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으로돌아간경제지표…그러나위기의‘결’이다르다
기획‘국가부도의날’위기를말하다20올3분기실업자, 19년만에100만명대성장률·제조업가동률도IMF이후최저4020억달러…외환보유액103배늘어재무건전성향상…정부“경기침체아냐”
2018년 12월 7일 금요일
“실업자 및 장기실업자 IMF 이후 최대, 경기선행지수 연속 하락 IMF 이후 최장, 건설투자IMF 이후 최저, 제조업공장 가동률 IMF 이후최저...”
현재 한국경제를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나‘최악’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라 붙은 게 예삿일이돼 버렸다.
외환위기 상황을 닮아간다는 지적도 나온다.경제위기 10주기설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국민적인 불안감을 씻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특히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200만명의 관객몰이에성공하는등국민적관심을얻는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위기로바라보지않는다. 김수현신임청와대정 책실장은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경제 불확실성이 누적되고 있지만, 위기냐 아니냐를말하는것은적절치않다”며위기설을일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 역시 최근 “고용지표 등이 부진하고 민생경기도 어려워서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올해의 어려움이 내년에 금방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지금의경제상황이경제침체나위기라고하는데동의하지않는다”고선을 그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로 확산된 우려를 곧바로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입하기는 쉽지 않다는게정부의공통된시각인 셈이다.
◆외환위기 시절 닮아가는 경제지표들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데는 최근들어나타나고있는각종경제지표의부진탓이크다. 외환위기상황과비교할때상당히근접한 지표수준을보여주기때문이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제1정책 목표인 일자리실적부터 비교대상이 된다. 올들어 3분기 기준실업자수는 106만5000명으로 외환위기의후폭풍을 맞은 1999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올해 3분기에 실업자가 100만명 대로올라선것도 19년 만에처음있는 일이다.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의 경우에도, 올 들어 1∼9월 평균 15만2000명으로집계돼 관련통계가 작성된 1999년 6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외환위기 직후 2000년 같은 기간보다도1만명이더 많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추정하는 한국경기선행지수(CLI)도 지난 9월 18개월 연속하락해 5년11개월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시기인 1999년 9월~2001년 4월(20개월 연속 하락) 이후 최장 기간 하락한 셈이다. 경기하강에 대한 뚜렷한 징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0%대에 머문 가운데, 건설투자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건설투자 증가율을 보면, 지난 2분기 -2.1%에서 3분기 -6.4%로 주저앉았다. 이는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 만에가장낮은수준으로고꾸라진상황이다.
올해 1~9월 제조업평균가동률의 경우, 지난해 1~9월과 같은 수준인 72.8%에 달했다. 같은기간 기준으로 1998년 66.8% 이후 가장 낮은수준이다. 제조업 위기가 2년 연속 개선되지 않고있는것으로도해석된다.
◆“외환위기와는 결이 다르다“
각종경제지표에적색등이켜지고 있지만, 21년전 IMF 외환위기당시와경제여건이상당히달라졌다는목소리에도힘이 실린다.
외환위기의 결정타였던 외환보유액을 봐도,현재 우리나라의 외환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에는어렵다는평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4029억9000만 달러로, 한 달 전보다 2억4000만 달러가 늘었다. 지난 9월 4030억 달러로 역대 최대수준을 찍었던 만큼, 외환 안정성이 높다는게 정부와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1997년 12월 39억 달러에 그친 외환보유액과비교하면무려 103배 규모에달할 정도다.
3분기말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31.8% 수준이어서, 1997년 말 286.1% 수준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외환보유액으로 단기외채를 3번이나 갚을 정도의 여력을갖췄다는얘기다.
여기에 1997년말까지 금융권 부실 총계 1조원이상인상황에서 부도를 맞은 △한보 △진로△기아△해태△뉴코아등을 보면, 과다한부채의존도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호황만을염두에둔기업의과도한부채가외환위기속한국경제의침체를가속화했다는얘기다.
이와 달리, 최근 들어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을 보면, 과거 외환위기 당시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재무건전성이 높아졌다는의미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매출 기준1000대 상장기업의 올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부채총액/자기자본)은 평균 174%로 집계됐다. 1997년 당시 1000대 상장기업의 부채비율이589%였던 것과비교하면기업부실화가상당부분개선된 셈이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와 지금을 살펴보면, 현재는상당히개방된경제구조를 구축해 놓은 상황이고, 주요 기업 주식의 상당부분을외국인이보유한 상황”이라며 “즉각적으로시장반응이나오기 때문에, 예전의폭탄처럼 터져버린 경제위기 사태가 발생하기에는 가능성이높지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