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대통령의對北인식달라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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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대북제재의빠른해결을위해서는북한이실질적인 비핵화조치를 보다 과감히 할 필요가 있고, 그에따른미국의상응조치들도함께강구돼야한다”고 말했다.대통령은김정은의네번째 방중(訪中)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까워졌다는 징후이자 준비행위”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비핵화와 제재해제 동시 이행’이라는 기본 입장이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대통령이 북에 이처럼 강하게 비핵화 조치를 먼저 요구한 건이례적이다. 대통령은 작년까지만 해도 선(先) 제재해소에올인하는듯비쳐져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대통령의생각이바뀐 걸까.

문대통령은김정은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만남이 “북·미 정상회담에도긍정적으로작용할것”이라고했지만꼭그렇지는않다. 오히려 사안을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김정은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중국을 찾는 게 ‘관행’처럼 됨으로써 중국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앞으로 김정은보다그 뒤편에 큰형님처럼 버티고 설시주석의생각이 더 중요해졌다. 비핵화 게임의 참여자(player)가 늘어날수록 중재자(촉진자)로서의역할공간은줄어든다.

북·미로서는 지금 상황이 결코 나쁘지않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1일에도미국의 목표는 “최종적이고도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라고 했지만 누구도무겁게듣지않는다. 미국은 그냥 이 상태로 갈 태세다.가끔 북을 압박도 하겠지만 거기까지다. 위험을 무릅쓰고 한 발 더 나갈 생각은 없다. 2020년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에게 이만큼 좋은 카드는 없다. 트럼프도작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는 한비핵화에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든 개의치않겠다”고 공언했다.

북한인들 트럼프 정부의 이런 속내를 모를 리 없다. 트럼프가 만나자면 만나주고,남한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경제지원이나 받으면 된다. 북한이 그동안 가장 성공한 핵전략은 뭘까. 관련국들로 하여금 ‘북이 언젠가는 핵을 포기할 거란 희망을 계속 갖도록 해온 것’이라고 한다. 재치있는 지적이다. 이번에도 북은 모두를 그런‘희망’ 속에 묶어두고 뒤로는 추가 핵개발(핵탄두의 소형화)에 필요한시간을 벌었다.핵(核)에 관한 한 더 강경하다는 미국의 우파 정권 아래서 김정은이 G2와 어깨를 함께하는지도자로부상한것은아이러니다.

트럼프와김정은은적대적공생관계의전 형을 보여준다. 트럼프가입만열면 “김정은과좋은관계를맺고있다”고자랑하는것도이와무관치 않다. 이런상황에서문대통령의 ‘중재자론’이 계속통할지는 의문이다. 어쩌면중재는커녕북·미 간유착을더걱정해야할상황이올지도 모른다. 그럼어떻게할것인가. 기본으로돌아가는수밖에 없다. 우선 ‘북한의 비핵화’라는 개념부터명확히해야한다.정책도전략도출발점은 ‘말’이다.

전문가들이 누차 지적했지만 북이 말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우산을 걷어내라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비핵화와 다르다. 작년 12월 조선중앙통신은조선반도비핵화에대해 “북과 남의영역 안에서뿐만 아니라 조선반도를 겨냥하고 있는 주변으로부터의 모든 핵 위협요인을제거하는것”이라고못 박았다.미국의핵전략자산을반입해선안된다는얘기다.

1974년 7·4 남북공동성명이 교훈이 될듯싶다. 당시 남북이 통일의 3대 원칙으로합의한 게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이었다.김일성은 보고를 받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민족 대단결’이 통일의 원칙에 포함되면 남한에선 공산주의를 합법화해야 한다. 논리적으론 그렇다. 그런데도 이에 동의했다니믿을 수가 없었던 것. ‘민족 대단결’은 1988년 그 위험성을 인식한 노태우 정권이 북한과 협의 없이 ‘민주’로 바꿨다. 북은 지금도‘민족 대단결’을고수하고 있다.

조명균통일부장관은 9일 국회에서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우리가목표로하는 북한의 비핵화와는 차이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늦었지만 바른인식이다.

‘중재자론’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접어야한다. 집착하니까 무리수가 나온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의향을 밝힌 데 대해우리 정부가대북제재를우회하는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게 좋은예다. 김정은으로서는 중재에 응했으니 그대가를 지불하라는 거지만 지금 우리에게그럴 만한 힘이 있는가. 자칫하면 중재자가북·미 양쪽으로부터 불신 받는 ‘신용불량자’가 될수도 있다.

남북관계 진전도 중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북의 비핵화도 이끌어낸다는 ‘남북관계개선-비핵화 선순환’ 시도도 의미가 있다.그렇더라도 보다 냉철한 현실인식 위에서추진되어야 한다. 상대는 하나같이 프로다.이벤트 위주의 아마추어 식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다.

초빙논설위원·동신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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