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업역칸막이없앤건설산­업

정경훈

- 국토교통부건설정책국­장

작년 12월 7일, 1976년 이래 40년 이상 유지돼 온 종합건설업과전문건설­업간의칸막이업역규제­를전면폐지하는건설산­업기본법개정안이국회­를통과했다.

그간 우리나라는 복합공사는 종합업체만, 단일공사는 전문업체만 시공하도록 선을 그어왔다. 법률로 특정 업종의 ‘밥그릇’을 보장하는,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대표적 갈라파고스 규제다. 1990년대부터 이어져 와 기술경쟁을 가로막고 페이퍼 컴퍼니를양산하던 나쁜 규제로, 진작에 개선하려 했지만 결국 폐지까지20년 이상이걸린 셈이다.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쉽게 풀어낼 수 없는 난제를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에 비유한다. 고대프리기아왕국의수­도 고르디움에 존재했다고 전해지는 이 매듭은 워낙 복잡하게꼬여 있어 매듭을 푸는 자가 소아시아 지방을 정복한다는 예언이 있었고, 알렉산더 대왕이 단칼에 잘라 버리는 방식으로 매듭을풀어대제국을건­설했다는전설은잘알려­진 얘기다.

그간업역규제개선은기­업 규모, 업종별이해관계가대립­되고셈법이 달라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풀어내기가 매우 어려운과제였다. 그러나 건설산업생산구조의가­장밑바닥을 떠받치는업역규제의 매듭을 풀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메아리없는구호에불과­하다는지적이많았다.

성벽 너머의 시장 개척에 둔감한 기업이라면, 생산성을 향상하고 시공품질을 높일 동기도 낮게 마련이다. 결국 건설산업 혁신은창의적기업가정­신을가로막는낡은업역­규제의성벽을허물어 종합과 전문이 서로의 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도록하는데서출발한­다.

하지만규제개혁은그규­제로보호받는이해관계­자들의집단반발을 뛰어넘어야 하는 간단치 않은 과정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쾌도난마 식으로 매듭을 잘라내어 문제를 해결했다지만, 민주적 의견수렴이 중요한 지금은 어느 누구도 일거에 갈등을 잠재우는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지루하고 답답할수 있지만 끊임없는 소통을 거쳐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규제개혁의 가장 확실한 해법일 수밖에 없다. 여러 정부를 거쳐 오면서시도만해오다번­번이좌절됐던건설업역­규제폐지가결실을맺을­수있었던것도결국에는­대화와타협의성과다.

작년 4월 노·사·정이 함께참여하는건설산업­혁신위원회를출범시켜­공론화에착수한후수십­차례의논의를 가졌다. 내시장은 단단히 지키고 남의 시장은 더 넓게 열고자 하는 양 업계의인지상정을 극복하기 위해 긴 조정의 시간도 필요했다. 이러한노력들이더해져 11월 7일, 업역규제폐지를골자로 업종체계, 건설업등록기준을전면­적으로개편하는 ‘건설산업 생산구조혁신로드맵’을내놓을수 있었다.

상호시장 진출요건, 시장 개방시기, 경쟁에 취약한 영세기업보호조치등하­나하나의매듭을 노·사·정이 머리를맞대고차근차근 풀어낸 성과다. 이러한 성과가 원만한 입법으로 이어질 수있었던것도 ‘노·사·정 선언’이라는 의미있는절차를통해합­의에공신력이 부여되고 상호 신뢰가 담보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굵직한정책방향은 물론, 세세한 실천계획까지 망라한 노·사·정 선언문은건설산업의재­도약을약속하는 ‘권리장전’이라 불러도좋겠다.

지난해 건설산업은 40여년을 지켜온 게임의 룰을 통째로 바꾸는 거대한 혁신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당장의 유·불리를 떠나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동참해준모든건설인들­에게큰박수를 보낸다. 정부도건설산업이혁신­의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큼 앞서나갈 수 있도록다각도의지원을­아끼지않을 것이다.

건설산업을걱정하는목­소리도있고,국내외에서좁아지는시­장으로안팎이 위기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노·사·정이 하나가되어 해법을 모색한다면 못 오를 산이 없고 못 건널 강이 없다.언제나그랬던것처럼우­리건설산업을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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