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중국기자,한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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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해하지 말아라. 10분이면 된다. 정부가 넘겨준 원고를 받아 적기만 하면 된다.”

기자가 중국 현지 취재를 갔을 때 가장많이 들은 말이다. 기사 원고를 행사 주최측에서제공해줄테­니기사에대한걱정은하­지말라는얘기다.

최근 중국 현지 대형 행사를 취재하기위해 산둥(山東)성을 방문했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던 생생한 현장을 보도하겠다’라는거창한 포부를 품고 떠난 2년차 기자의첫중국출장인셈­이다.

그러나 기자의 거대한 포부는 출장 첫날부터 산산조각 났다. 우선 한국 기자단을통솔하는산둥­신문의기자마저정부관­계자의지시에의해모든­일정을조율했다.개인적으로 잡은 점심약속마저 불가한 상 황이었다. 관계자는 한국 기자단을 만난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단독 행동은절대불가하다”고못을박기도했다.

기자는이전부터중국의­언론통제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마치 과거 우리나라의 ‘땡전 뉴스’와 같은 모습이었다. 6일자중국주요관영언­론 1면기사만봐도그렇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신화통신, 중국일보(中國日報),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헤드라인 기사 제목은 하나같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포르투갈총리와 만나다’이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한국 기자단이 무언가 취재를 하려고 할 때마다 중국 정부 측에서 돌아오는 말은 “아무것도 하지 마라. 원고는 모두 제공해준다”라는 말이었다.

생소한 말이었다. 기자와 함께 동행한다른매체의기자­는이대로는기사가나갈­수 없다며 행사 주최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기자역시답답한마음에­몇마디를보탰다. “한국 기자는 기사를 직접 쓰지 받아 적지 않는다”고 어필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NO(안돼)’라는 대답만돌아왔다.

결국 한정된 상황에서 취재를 끝내고한국으로돌아왔­다.꾸역꾸역기사를썼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담고 싶었던 얘기는 10% 정도뿐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기자가 아직 2년차밖에 안 됐다는 점이었다. 당시 기자는 정말억울하고 화가 났다. ‘기자’가 이정도로취재에 제한을 받는다는 점에 분통이 터졌다. 그러면서한편으로는이­렇게 생각했다.어쩌면 10년 후 기자가 중국 기자와 같아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단순히 보도자료만 받아 적고, 팩트 체크 따위는 안중에도없는그런모습 말이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는 경험이었다.중국 현지에서 ‘기자’는 정말 기자다운 취급을 받지 못했다. ‘우리가 하라는 대로만받아 적어라’는 식이었다. 기자는 다짐했다.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초심을잃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네티즌은 ‘기자’를‘기레기’라고 표현하며 비하한다. 그러나기자는 반문한다. 기사 하나를 작성하기위한 ‘기자’의 노력을 아는가? 우리나라의기자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기자다운지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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