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Korean)

펑추이링, 글로벌 대학의 중국인 서기

글|후저우멍(胡周萌) 사진|천젠(陳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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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진(天津)대학교 조제학 및 기술대학(이하 톈진대 약대)은 중국의 국가외국전문가국(國家外國專家局)이 승인한 첫국제화시범단과대학­가운데 하나다. 교원중 75% 이상이 해외 유학 또는 해외 근무경험이 있으며, 학장은외국인이 맡고있다.이처럼국제적인단과대­학에서중국인서기펑추­이링(馮翠玲)은 학교의중요한기둥역할­을하고있다.

2003년 펑추이링은 약대의 공산당위원회 서기로 임명된 뒤부터 전임과 후임 두명의외국인학장을비­롯해여러외국인교수들­과 보조를 맞추며 대학의 글로벌 교육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현 학장인 미국인제이시겔은펑 서기를“가장 믿을수있는파트너”라평가한다.

펑서기는“사람의생각은행동에반­영되어 나타난다. 공산당원이라면 당의 취지에서 명시하는 바와 같이 전심전력을 다하여인민을위해복무­해야된다”고말했다.

서로를 이어주는 교량같은 사람

펑추이링이약대의서기­로발령받은다음 날, 곧바로‘날벼락 같은’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학장이자 약대의 설립자 중 한명인 미국 국적의 자오캉(趙康) 교수가 사임한다는 소식이었다. 자오 교수는 오랫동안 해외에서 근무하다 2001년 귀국해 약대설립에 참여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약대의설립이념을두고­다른책임자들과견해차­를보여 몇 가지 작업들이 지지부진한 모습을보이는상황이었­다.

자오캉 교수의 단호한 개혁의지를 알고 있던 펑추이링은 그에게 말했다.“약대는 교수님 손으로 직접 세우신 곳입니다.아직규모가작을때개혁­안도실행하기쉬우니, 제게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교수님의 행정 작업에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 제 협조로도 안 된다고 느끼시면 그때떠나셔도늦지않습­니다.”

펑 서기는 업무를 행할 때‘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가장중요하게 생각한다. 원칙을 지키되 실행 방법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펑 서기는 사무적인 일은 최대한 자신이 떠맡으며 학장이 오로지연구와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게 했다. 위아래직원과소통하고,학교는물론외국인교수­들의 요구사항도 낱낱이 파악하여 이 들이 제대로 업무를 펼치고 재능을 발휘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애썼다.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외국인 교수들도 펑서기의 노력을 깨닫고 존중하기 시작했고,학교 운영도 점점 더 안정되어 갔다. 자오캉 교수는 이런 그를 두고“펑 서기로부터진정한 공산당원으로서의 정신적 품격을보았다”고표현했다.

현재 80명이 넘는 약대 교직원 가운데절반 이상은 18개국에서 온 외국인들이다.펑 서기는 단순히‘학교 규정’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속박하는 대신 학교의 요구사항과 외국인 교수들의 생각을 서로 조화시키고자했다.

묵묵한 지원과 세심한 배려

2013년 펑 서기는 신임 학장인 제이시겔씨를맞이하기­위해이전에시겔교수가 근무했던 스위스 취리히대학 사무실 모습 그대로 그의 사무실을 꾸몄다. 취리히대학을방문했을­때찍어두었던사진속모­습대로 사무실을 재현한 것이다. 펑 서기는“시겔교수는중국어를못­하시니중국에처음왔을­때모든것이낯설 것이다. 시겔씨가충분히환영받­는다는느낌을받고,우리 파트너들의 진심이 닿았으면 하는 바람에서한일이었다”고설명했다.

신임 학장이 부임한 뒤 약대는 외국인교수를대거모집­하기시작했다.가장많을때는 한 해에 10명 넘게 채용하기도 했다.펑 서기는“정말 힘든 과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외국전문가증 발급, 주택임대차계

약, 자녀입학 등 펑 서기는 외국인 교수들의근무와생활여­건조성을위해큰일작은­일 가릴 것 없이 분주하게 뛰며 꼼꼼하게 모든 일을 처리했다. 러시아어를 배운펑서기였지만,외국인교수들이새로운­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대학 직원들이영어로 사무를 보도록 장려했다. 자신부터먼저자비를들­여영어학원에등록한뒤­일주일에 4번씩 밤 시간을 이용해 수업을 들었다. 외국인 교수들이 국제교육대학에서중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주선해 주었고,벨기에교수인얀필립과­중국인아내를위해따뜻­한중국식혼례를치러주­었다.이뿐만아니라미국국적­의교수바오젠민(包建民)의 실험도구 구입을 위해 여러 차례 세관과 연락하는 등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않았다. 미국인교수마크올슨은“펑서기는 아주 세심하게 일을 한다. 덕분에 중국에서일하는것이아­주유쾌하고즐겁다”고말했다.

교수들에 대한 관심 외에도 펑 서기는 학생들의 성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약대는 갓 입학한 신입생들의 학업과생활상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멘토링 및 선후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교수 한 명당 2~3명의 학생이 배정되어 전공학습을 지도받거나 상담을 받는다. 또한 고학년의 우수학생 대표한 명당 하나의 신입생 숙소를 배치해후배들에게 학습과 생활에 관한 조언을하도록 했다.

‘다소 더딘’학생들에 대해서는 더욱많은 관심을 쏟았다. 펑 서기는 학생들의정신건강을 위해 국가2급 심리상담사 자격시험에응시하기도­했다.당시그는자격시험준비­학원에서최고령학생이­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지금까지 약대에는학업문제로자­퇴한학생이한명도없다. 취업률은 여전히 100%이다.“학생 하나 하나를 잘 지도하고, 아껴주고, 존중하고, 믿어주어야 하고,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희망을주어­야 합니다.”펑 서기의말 이다.

솔선수범의 힘

새벽이 되면 약대 강의동 앞에서 공유자전거를타고출근­하는펑서기를만날수있­다. 모든 교수와 학생들은 펑 서기를‘항상 만면에 웃음을 띤 사람’으로 기억하고있다.

2001년 말, 펑추이링은유방암중기­판정을 받았다. 1년 간 화학치료를 받고몸이막 회복되기 시작할 무렵, 서기직이라는 중임을 맡게 됐다. 펑추이링은 학교가 자신을서기로임명한것­은자신에대한신뢰에서­비롯된일이라고 생각한다. 2011년 유방암이 재발했을 때도 치료를 받으면서 근무를 계속했다. 독한 화학치료로 머리카락이모두 빠지자 가발을 쓰고 출근했다. 하지만그런 상황에서도 늘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미소를잃지않았­다.

펑추이링은 1964년 랴오닝(遼寧)성의한 산골마을에서 태어났다. 그가 어릴 적아버지는 마을의 지부서기(支部書記)를 맡아 마을에서 일어나는 각종 다툼을 처리하곤 했다. 지금도 자식이 어디 가서 남한테밉보이지는않을­까걱정하는어머니에게­그는“우리 공산당원들은‘성실’이라는 말을가장 중시한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언급하며어머니를안심­시킨다.

초등학교 때는 마오쩌둥(毛澤東) 전국가주석의추도회에­서평소엄하기그지없던­아버지가 추도사를 읽으며 눈물범벅이 된모습을 보았다. 처음으로 목격한 아버지의눈물이었다.“마오 주석과 당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었죠.”펑서기는회고했다.

1982년 그는 톈진대학교에 입학했다.당시 금요일이 되면 담임 교수님이 과일과간식을 들고 숙소로 찾아와 학생들과 함께한 주의 학업과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담임 교수님은 공산당원이었어요. 저희를 자식처럼 아껴주셨죠. 그때 당원이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거구나 하고 느꼈어요.”대학교 2학년 때 그는 과에서 처음으로 입당원서를 냈다.

지난14년 간펑서기는약대의공산­당위원회를 이끌어 왔다. 처음 1개의 지부에서시작해지금은­교직원과학부생,대학원생이포함된총1­0개의지부소속 400여 명의공산당원을길러냈­다.또당·정연석회의 제도를 만들어 우수한 당원 청년교사를선발·임용하고, 그들을 외국인 교수의 연구조교로 적극 추천해 당원들이 개혁적 발전과 교수 연구에서 중추적인 역량으로 성장하게끔 했다. 현재 약대 전 교직원과 학생 가운데 170명이 넘는 공산당원들은 기초적인 인민복무 영역에서 모범적인 역할을담당하고있다.

약대 공산당위원회와 각 당 지부가행사를 개최할 때는 종종 외국인 교수들을 초청해 함께 저우언라이(周恩來·주은래)·덩잉차오(鄧穎超·등영초)기념관이나 핑진(平津)전투기념관을 견학하곤 한다.당헌(黨憲)과 당규(黨規)학습, 중요 강화(講話)학습, 적격당원되기행동등이­른바‘두개의 학습과 하나의 행동(兩學一做)’교육때는시겔학장에게­책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한다(習近平談治國理政)> 영문판을선물하기도 했다. 펑 서기는“시겔 학장이휴가기간책을다­읽고‘일대일로’이니셔티브를높이평가­한다고말했다”고전했다.

펑추이링에게‘서기’라는 칭호는 막중한책임과의무를뜻­한다.중국공산당제19차 전국대표대회 대표에 선발되고 나서 이러한 책임은 한층 더 무겁게 다가왔다. 펑서기는얼마전학교원­로당원과의좌담회에참­석한자리에서감회에찬­목소리로이렇게 말했다.“국가를 생각하는 원로 당원들의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당대회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제게여러당부를­남겨주셨습니다.모든 분들의 생각을 반드시 당 중앙에 잘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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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제 19 차전국대표대회대표펑­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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