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杜牧)-칠석(七夕)
銀燭秋光冷畵屛 輕羅小扇扑流螢天階夜色凉如水 臥看牽牛織女星Yínzhú qiūguāng lěng huàpíng , qīngluó xiǎoshàn pū liúyíng Tiānjiē yèsè liáng rú shuǐ, wòkan qiānniú zhīnǚxīng은촉추광냉화병경라소선박류형천계야색량여수와간견우직녀성
촛불에깃든가을빛이싸늘한병풍을비추는밤,작은비단부채로반딧불을 밀어내노라.
밤기운이서늘한물처럼흐르는하늘,드러누워바라보네견우성 직녀성…….
늦여름 초가을의 정취를 노래한 두목(AD 803-853)의 칠언절구<칠석>. 여름철을 배경으로 하지만 무더위를 잊게해주는 작품이다.보고픈 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견우와 직녀의 사연을 떠올리며 애틋한 감상에 젖게 될 지도 모른다.‘추석’이라는 별칭이 있으나 이는‘한가위(仲秋節)’가 아니라글자 그대로‘가을밤’이라는 뜻이다.‘칠월 칠석’은 보통양력 8월 하순, 일교차가심한중국서북지역내륙의장안(현재의시안<西安>)이면제법선선한밤기운을느낄만하다.
‘冷畵屛’‘凉如水’…… 쓸쓸한 주인공의 내면풍경이 읽힌다. ‘輕羅小扇’, 무더위가 한풀 꺾인 마당에 왠 부채? 그렇다,‘철 지난 부채’란 소외된 처지를 암시하는 소품이며 부채로 반딧불을 쫓는동작은덧없이흐르는시간을견디는습관적인 몸짓이리라.
칠석날 누워서 바라보는 밤하늘,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견우성직녀성이니,밤기운에젖어드는것은필시그리움일터.“서늘한물처럼흐르는밤기운”이란은하수를포함해그여름밤을감싸는정서적·물리적 분위기의 촉촉함을 적시한다. 견우직녀의 사연이 화자의고독을일깨우며이에감정이입된독자는한없는상상의나래를펼치기 마련이다. 28개 평이한 글자들의 놀라운저력이아닐수없다.일년에한번견우와직녀가오작교를건너만난다는칠석.별자리운행에따른천문현상을러브스토리로재구성해낸한자문명권고대인들의 감수성이 멋스럽다. 이날전후로 비가많이 내리는것을견우직녀의눈물로해석하는것또한고대인다운이해방식이다.
신분장벽 등 갖가지 역경을 넘어 맺어지는 연인들의 이야기는동서고금널리존재한다.결혼에골인해“그리하여그들은오래오래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동화나 전설이 있고, 이후의 갈등을 그림으로써 인생의 리얼리티에 육박하는 문학도 있다. 견우직녀 이야기는 단순한 동화적 해피엔딩이 아니며, 그렇다고 절망적인 비극성을띠지도않는다.이들의반복되는이별과재회는진부함과설렘이공존하는삶의본질을일깨운다는점에서오히려신선하다.까마귀(烏)와 까치(鵲)들이 온몸으로‘다리(橋)’를 만들어낸다는 대목역시우주의다른일부와의교감과조화라는색다른감동을준다.
견우성 직녀성으로 통하는 별 알테어(Altair)와 베가(Vega)는 각각 독수리자리,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이라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별의 밝기 및 위치, 옛 성도(星圖)의 기록 등으로 미뤄볼 때 전설 내용에 부합하는 견우성은 염소자리의‘다비흐(Dabih)’라는 주장이 있다. 비천한 목동 견우와 천제(天帝)의 딸직녀라면 별의 밝기 역시 신분에 어울리게 차이가 나야 옳다. 직녀성은 천제가 머문다는 북극 가까이에, 견우성은 은하수 바깥쪽외진 곳에 있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알테어와 달리 3등성에 불과한 다비흐는 현대로 올수록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고, 눈에 잘 띄는 알테어를 견우성으로 인식하게되었다는 설명이다.
견우성이원래어느별이었냐는이미상관이없어진지오래인지싶다.중요한것은견우직녀의사랑과운명에대한깊은공감이수많은시편을수놓고수천년동안동북아시아사람들의가슴과생활문화에아로새겨져왔다는사실이다.동북아각국의사정에약간의차이는있다.전통과의단절이상대적으로적은일본에는유구한역사의‘타나바타마쯔리(七夕祭)’가있다.한국은15세기남원광한루에오작교가세워져<춘향전>에등장하지만산업화시대를거치며칠석의존재감은거의사라졌다.중국역시신중국체제이래한국과비슷한상황이었으나점차문화상품화하고있다.최근칠석은중국판밸런타인데이‘칭런제(情人節)’가되어대중문화및상업주의와떠들썩하게결합한상태다.칠석의전설이비극적연애이기만했다면이런식의현대적복원은어려웠을것 같다.
두목, 자는 목지(牧之)로 산시(陝西)성 장안 출신이다. 칠언절구에능했으나문부(文賦)도 잘지어대표작 <아방궁부>가 있다.군사부문에 주목하여 다수의 관련 논문과 <손자>의 주석을 남기기도했다. 그러나그는예나지금이나탁월한시인으로먼저 기억된다. <번천문집(樊川文集)> 20권 가운데 4권이 시집이다. 조선시대선비들에게는유교적애민정신을구현한교과서적존재로두보가 있다.동시에 두목은 사대부적 품격과 재자(才子)다운 감성을 겸비한 시인으로 사랑받았다. 두목의 시편들이 동북아 한자문명권에서 오랜세월,계급과계층을초월해인기를누려온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