입되려는 모습이다. 지난 몇년 간 해외 애니메이션과의 경쟁 및국가의 정책적 지원 속에‘희양양과 회태랑(喜羊羊與灰太狼, Pleasant Goat and Big Big Wolf)’,‘부니 베어(熊出沒, Boonie Bears)’,‘몽키킹(大聖歸來, The Monky King: Hero is Back)’등중국의 우수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들 작품은 해외 각지에서 판매되며 세계에 중국 콘텐츠의 화려한 발도장을 찍고 있다.
경쟁이 일으킨‘메기 효과’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초기, TV수상기보급률은낮았지만아동을위한‘소인서(小人書, 어린이용 이야기 그림책)’나‘연환화(連環畫)’등의 이야기그림책위주의만화작품은 빠르게 발전했다. 당시 역사적 사실이나 전해져 오는 이야기, 혁명전쟁 등이주요소재로다뤄지며‘화목란(花木蘭)’, ‘대요천궁(大鬧天宮, The Monkey King)’등뛰어난작품이탄생하기도했다.
개혁개방이후 TV수상기 보급이확대되자 만화는 점차 애니메이션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해외애니메이션도수입되며강한‘메기 효과’를 일으켰다. 즉 해외 경쟁작품들속에서살아남기위해국내애니메이션업계가분발하며나서기시작한것 이다. 그 결과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조롱박 형제(葫蘆兄弟)’,‘검은고양이 경장(黑貓警長)’,‘나타요해(哪咤鬧海, Prince Nezha's Triumph Against Dragon King)’,‘보련등(寶蓮燈, Lotus Lantern)’등 훌륭한 작품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일본이나 미국의‘디지몬’, ‘원피스’,‘배트맨’등 기발한 상상력과창의력이 돋보이는 작품에 비하면 여전히한참낮은시장점유율을 보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애니메이션 소재가 전통적인 역사적 일화에만 집중되면서 시대적 참신성이 떨어졌고, 그당시애니메이션강국인미국이나일본등에비해중국의 경제·사회적 수준이나 개방 정도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었던 점을 그 원인으로 지적한다.
“작품성은 그 작품 뒤에 막강한 팀의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중국 애니메이션의 실력은 사실 그리 떨어지지는않는다. 과거에는 중국에도 우수한 미술 팀과 스토리 라인팀이 있었고, 뛰어난 작품들도 많았다. 경제발전의 각도에서 보면계획경제시기작가들은경제적으로안정적인보장을받았기때문에창작에만매진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앞서 말한 성과를거둘수 있었다. 하지만 개혁개방과 경제발전이추진되고점점시장수요가커지고 다변화되면서 과거의 체계로는 인재를제대로 뽑아 키우기가 어려워졌다. 또 중국의문화국유기관개혁이시작되던시기시장메커니즘 안정화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못해애니메이션인재의발굴과배치가힘들었던 점도 원인이다.”완저(萬喆)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국제협력센터 수석이코노미스트의 말이다.
창의력과기본역량제고에주력해야
이런 애니메이션 산업의 내부적 문제해결을 위해 관련 당국은 여러가지 장려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2006년 중국재정부, 교육부, 과학기술부, 문화부 등
관련 부처는‘중국 국산 애니메이션 산업활성화에 관한 몇가지 의견’을 공동 배포했다.
향후 5~10년 간 중국 국산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제작량을 크게 늘리고, 제작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며, 기술혁신력을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우수콘텐츠를양산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와더불어애니메이션 사업의 발굴과 제작 역량을 세계 애니메이션선진국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중국 내 주요 시장에 진입함과 동시에 세계시장으로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수 작품의 해외진출을위해번역·제작경비를 지원하고, 해외전시회참가를장려하는정책을마련했다. 또 애니메이션 기업에게 정책금융을지원하고, 애니메이션을 수출하면 수출세를환급하거나면제하는등의각종구체적인수출장려정책도 제시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0년 프랑스‘칸 영화제’에서 한이탈리아 배급사는 중국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5개나‘통 크게’사들였다. 관련 담당자는 서유럽 주요 방송국을 통해 이 작품들을방영할계획이라고 밝혔다.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유명한 광둥(廣東)성에서도 우수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있다.‘희양양과 회태랑’과‘부니 베어’시리즈는이미많은돌풍을일으키며국내외 TV시청자들에게 매우친숙한콘텐츠로자리잡았다. 이뿐만 아니라 도서, 잡지,연극, CD 등 각종 연계 상품을 통해서도적잖은수입을올리고 있다.
이들작품은해외진출에적극나서고있다. 2009년‘희양양과 회태랑’은 미국CATV 산하‘니켈로디언 어린이방송 아시아채널’에 상륙해 아시아 13개 국가에서영어로 방영되고 있다. 2010년‘희양양과회태랑의즐거운 일년’은 디즈니채널아시아지역 52개 국가에서 10개가 넘는 언어로 방영됐고, 인도에서는 각 지역 방언으로 방영되기도 했다.‘희양양과 회태랑’은2014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은물론미국과캐나다의화교방송국에진출해중국어로 방영됐다.
또‘부니 베어’의 제작사는 이란과 우크라이나에관련캐릭터를주제로한테마파크를열기까지 했다.
우수인재 육성이 관건
중국 국산 애니메이션의 역량 강화는지역경제발전과선진화에도톡톡히기여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작년 전세계160개국에 수출된 광둥성 콘텐츠 상품의수출액은 418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 출판, 게임, 콘텐츠설계, 설비제조 등 여러관련산업에서도글로벌경쟁력을지닌주요수출기업과브랜드가 생겨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처럼 국내외에서승승장구하고있는중국애니메이션산업에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베이징 지역을 예로 들면,지식집약형 산업인 애니메이션 업계에는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의 인재가 부족하다. 첫째, 창의성을 갖춘 고급 인재이다. 현재 애니메이션 기업에는 복제형과모방형 인재가 주를 이룬다. 혁신형 인재가상대적으로부족한탓에기발한콘텐츠가 나오기 어렵고 기업의 경쟁력도 떨어진다. 둘째, 관리형 인재이다. 애니메이션게임 기업은 전통적 기업과 비교했을 때분산된형태의개별업무와간단한협업형태의집단업무및집중된사회업무가혼재 되어 있다. 아이디어형 인재는 업무 독립성이 강하고 이에 대한 감독이 어렵기 때문에 관리형 인재가 필요하다. 셋째, 경영형 인재이다. 아이디어형인재라할지라도시장운영면에서는종종역량이모자라는경우가 있다. 따라서 훌륭한 아이디어를산업화·시장화할 수 있는 경영형 인재의육성이 필수적이다.
완 이코노미스트는“애니메이션도 산업인 만큼, 철저히 시장의 검증을 받아야한다. 중국애니메이션종사자들은대외개방을 통해 해외 애니메이션 산업 동향과트렌드를파악하기도 하지만, 동시에이것이 하나의 자극이 되기도 한다. 이것이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결점을 보완하며다른사람의성공사례를벤치마킹하는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같은경우에니메이션제작산업이완벽한가치사슬을이루고 있다. 홍보나연계상품개발과관련한기획력도상당히안정된편이기때문에상업화가빠르게이루어질수있었다. 물론각 산업마다 성장 법칙이 있기때문에한번에모든것을 달성할 수는없을 것이다. 중국 국산 애니메이션은 기술적수준은점점높아지고있으나스토리구성이나서술면에서는아직부족한점이많다. 우리 스스로 잘한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직시하고, 보다 세분화된 노력을 통해전체산업의장기적인발전을도모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