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양현 산골마을을 찾는 젊은이들
산시(陜西)성 안캉(安康)시 쯔양(紫陽)현은 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산간지대이다. 동시에 이곳은 국가에서 지정한빈민지역이기도하다.높고가파른산때문에교통이불편한지역으로,마을주민들은늘 산과 더불어 살았지만 산의‘덕’을 본적은 없다. 그런데 이런 깊은 산속 마을에들어와살기로결심한젊은이들이있다.이들은 국가의 빈곤퇴치 정책과 인터넷 시대의도래에발맞춰마을의모습을조금씩바 꿔나가고 있다. 취재팀은 이들의 어깨에서마을의미래를엿볼수있었다.초여름, 우리는설렘과 호기심을갖고‘산속의 젊은이들’을 만나기 위해 쯔양현으로 향했다.
마을에파견된젊은간부
올해 36세인 쩡순바오(曾順寶) 씨는쯔양현 당위원회 사무처에서 파견한 칭중(青中)촌의 제1서기이다. 쩡 씨는 2015년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 중앙농촌업무지도팀 사무처, 국무원 빈곤퇴치발전지도팀사무처가 배포한‘우수 기관간부의 제1서기직 농촌파견 실시에 관한 통지’에 따라우수간부로선발되어이마을에 파견됐다.
현재 쯔양현의 113명의 제1서기들은‘저소득층 맞춤형 지원’을 주 업무로 삼고있다. 칭중촌에는 총 148곳의 빈곤가구가있으며 제각각 사정이 다르다. 이 때문에쩡 서기는 한집 한집 가정방문을 통하여
이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적합한 지원정책을검토해야 한다.
왕신팡(汪信芳) 씨는 올해 54세로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29세인 그의아들역시병으로인해힘이드는육체노동을할수없는상태다.지난 3년새왕씨가족3명이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병으로 일을 못하는탓에 일가족은 가난에 몰렸다. 하지만 수년간의치료를거쳐왕씨의병세는눈에띄게좋아졌다. 마침내 쩡 서기의 도움으로 병원과 연결되어 아들도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안캉시의한전문의와연락을취해둔상태입니다.비용은일단 신(新)농업합작의료보험으로처리하고,나머지는방법을찾아보려합니다.”쩡서기의말이다.
규정에 따라 신 농업합작의료보험에가입한 저소득 가구는 1인당 매년 160위안(약 2만7000원)만 납부하면 비율에 따라 최저 60%, 최대 100%까지 병원 진료비를청구할수 있다.
칭중촌은 여름철이 시원하고 자연경관이 수려해 농가체험 관광에 적합하다.마을도 관광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집들을새단장했다. 마을 주민 저우셴둥(周顯東)씨는 주거보상 정책을 통해 새단장을 한집 주인 중 하나다. 쩡 서기는 관광개발전문회사 설립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저소득층 지원 및 아름다운 농촌 만들기사업이공동진행되도록하려는 것이다.
2015년, 쩡서기는마을간부들과함께‘병아리차밭사업’을시작했다.초기에사업이잘진행되지않는듯하자마을주민들은병아리가잘자랄지,키우고난뒤시장수요는있을지,수익은얼마나날지걱정하기시작했다.쩡서기는자비를들여가며병아리를키우고차밭을가꾸기시작했다.그리고직접나서서마을주민들에게병아리가건강히자라면서차밭의잡초도제거하고수입도늘려준다는사실을증명해보였다.그는“병아리차밭사업의수익현황을한눈에알수있도록 공시했다”고 말했다.
또 쯔양현에서는 영농가구를 대상으로연수입이 3000위안이 늘어나면 700위안의장려금을 지원하고, 차밭을 관리하는 농가에는별도의보조금을지급하고있다.
천량화(陳良華) 씨는 2015년부터 시작된칭중촌병아리차밭사업의 1기 참여농부다. 이제까지시장에서구입했던병아리를올해부터는마을에설립된 합작사(영농조합)를 통해 공급받고, 구입비도 합작사와농가가공동으로 부담한다.
‘대를잇는’아름다운행정
2013년, 24세의 진딩신(金頂鑫) 씨는 대학 졸업 후 시험을 치르고 반창(板廠)촌지부 부서기로 임명됐다. 2014년에는 마을 공산당지부 서기에 당선됐다. 진 씨는대학에서체육교육을 전공했지만, 마을간부가 된 데에는 부친의 영향이 컸다.“아버지에 대한 은근한 경쟁심리도 있었죠.평생 지부 서기로 재직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둘이 어떻게 다를지도 궁금했어요.”
진 씨의 부친은 인근 마을인 톄푸(鐵佛)촌의 원로지부 서기다. 그는어릴때부터마을에얽힌부친의이야기를들으며자랐다. 반창촌 서기에 막 임명됐을 때에는부친이 그의 고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릴수있을지부친에게자주조언을구하곤한다.지금은역으로부친에게아이디어를제시할 때도 있다.“주로‘양학일주(兩學一做·당헌(黨章) 또는지도자의연설문을익혀 참된 공산당원이 되자는 대(對)당원 교육법)’학습계획이라든지, 마을 합작사 발전에관한아이디어를 내죠.”그는 부자간에 다른 점도 많지만, 마을의 발전을 위해노력한다는점에서는일치한다고말했다.
진 서기는 마을 간부들의 협조를 얻고 반창촌의 토양과 기후조건을 고려하여
‘중약재 전문합작사’를 설립했다. 합작사는 반창촌에 500무(畝·약 34만m2) 규모의 토지를 운용하고 있으며, 토지 상태에따라 마을 주민들에게 1무(약 670m2)당매년 수십 위안에서 수백 위안에 이르는토지사용료를 지급한다. 또 마을 주민들을대상으로중약재재배를관리할농가를모집해 1인당 매일 최소 80위안의 수입을벌어갈수있도록 한다.
토지사용료와 합작사 고용을 합해 반창촌53개저소득농가의연수입은6000위안이나 늘었다. 진 서기는“70여 개저소득농가의수입증대를위해셀레늄이풍부한옥수수특화영농사업을추진중”이라고귀띔했다.
반창촌은 마을 주민의 소득 증대와함께 주거문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쯔양현 저소득층 지원대상 점검 및 데이터 정리사업 추진방안’에 따르면 저소득층을 구분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는 주거안전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발고도 800~1500미터 사이에 위치한 반창촌은 토지의 90% 이상이 30도 이상 기울어진비탈진땅이어서일부주민들의주거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었다. 진 서기 와 관계자들의 많은 노력 끝에 마을의 90가구는현재안전한곳에위치한공공주택으로이전을마친 상태다.
마을에서창업하는‘젊은피’
2014년 룽룬쩡(龍倫增) 씨가 고향인마오바(毛壩)진 차허(岔河)촌으로 돌아와창업할 당시 그의 나이는 25세였다. 2년넘게 임업 재배를 하던 그는 2016년 9월우연한기회에농업전자상거래에발을들이며산속마을농산물을외지로판매하기시작했다.
“지금은 사업 파트너 된제 친구와 당시 위챗에서 이곳 특산물인 야생 산다래에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저는산다래를 조금 따다 친구에게 보냈고, 친구는산다래를판매한다는글을위챗모멘트에 올렸죠. 그런데 사고 싶다는 사람들의문의가 쇄도한 거예요. 순식간에 200kg이넘는주문이 들어왔죠.”
빠르고 편리한 온라인 판매의 장점을깨달은 그는 새로운 농산물 판매의 새로운가능성을시험하기로했다.우선위챗공공계정을 개설해 상품 정보를 올리고 주문을 받은 뒤, 마을 주민들이 딴 과채를 500g당3위안에 매수했다. 그는“작년에는 수확이많은 한 농가로부터는 1000 위안이 넘는야생키위를매수하기도했다”고말했다.
작년 8월부터 룽씨는주민들의토지를빌려 차밭을 조성했다. 처음에는 마을 주민들의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룽 씨는 지부서기에게부탁해외지에서일을하는주민으로부터자신의차밭조성에쓰일토지를임대받고,그자리에서토지사용료4만8000여위안을지불했다.이를본마을주민들의우려가말끔히해소됐음은물론이다.
지금까지 룽 씨는 총 280무 규모의 토지를운용중이다.또차허촌의 100개가 넘는 가구와 찻잎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인터넷에서찻잎을판매하고있다.저소득농가몇곳과는집중후원계약을맺기도했다.
작년 리위메이(李玉美) 씨는 토지사용을 허가하고 받은 사용료로 빚을 청산했다. 올해부터는 차밭의 잡초 제거나 찻잎따기 등의 일감을 통해 2000위안이 넘는수입을추가적으로올리고 있다.
룽씨는그의차밭에생태방식을적용하여태양광살충램프,팔레트,식물재배를통해해충을제거하고깻묵비료를쓴다.또기계제초대신인공제초를 고집한다. 마을주민들의차밭에는설비를보급하고‘품질제일’을강조한다.또마을의작업반장에게관리를일괄위임하고 있다.
찻잎품질이좋기때문에그는주로중상층프리미엄시장을공략한다.그는“시장에서그정도의자신감은있어야한다”고말한다.마을주민들과는‘고향의정’을담아관계를이어나가고 있다.
농업 전자상거래에 뛰어드는 젊은세대
린훙메이(林紅梅)씨는쓰촨(四川)성출신으로,쯔양현본토사람은아니다. 2007년대학졸업후상하이(上海)의한외국계기업에입사했지만,쯔양현에서사업을하는부모님의요청에따라쯔양현에오기로결심
했다.“제게부모님은하나뿐이니까요,올수밖에요.”린씨는이듬해쯔양현의한통신회사에입사해콜센터직원에서고객관리팀장으로까지 승진했다.
이같은경력을통해린씨는정보화시대의인터넷이가진위력에대해눈을떴다.쯔양현에아직전자상거래가도입되기도전인 2013년부터 전자상거래를통해현지농산물을판매하고자했던린씨는결국 2015년9월회사에사표를던지고‘싼성(三生)네트워크 테크놀러지’사를 설립했다. 처음에는위챗모멘트에서쯔양현이농산물을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이제여러전자상거래플랫폼에브랜드샵이입점할정도로사업이성장했다.
싼성직원대다수는일명‘주링허우(90後)’, 즉 1990년 이후에 출생한 젊은 세대다.이들은인터넷패러다임에익숙하고추진력과 아이디어가 넘친다. 직원들은 감자상품에‘청춘감자’라는이름을붙이고이에맞춰포장을디자인했다.또소비자들의관심을끌고매출을늘리기위해감자를캐고가공하는 과정을 실시간 방송으로 중계하는등특별한마케팅을펼쳤다.
“예전에는 감자를 근 단위로 팔다가다시 상자 단위로 팔았고, 올해는 세트단위로 팔고 있습니다. 올해 299위안 짜리 세트상품을 출시했는데, 주문한 고객들에게는 앞으로 1년 간 매달 5일에 감자 5근(500g)씩을 배송해 드립니다.”
청춘감자는 어느 샌가 입소문을 타고고객들사이에서유명해지기 시작했고, 자연히 농가의 수입도 늘었다. 청춘감자는둥무(東木)진 마이핑(麥坪)촌에서 공급되는데, 작년 이 마을의 100개 농가는 19만 근의 감자 공급을 통해 37만 위안의 소득을 벌어들였다.
이밖에도린씨회사직원들은옥수수를이용해개발한 아침영양식,곤약가공식품,명절을겨냥해특별제작한사방차(私房茶)등다양한아이디어상품을내놓고있다.
또한 쯔양현은 맞춤형 저소득층 지원을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쯔양현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설립해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쯔양현 직업기술훈련센터’다. 센터는 창업 희망 청년을 대상으로 발관리사, 스페셜쿠킹, 입주 산후도우미, 민요와다도,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무료강좌를개설했다. 지난 3년 간 수만명의 수강생들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특히 발관리사과정은가장인기가많아한기당 12일씩 진행되는 과정에 이미 100기가 넘는수강생이 배출됐다. 협력업체에입사한이들의 월급은 최저 3500위안을 넘는다. 이때문에발관리사는현지에서빠른시간안에기술을 익혀높은 수익을 올릴수있는유망직종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