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칼럼

AJU Business Daily - - 지방종합 -

2004년 7월 미국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당시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분 남짓한연설을 통해 무명의 지방 정치인에서 일약 전국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존 케리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위한 지지 연설에서 오바마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유명한 연설로미국민의마음을 사로잡았다. “진보적인 미국은 없습니다.보수적인미국도 없습니다. 오직미합중국이있을뿐입니다”라고 그는 호소했다. “흑인의 미국은 없습니다. 백인계미국도, 라틴계 미국도, 아시아계 미국도 없습니다. 오직미 합중국이 있을 뿐입니다.” 그 당시 이념과 인종으로 갈라져있던미국사회의단결과화합을부르짖은이연설을통해오바마는하루아침에존케리후보만큼유명한사람이되었고결국4년 후미국대통령으로당선되었다.

14년이 지난 지금 미국 사회는 어떠한가? 오바마 대통령이 원했듯이 미국 사회는 이념과 인종의 갈등을극복하고 단결된 사회가 되었는가? 이번 주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갈라지고 분열된 미국의 모습을 보게 된다. 먼저 의회는 민주, 공화 양당이 나눠 갖게 되었다. 상원은 공화당의지배가 계속되고, 하원은 8년 만에민주당이다수당지위를 되찾게 되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향후 2년간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까지 모든 정책에있어양당은사사건건대립할것이고어느사안에대해서도 쉽게 합의를 이루기는 어렵게 될 것이다. 국내나 외교문제에있어서대립과갈등은증폭되어일종의교착상태에빠질경우가많을 것이다.

더심각한것은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미국민들의대립양상이다. 민주당은 예상대로대도시의 젊은 유권자, 특히유색인종이나 여성의 표를 쓸어담았다. 반면 공화당은 시골이나 농촌 지역의 중년층 백인 남성의 표를 대거 얻었다. 양측 모두 이번 선거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 엄청나게높은투표율을 보였다. 그주된이유는트럼프대통령이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 때문에주로 결집했고,공화당지지자들은그에대한변함없는 보화와 세계화 속에서 세상은 급변하는데, 여기에는 승자와패자가명확하게 갈라진다. 예를들어정보통신과서비스산업의발달로 실리콘밸리와 기술산업 의존 벨트는크나큰 혜택을 누리는 반면, 자동차·철강 등 전통산업에 의존하던 러스트 벨트는 급격히 피폐해졌다. 국제 무역 및금융 등 세계화를 통해 엄청난 이익을 누리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국내 시장에만 의존하다 쇠락하는 분야도 있다. 일자리에 있어서도 증가하는 이민자들을 통해 혜택을누리는기업들이있고그때문에손해를보는기업들도있다. 이런 이유로 해서 미국 사회가 분열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고, 이런 현상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등 세계곳곳에서볼수 있다.

그러나이러한분열과대립을더욱부채질하는또다른이유가 있다. 그것은바로미디어의분열과 분화이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대 미디어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분화되고 있다. 신문·방송·인터넷 등 매체의 수는 기하급수적으 로 증가하고 있고, 이들 매체는 더 이상 폭넓은 시청자나독자들을겨냥해서는경쟁에서살아남을수가 없다. 더이상 광범위한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을 하기가 어렵고 좁지만 충성스런 시청자나 독자를 겨냥해서 내로캐스팅(narrowcasting)을 해야만생존할수 있다. 진보적인매체라면 진보성을 더욱 강화해서 충성스런 진보적 시청자와 독자를 계속 잡고 있어야 하고, 보수적인 매체라면 그반대를 겨냥해야 한다. 중도를 표방하고 어중간하게 가운데있다가는양쪽의고객을모두놓치는우를범하게된다.

그런 이유로 뉴욕타임스·CNN·MSNBC와 같은 진보적인 미디어는 더욱 선명한 진보 색채를 갖게 되고, 브라이트바트(Breitbart)·폭스뉴스·월스트리트저널 같은 보수매체는 더욱 보수적인 논조로 향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대통령이이런현상을더욱가속화한면이 있다. 트럼프가CNN 등진보매체를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공공의적으로몰고가는상황에서트럼프를싫어하는미국민들은오히려 이들 매체의 더욱 충성스런 시청자가 되고 있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트럼프가 애청하고독점인터뷰 기회를수시로제공하는폭스뉴스를더욱시청하게 된다. 시청률과 구독률에 목을 매는 언론사로서는 이러한 상황에서쉽게자신의정파성을바꿀수가없는상황인 것이다.

한국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오히려 더하면 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수층을 대변하는 주요중앙일간지와진보층을대변하는공중파방송및인터넷매체의대결은벌써오래전부터지속되어 왔다. 물론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중파 방송의 논조는 수시로 바뀌어 왔지만현진보정권에서공중파방송의진보적인색채는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미디어의 대립이 한국 사회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미국처럼 인종 갈등도 없지만 이념에 있어서는 미국보다더욱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것이한국 사회이다. 이렇게갈가리갈라진한국사회를화합과통합으로이끌어갈수있는 진정한 불편부당한 언론의 출현을 기대한다는 것은과연지나친욕심일까?

숙명여대국제관계대학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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