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가와서,요즘한반도외교판을둘러본다면

AJU Business Daily - - 지방종합 -

2018년 10월 8일, 마이크폼페이오미국국무장관은중국을 방문했다. 그가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을때와는분위기가 딴판이었다. 시진핑 주석과의면담도 없었고, 왕이국무위원과의회담은 냉랭했다.한반도에서 환대받은, ‘북·미 비핵화회담’의 한 축인 미국을 시큰둥하게 대한 건 최근 소용돌이치는 남북 주변의 4강 외교지도에서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그 소용돌이는 더급박해질 전망이다. 곧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러정상회담이 있을 것이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달 중중국을방문해 중·일 정상회담을가질 예정이며, 이어 북·일정상회담까지모색하고 있다.

그야말로 한반도는 21세기 4강외교의 ‘핫플레이스’로떠올랐다. 백미는 물론, 11월로 예정된 김정은-트럼프 2차북·미 정상회담일 것이다. 4강의 소용돌이는 한반도의 새로운 흐름이 주도하고 있으며 또한 4강의 움직임은 한반도의변화를이끌어내는방향으로귀착될 것이다. 이런흐름과 변화를 주도하는 ‘중재자’ 역할을 맡은 한국은 올 11월이 국가 명운을 건 타이밍일지 모른다. 어느 하나도 만만치 않은 4대국과 그들을 지렛대로 삼은 남북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세계 외교사에 남을 용기와 끈기, 숙고(熟考)와 결행(決行)의 기념비일수 있다.

이 시점에서 맹자의 ‘낙천자 외천자(樂天者 畏天者)’를생각한다. <양혜왕편>에 나오는 이 말은, 작은 나라와 큰나라의 외교 기본을 천명하고 있다.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대하는 것은 하늘의 태평함을 즐기는 것처럼 해야 하며,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대하는 것은 하늘의 삼엄함을두려워하는것처럼해야 한다. 하늘의태평함을즐기면세상을 보전할 수 있고, 하늘의 삼엄함을 두려워하면 한 나라를보전할수 있다(以大事小者 樂天者也以小事大者畏天者也. 樂天者保天下 畏天者保其國, 이대사소자 낙천자야이소사대자외천자야.낙천자보천하외천자보기국).

이렇게말했던맹자가 와서, 한반도를들여다본다면무슨생각을 할까.

우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간 한국에 수출했던 전략무기의 천문학적 액수는 벌써 까먹은 듯하고, 한·미 자유 무역협정(FTA)을 손질해서 자국의 마이너스를 손질하는센스. 안보혈맹이자 경제파트너인 그는 손해보고는 거래할수없다는 것이다.

시진핑중국주석. 2015년 베이징전승절기념식에서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천안문에 올라섰다. 이때함께 있었던 사람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당시 중국 내박 전 대통령의 인기는 스타급이었다. 시 주석도 최상의예우를 한 바 있다. 요즘은 어떤가. 중국인들이 싫어하는한국 대통령이 ‘그분’이 됐다. 사드 배치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천안문에 올랐던 박 전 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맹자가 개탄하는 소리가 들릴지언정현대외교의비정한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험난한 다자외교에 제대로 임하고 있는가. 대국의 ‘낙천자’를 기대할 순 없는 상황에서우리는 순리의 삼엄함을 두려워하는 ‘외천자’를 실천할 수있을까. 그러려면 대국의 국익외교에 부응하는 투철한 실리와 함께, 한반도의미래를만들어낼비전을함께갖추는실사구시(實事求是)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최근 흥행 영화이기도한 ‘안시성’의 전투처럼, 온국민이일치단결해외교전투를치를수밖에없어 보인다.

한데, 현실은 어떤가. 갈등공화국이라고 할 만큼 곳곳이 갈등이다. 진보와보수간진영갈등은기본과 원칙, 상식을 한참 벗어나 있다. 북핵과 미·중 무역전쟁이 초유의외교적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는데도 정치지도자들의 가벼운언행과품격없는비방들은그야말로하루하루공해같은 뉴스를 채우는 아수라가 되었다. 치명적인 적전분열(敵前分裂)이불안하지도않은가.

요즘 정치인들의 말들을 구업(口業)에 비유하는 이도있었다. 구업은 불교용어로, 간단한 말이 아니다. 천수경의 <일악참회(一惡懺悔)>에 등장한다. 구업은 망어(妄語·거짓말), 기어(綺語·사기말), 양설(兩舌·두 가지 말), 악구(惡口·욕)로 사람들을속이는죄로가장길고지독한형벌을받는다고돼 있다. 천하는그야말로백척간두로나아가는 느낌인데, 이들의 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유비무환, 국리민복을 위해 그 혀와 머리를 써야 하지 않겠는가.

정유재란 때의 의병처럼, 1907년 일제에 맞서 국채보상운동을 벌인 민초들처럼, 외환위기 때금모으기운동에나섰던 국민들처럼, 촛불을 들고 뛰어나왔던 시민들처럼,속이 터진 민초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는가. 기본, 원칙, 상식의 정치가 돌아와야 기본, 원칙, 상식의 외교가 가능하다. 하늘의삼엄함을두려워하면최소한나라의안전은지킬 수 있다는 맹자의 말이 요즘 푸른 가을하늘에서 꿈틀거리고있는 듯하다.

<곽영길·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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