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평양정상회담1년 기지개켜는北·美핵담판…비핵화골든타임온다
이달말실무협상본격힘겨루기연내3차북·미정상회담가시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9일 평양정상회담에서 15만명의 평양시민들을향해 “우리 두정상은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다. 문대통령은“아름다운우리강산을영구히핵무기와핵위협이없는평화의터전으로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자”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한남한대통령의첫 연설이다.
짧지만 강렬한 이 연설은 분단된 남북관계가 갈등을 딛고 평화로 화합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핵 없는 한반도’를 분명히 약속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반도 비핵화 여정은 지난 2월하노이 북·미정상회담결렬후한차례위기를맞았지만 7개월 만에 북·미 실무협상 채널이 복원될 조짐을 보이며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북·미 비핵화실무협상진전에따라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도 가시권에들어오면서비핵화골든타임이도래했다.
◆北“안전보장,제재해제” vs美“아직가야할길남았다”
올 2월 베트남하노이담판당시 비핵화·반대급부합의에실패한채헤어진김정은북한국무위원장과도널드트럼프미국대통령으로서는‘노딜 재연’이 가장큰부담이다.내년11월대선에서재선을노리는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미 협상을 재선 지렛대로 삼을가능성이크다.김위원장과트럼프대통령간빅딜성사를위한니즈가서로맞아떨어진셈이다.
북·미는 이달 하순 비핵화 실무협상을 위한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돌입한다. 북·미 실무진에게 주어진 협상 시간, 즉 ‘골든 타임’은 앞으로 한 달 남짓이라는게외교가의 중론이다. 일단정상간 톱다운(하향식) 합의에매달려온북한이정상국가간에통용되는 보텀업(상향식) 정상회담 준비 방식을 받아들였다는 사실 자체가 큰 진전이라는 게 외교가에서나온 해석이다.
양측 협상 진용에서 초강경 인사들이 빠진 점도우선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노이 회담 준비 협상 때까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고위급 카운터파트였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2월 말 회담 직후 일선에서 물러났고, ‘선(先)비핵화’론과 ‘빅딜’안을 고집한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국가안보보좌관도최근 경질됐다.
◆北,비핵화조건으로체제안전보장·제재해제동시요구
일단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안전보장과 제재해제를더욱노골적으로요구했다.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지난 16일 담화를통해 “우리의 제도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위협과장애물들이깨끗하고의심할여지없이제거될때에라야비핵화논의도할수있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어떤 대안을 가지고 협상에 나오는가에따라가까워질 수도, 적의만키우게될수도있다”고 주장했다.
안보불안을해소할 제도적 보장조치와경제발전을막고있는유엔대북제재및미국독자제재를완화해달라는게자신들의회담의제임을명확하게밝힌셈이다.
미국은 북한의 적극적 요구에 일단 한 발 물러났다. 미국국무부는북한의이같은주장에대해 16일(현지시간)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논의들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9월 하순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환영한다”고만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발표할 어떤 만남도없다”는기존입장을재확인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 역시 평양 방문설에 대해“아직 평양에 갈 준비가 안됐다”면서 “아직 가야할길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과의관계는 매우 좋다”며 “나는 그에 대해 언급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나는 나중 어느 시점에는 평양을 갈 것”이라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따라 그(김 위원장)도 미국에 오고 싶어할 것이라고확신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중한 반응은 정상 간 회동보다는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통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게 우선이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무협상의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드러내면서 북한에 비핵화 결단을 압박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무협상단 수준의 사전조율 없이 정상 간 담판에 의존한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적극적의지도반영됐다는분석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미국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선 실무협상 후 정상회담’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비핵화의 정의와 상응조치에 대한 가닥을 명확하게 잡고 테이블에 앉겠다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체제보장과 제재해제 두 가지를 동시에요구하면서실무협상이훨씬더복잡하고예측할수없게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