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마하티르의귀환…中“일대일로차질빚는다”긴장
15년만에파격적정권교체말레이와경협빨간불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구상을지지하지만,현재진행중인사업중일부는필요하면재협상할 것이다.”
야당연합 희망연대(PH)의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신임총리가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당선되자마자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는 그동안 총리 경선과정에서 “차이나머니가 현지인의밥그릇을빼앗아가고 있다”, “우리는 중국투자로부터그어떤이득도보지 못했다”, “더 이상차이나머니를 환영하지 않는다”, “남중국해 영유권 협상을재개하겠다”는 등 중국을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중국이 15년 만에말레이시아 총리로복귀한93세 마하티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말레이와경제협력‘빨간불’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마하티르총리당선과관련해 “중국과 말레이시아는우호적인 이웃으로, 중국은 말레이시아와의 우호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보도했다.
겅 대변인은 “중국·말레이시아의 전면적·전략적파트너 관계는 양호한 발전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상호호혜 협력 성과도 풍성해 양국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줬다”며 “양국이 함께 이를 아끼고 수호할만한가치가있다고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말레이시아가 앞으로 안정을유지하며 발전하길 바란다”며 “말레이시아와 함께상호존중·평등호혜 원칙에 따라 중국·말레이시아의 전면적·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양국 인민에 이롭게 하고 지역안정 번영을 촉진하길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중국의속내는복잡하기만 하다. 관영환구시보가 11일자에 게재한 ‘마하티르는 중국·말레이 관계의 전복자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제목의사평에서도중국의고민이드러난다.
사평은 “마하티르 총리 취임 후 중국의 말레이시아에대한 투자가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양국이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싸고 마찰이 발생할 것으로우려를낳고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사평은 마하티르 총리가 야당일 때말했던 대로 커다란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중국과 말레이시아 간 관계를 낙관적으로기대하는이유가있다고 전했다.
신임 총리에게 말레이시아의 안정적 경제 성장 이최우선임무인데다가남중국해정세안정이 말레이시아 국가이익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것.또사평은마하티르총리가그동안중국을향해한발언은 말레이시아 내부 정치적 논리에 일부 원인이 있다며, 그는 과거 총리 재임시절 중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또 정권 교체로 중국투자가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순있지만 점차줄어들것이라고전했다.
그러면서 사평은 마하티르의 연령이나 경험으로 비춰볼 때 “모든 걸 다 뒤엎는 ‘혁명가’는 되지않을것”이라고 전했다.
◆‘친중’행보로대규모‘차이나머니’유치한나집전총리
‘반중’ 성향의 마하티르 신임 총리와 달리 전임나집 라작 전 총리는 ‘친중’ 행보를 선보이며 재임기간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2016년 10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나집 전 총리는 “중국이야말로 말레이의 진정한 친구이자 전략적 동반자”라고치켜세우며중국으로부터 300억 달러의투자도약속 받았다.
그동안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투자나 무역통상방면에서 긴밀히 협력해 왔다. 싱가포르 DBS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말레이시아에 대한 투자액이 23억6000만 달러로,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7%를 차지했다. 중국은 말레이시아의 7대 투자원천국이자 최대 무역파트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212만명으로, 올해는 222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곳곳에서는 중국기업들이 각종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중국 부동산재벌 비구이위안(碧桂園)은 조호르주 경제특구에 2500억 위안(약 43조원)을 투자한 ‘삼림도시(Forest City)’ 프로젝트를 20년 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나집전총리가 2016년에만 두차례이곳을방문해지원사격했을 정도로 공들이는 사업이다. 중국 부동산재벌 뤼디(綠地)그룹은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고속도로 건설 및인근 지역 인프라 건설사업을 계획중이다.
덕분에 말레이시아는 경제 성장을 구가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경제성장률은 5.9%로, 2016년4.2%, 2015년 5%보다도 높았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올해말레이시아경제가 5.5~6% 성장할것으로내다봤다.
하지만 차이나머니를 줄곧 경계해온 마하티르총리 취임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자불안감이커졌다는게전문가들의의견이다.
메이신위(梅新育)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21세기경제보를 통해 말레이시아 독립 후 61년 만의 첫 정권교체인 만큼격렬한 정치적 투쟁이 예상된다며, 이는 말레이시아 비즈니스 환경에 거대한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에 투자한 중국기업들이나 전체 말레이시아 경제가 어느 정도리스크에직면할것으로내다봤다.
메이 연구원은 “현재 ‘불확실한’ 단계에서 중국기업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은 말레이시아 투자 속도를늦춰야 한다”며 말레이시아자금유출우려도커졌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말레이시아 부동산투자 ‘큰손’이었던 중국인 투자자들이 인근 싱가포르로발걸음을돌릴것으로예상하기도했다.
◆일대일로협력차질빚을까
마하티르 총리는 그동안 취임 후 중국이 말레이시아에서 추진하는 투자 프로젝트를 재검토할 것이란 의사를 줄곧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이 추진하는 신(新)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 전략도영향을받을것이란전망이나온다.
그동안중국기업들은일대일로방면에서말레이시아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진행해왔다. 올 4월중국·말레이시아 양국이 89억 링깃을 투자해 협력건설하기로한철도사업이공사를시작했다.
지난해 8월 착공에 들어간 쿠알라룸푸르 북부 곰박지역에서켈란탄주와카바루까지총 688㎞ 길이 동해안 철도를 건설하는 사업은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교통건설이 550억 링깃을 투자해 진행되는것이다. 이는 일대일로 관련 사업 중 단일 프로젝트로는최대 규모다.
다만 말레이시아의 한 외교관은 21세기경제보를통해 “정권교체 후말레이시아가일대일로에대한 지지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말레이시아는 계속해서 중국을 비롯한 외국투자를환영할것이라고전했다.
◆대(對)미정책도나집정권과정반대…향후관계불투명
친(親)미 성향의 나집 정권이 끝나면서 말레이시아와 미국과의 향후 관계도 불투명해졌다. 뉴욕타임스(NYT)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나집 전 총리는 2014년부터 당시 기업인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미국대통령과골프회동을갖는등친분을쌓아왔다. 2017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방문해 보잉사 항공기 구매 계획, 말레이시아 연금펀드 조성 등 장밋빛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임을 과시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나집 전 총리의 저자세외교에 대해 미국 법무부의 1MDB 펀드(정부 조성펀드로, 나집 총리 측근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자금을조성했다는의혹을받고 있다) 관련수사가진행되고 있지만 백악관의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을과시하기위한제스처로풀이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과거 집권 당시 미국과 소원한 관계를맺은것으로잘알려져 있다. 이번팔레스타인유혈사태를불러온미국대사관의예루살렘이전과관련해서도비판적인목소리를냈다.
채널뉴스아시아에따르면총선이후외교수장이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마하티르 총리는 “미국의이번결정이팔레스타인과이스라엘의갈등에대한포괄적이고지속적인해결책을찾기위한노력을더욱 약화시키고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반미기조를나타낸것으로알려졌다.
◆불확실성확대에주식·외환시장도‘출렁’
말레이시아의정치적불확실성이확대되면서말레이시아 주식·외환시장도 출렁였다. 마하티르 총리가 당선된 지난 10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iShares) MSCI 말레이시아 상장지수펀드(ETF)는 6.03% 하락한 32.42달러로 마감하며 지난해 12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링깃·달러 1개월물은 선거 결과가나오자마자 2.4% 하락했다.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동안 말레이시아를통치한마하티르총리는 93세의 나이로 15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말레이시아 ‘근대화의 아버지’와 동시에 ‘철권통치 독재자’라는 상반된 평가도나온다. 그는 집권기간 강력한 국가주도 경제발전정책을 펼쳐 가난한 농업 국가였던 말레이시아를신흥공업국으로 변모시켰다. 하지만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수단과 방법을 다해 반대세력을 억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