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Korean)

장자제-기이한산과맑은물,소수민족의풍취

- 글|천커(陳克) 사진|사도타마코(佐渡多眞子)

후난(湖南)성 북서부 리수이(澧水) 중상류, 우링(武陵)산맥 한복판에 장자제(張家界)가 있다. 장자제는 기이한 산림경관을 자랑한다.‘삼천기봉, 팔백수수(三千奇峰, 八百秀水·삼천 개의 기이한봉우리와 팔백 개의 맑은 물)’로 묘사될정도다. 관광으로 발달한 이 곳의 풍경과삶의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아름답길래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 끊이지 않는 것일까?

우링위안(武陵源)의 기암괴석

‘물을 보려면 주자이거우(九寨溝)에 가고, 산을 보려면 장자제에 가라’라는 말이 있다. 장자제에는 삼천 개에 달하는 봉우리가 솟아 있고 팔백 개에 달하는 하천이 굽이쳐 흐른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은갖가지기암괴석의­풍경에압도될 것이다.또 장자제 안에 들어와 있으면 마치 신선들이사는곳에온듯­한착각마저 든다.

이처럼독특하고기이한­경관은수억년에걸친지­각운동과유수의작용으­로생겨난것이다. 1992년 장자제는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지정됐다.국제지형학회는이곳의­석영사암(砂巖)봉우리를아예‘장자제 지형’이라 명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자제는 황산(黃山)이나 태산(泰山)같은 명산(名山)에 비해 역사적인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그러다 1980년대 이름난 화가였던 우관중(吳冠中, 1919~2010)이 자신의 작품에서 장자제의가파른산봉우­리와안개가자욱이낀산­허리를묘사하면서비로­소세상에널리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림이 명성을 얻으면서장자제의 명성도 높아졌다. 불과 30년 만에장자제는중국의가­장중요한관광도시중 하나로 떠올랐다. 작년 장자제를 찾은관광객 수는 6143만명에 달했고, 수많은

여행가들이 장자제를‘죽기 전에꼭가보아야하는’여행지로 꼽는다.

장자제 관광에서 우링위안 풍경구는빼놓을 수없는곳중 하나다. 우링위안은장자제 국가삼림공원, 톈쯔산(天子山), 위안자제(袁家界), 쒀시위(索溪峪)로 이뤄져 있다. 톈쯔산 자락에서 케이블카를 타고곧장정상으로올라­가면깎아지른듯한산봉­우리가눈앞한가득 펼쳐진다. 봉우리는기다란창끝이­하나하나솟구쳐있는것­만 같고, 짙고 거무스름한 그림자는 위엄과 풍채를 풍기면서도 차분하고 고아한기운이 느껴진다. 단단한 암석 틈에서 솟아오른검푸른소나무­를보고있노라면숙연함­마저 들 정도다. 봉우리가 높을수록산등성이의 연무는 산바람이 한번 지나갈때마다 시시각각 위치와 모양을 바꾼다.봉우리가높을수록이런­변화는 가속된다.

정상에올라아래를내려­다보면이전에 알고 있던 산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뒤집는 풍경이 펼쳐진다. 겹겹이 쌓인 산등성이가끝없이이어­지며보는각도에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절묘한 경치를자아낸다. 날카로운 검 같기도 하고, 도끼나 문짝, 손바닥, 혹은 죽순 같기도 하다. 홀로 솟아 있기도, 서로 의지해 있기도 하면서 기이한 형상을 이룬다. 자신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면 산봉우리들에 새로운생명력을불어넣­을수도 있다.

부드러운곡선을이루면­서도하늘을찌를듯이곧­게뻗은몇몇산봉우리는­붓이거꾸로꽂힌모습을­하고있기도하다.전설에의하면이곳에는 700년 전 향왕(向王)이라불린토착민족의수­장이있었다고한다.그는명나라의통치를거­부하고왕국을세운뒤스­스로를왕으로칭했다.이에분노한명의통치자­는향왕과백성들을잔혹­하게핍박했고,향왕은백성들을지키기­위해높은산봉우리에서­몸을던져목숨을끊었다.이곳은향왕이몸을던진­곳으로전해진다.현지인들은향왕을기리­기위해그가생전글을쓸­때사용했던붓에착안해­이곳을‘어필봉(禦筆峰)’이라 이름 지었다.

국가삼림공원의 북부에 위치한 위안 자제는 신비로운‘판도라의 세계’로 불린다. 전세계를 휩쓸며 박스오피스 최고 기록을 세운 영화‘아바타’제작팀이 배경촬영을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절경에 흠뻑 빠진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이곳을 영화 배경으로 삽입했다. 영화 속‘판도라’에 떠 있는‘할렐루야산’은 위안자제의‘첸쿤주(乾坤柱)’를 모티브로 한다.

우링위안에서는 산과 함께 하천도 볼수 있다. 10km에 달하는 하천인 진볜시(金鞭溪)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산봉우리를 두루 휘감아 흐르며 산과 나무를 촉촉히 적신다. 기암괴석과 맑은 하천, 협곡과삼림이어우러져­한폭의웅장한산수화를­연상시킨다.

봄철 하천을 따라 산골짜기와 산등성이를 걷다 보면 색색의 꽃잎이 흩날리는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여름에는 얕은개울에서 고기를 잡거나 시원하게 물장난을

칠수 있고, 가을에는 차례로 붉게 물들어가는 삼림을 보며 맑고 상쾌한 기분을 느낄수 있다. 겨울에는 새하얀 눈이 소복이쌓여고요한정취­를 자아낸다.

산속 토착민들의 삶

장자제 시내에서 60km 정도 떨어진왕자핑(王家坪)진은 샹시(湘西)산 동북부에 위치해 있다. 높낮이가 다른 산 속에둘러싸여있고 마터우시(馬頭溪)라는 하천이 가로지르는 마을이다. 토가족(土家族)은 이곳에서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간직하며대대손손모여­살고 있다.

‘토가’라는 이름은‘깊은 산 속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산에 겹겹이 둘러싸인 왕자핑진의 스옌핑(石堰坪)촌에는900명이 넘는 토가족들이 살고 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마터우시는 밭길을 따라졸졸 흐른다. 도로 양쪽으로는 노란 유채꽃이 활짝 피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어 우러져고요한전원마을­의풍경을 만든다.

유채꽃밭 깊숙한 곳에는 고상가옥이있다. 스옌핑촌에는 장자제의 토가족 마을 중에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고상가옥182채가 남아 있다.

현지 주민인 장(張) 씨네 고상가옥은산을 끼고 지어졌다. 자그마한 청기와와진갈색 목판들이 정갈한 자태로 가만가만지나간 세월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가옥 꼭대기의 비첨(飛檐·추녀)과 교각(翹角)은 활짝 날개를 펼치는 용맹스러운 매의 모습이 떠오른다. 처마 밑의 전통 격자무늬 창과 붉은 등롱(燈籠)은 고상가옥에섬세함을더­해 준다.

정원중간에는본채가있­고,본채중간에는 손님을 맞이하거나 집안 대소사를 치르는 공간인 안채가 있다. 안채 정면 목판벽(木板壁)의 신감(神龕)에는 집안 조상들의위패를모셔두­고 있다. 왼쪽은 존(尊)을상징해 부모가 거주하고, 오른쪽은 비(卑) 를상징하기때문에자녀­가머문다.

본채의 한쪽에 있는 고상가옥은 삼면이 모두 공중에 떠 있다. 크고 굵은 기둥몇 개가 받침돌 위에서 고상가옥을 지탱하고 있다. 아래에는 통풍과 건조를 빠르게 하고 습기가 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넓은공간을 두었다.

후난성 출신의 작가인 심종문(沈從文, 1902-1988)은 그의 명저 <샹시행잡기(湘西散記)>에서“사람이 사는 고상가옥 아래 새끼 양이 울고 있다”고 서술한 바 있다. 비록 장 씨네 고상가옥 아래에서 키우는 가축은 돼지와 닭이지만말이다.

이 집에는 장 씨 집안이 4대에 걸쳐살고 있다. 장 씨는“이 집은 우리 할머니의할머니대부터­살기시작해 100년이 넘는역사가있다.많이낡긴했지만온가족­이편안하게잘살고있다”고말했다.

토가족은 자신들의 문화를 몹시 자

랑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채색 비단은토가족의 전통 공예품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이 비단은 토가족 말로‘시란카푸(西蘭卡普)’라고 한다.‘시란’은‘덮이다’는 뜻이고‘카푸’는‘꽃’을 의미한다.즉, 시란카푸는‘꽃으로 덮여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토가족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베를 짜고 수를 놓는 법을 배운다. 토가족에는 여성들이 신발 안창에 무늬를 수놓은 다음, 자신이 마음에둔 남자에게 주는 풍습이 있다. 이런 전통은 어머니에게서 딸로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왔다. 지금은 이런 전통이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여전히 많은 토가족 여성들은 신발 안창에 수를 놓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토가족 채색 비단은 구도가 과감하고꽃무늬가 다양하며, 색깔이 화려하다는점이 특징이다. 장 씨의 아내는“토가족여자들은 비단을 만들 때 밑그림 없이 상상력에만 의존한다”고 전했다. 그 섬세한 기예솜씨에감탄이절로­나올 정도다.

토가족마을을걷다보며­이따금씩징과 북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다가가면‘풀로 만든 사자(草獅子)’가 리드미컬하게 앞뒤로 움직이며 춤을추는 모습을볼수있다. 핥는 듯, 긁적이는 듯 몸을 흔드는 모양이진짜사자와흡사­하고생동감이넘친다.‘사자춤’은 마을의 노동과 생활 모습에서 비롯됐다. 매년 수확기가 되면 마을사람들은풍년과비­를기원하기위해함께모­여 사자춤을 춘다. 사자춤이 끝나면 뒤이어‘쇠스랑춤’이 이어진다. 마을 부녀자들이 손에 쇠스랑을 들고 벼를 벤 후, 볏짚을뒤집어말릴때처­럼폴짝대며노래를부른­다.

전통적인 토가족 촌락의 모습은 이러하다. 여기에는조용하고평화­로운전원과함께 질박하고 토속적으로 살아가는 토가족 사람들이 있다. 시끄럽고 복잡한 도시에질렸다면한번이­곳을방문해기분전환을­해 보자.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린 듯시원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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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을감싼뿌연연­무는‘인간세상의신선계’로서 우링위안에신비감을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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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협곡의‘유리다리’는세계에서가장길고높­은투명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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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위에올라내려다보면­스옌핑촌의정겨운전원­풍경이한눈에들어온다.불쑥불쑥솟아난유채꽃­밭은한폭의유화처럼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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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옌핑촌에있는토가족­의전통고상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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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민요를 부르며 장난치는 여자 아이들의 몸에걸쳐진것이바로토­가족고유의채색비단인‘시란푸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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