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박수용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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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백화점에서 옛날 맛의 단팥빵을 사 먹은 적이있었다. 어릴 때 그리 귀하고 맛있었던 단팥빵에 대한 추억으로 한번 사 먹어 보았으나 옛날만 못하지 않나 하는생각이 들었다. 어찌 빵맛이 변하였을까? 그것은 나의 입맛이이제는너무나많­은맛있는것들로고급화­된탓일것이다. 그러나 이 단팥빵을 먹었던 어릴 적 기억은 생생하여잠시향수에젖­을수 있었다. 그당시단팥빵을먹을때­친구들과많이논쟁했던­것은맛있는단팥부분부­터먹고빵 부분을나중에 먹느냐 혹은 빵부분을 먼저 먹고 나중에맛있는부분을먹­느냐하는 것이었다. 나의기억으로는대부분­의 친구들이 맛은 없지만 빵 부분을 먼저 먹고 나중에 맛있는 단팥 부분을 먹었다. 그 당시 대부분 우리들은어렵고힘든일­들을먼저하면나중에더­좋은것이있다는희망을 갖고 있었고, 그런 것이 빵을 먹는 습관도 그리만들었던것이아닌­가 싶다.

어디빵먹는습관뿐이겠­는가.어떠한일을하더라도어­려운 문제나 하기 싫지만 하여야 하는 부분들은 먼저 하는것이나중에그일들­을성공적으로마무리하­는방법임을 다들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어렵거나 하기 싫은 일들을 미루고 하기 쉬운 부분을 먼저 하다 보면, 나중에 어려운 일에 당면하였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고 정작 핵심인 그 부분을 하지 못함으로써 전체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갈 수가 있다. 미리 어려운부분을먼저한다­면 성공의확률도 높이고, 혹그부분을 해결하지 못해도 그 피해는 최소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정책을 생각해보면, 과연 정부가 일자리나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데가장 어렵고 힘든 부분을 먼저 해결하려 하는지 의문이생긴다. 지난 10월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는미래차, 반도체 등 신산업분야에서 2022년까지 140여개의 프로젝트에 125조원 규모의투자를유도하여­민간에서 9만2000개의 미래형 일자리를 만들겠다는구상을 발표했다. 그러나이러한정책들은­그속을 들여다보면국가의예산­만을 야의 보안 기술을 개발하여 핀테크 벤처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하다 접고 일반 기업에 취업을 한 후배의 고백은기가 막히다.

이런저런 스타트업 대회에서 입상도 하곤 하였지만 막상 제공되는 것은 창업 공간인데, 이는 요즈음 넘칠 정도로 많다. 실제 필요한 것은 기술을 적용할 시장을 만들어주는 것인데, 기존의 규제들로 은행들이 적용을 꺼린다는것이다. 경진대회를 열고 창업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은예산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닌가. 벤처기업들이 실질적인 투자를 받고,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규제를 풀어서 새로운 기술들이 적용될 수 있게하는것이벤처육성­의빵부분과도같은일이 아닌가.

정부가 일자리 창출이 잘 안 되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정부가 기회만 주면 일자리가 많이창출될수 있는 산업 분야도 있다. 바로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분야이다. 한 대학 연구소의 보고에 의하면 2022년까지 블록체 인 산업은 3만6000개에서 최대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정부가 암호화폐 기반의 사업을 인정한다면, 5만3000개에서 최대 17만개의일자리를창­출할것으로보고서는 예상했다. 정부는블록체인을 사기성의 문제가 있는 산업으로 간주하고 기업 활동을 금지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성장이 제대로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정부가 혁신적산업을 수용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폐해나 초기의 혼란 등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 또한 빵부터 먹는 불편함을 피해 가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게임 산업은 IT 분야에서 가장 수익을 많이 내고 있는 분야인데, 게임 업체들도 지난 20년 이상 정부의외면과규제시달­리고있었다.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의 기술들과 융합하면서 새로운산업 분야를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 분야에 한번도 적용해보지못한새로운 기술들이다. 이러한신산업과신기술­이 확산되고 국가경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규제를 풀고, 혹은아예 규제가 없는 분야는 네거티브 방식 규제로의 혁신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부 정책은 4차산업 육성의 빵 부분과 같아 당장 생색나는 것도 아니다.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결단이 있어야 신산업 육성이나 일자리창출과같은단팥­을후에먹을수있는것 아닌가.

우리의 산업은 많은 분야에서 디지털로의 변화(Digitial Transforma­tion)가 일어나면서 디지털 경제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소위사물들이 경제활동을 하는세상, 즉 사물경제시대(Economy of Things)를 맞고 있다.이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의 기술을기반으로기존의 인간 중심의 경제활동을 넘어서 사물들이 경제활동을하는새로운­시장을열어줄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변화의 시대에 대한민국이 디지털 세상에서의 강국이 되느냐혹은약소국으로­머물러있을것이냐는규­제들을얼마나과감하게 제거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지금은맛없는 빵 부분을 먹지만 우리 후손들에게 단팥을 물려줄수있는나라를만­들책임이우리에게있는­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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