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파주‘DMZ탈북멧돼지’사건과돼지열병

- 논설실장

#철책밑수로창살에멧돼­지가…

지난 7월 30일 기겁할 만한 뉴스 하나가 보도됐다(OBS 경인TV). 같은 달 20일 정오쯤 경기도 파주시는 DMZ에서 GOP 철책 쪽으로 멧돼지 한 마리가걸려 있다는 제보를 받고 야생생물관리협회(경기지부)에 이일을처리할 엽사(獵師·사냥꾼) 2명을 의뢰해 보낸다. 엽사들이 현장에 가보니, 멧돼지는 이미남쪽으로내려와 있었고, 철책밑에있는 수로(水路)창살 아래 철망으로 들어와 갈대밭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엽사들이 다가가자 멧돼지는 북한 쪽으로줄행랑을 쳤다.

DMZ에서 멧돼지들이자유롭게오­간다는사실을알려준사­건이었다.그동안우리군과정부는­철책이있어서멧돼지이­동이불가능하다고 말해왔으며, 하천을통한멧돼지침투­에대한방어책도강구해­놓고있다고 밝혀왔다. 그것이 얼마나 허술하게 뚫리고있는지를보여준 장면이었다. 그사건이있은지한달반­만에우려가현실이 됐다.

#돼지열병감염경로분석­해보면

9월 16일 오후 6시 파주시의 양돈농장에서 어미돼지 5마리가 고열증상을 보이며 죽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국내에 발생한 사실을 이튿날인 17일 공식확인했다. 이 돼지농장 반경 3㎞ 이내에 다른 양돈농가는 없다. 농장주인은 잔반 급여(돼지열병 주요발병 경로)를 하지 않았으며 사료만을 먹였다. 지난석달간 농장 관리인인 외국인노동자 4명 중에서 외국에다녀온사람도 없었다. 이질병의잠복기는 3일에서 21일까지다. 모돈(母豚)에서만 발생된 것으로보아전염초기상­황으로보인다.

이 질병은 어디서 어떻게 전염되었을까. 전염경로는 대개 세 가지다. 첫째는 병에 걸린 돼지나 돼지생산물을 통한 직접 오염이다. 질병 발병지역을 다녀왔을 때 가능한 전염이다. 실제로 지난 3월 14일 중국국적여행객이한국­으로들여온중국산돼지­고기가공품(소시지와 햄버거)에 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전자가나오기도 했다.

둘째는 오염된 잔반을 먹였을 경우다. 이 바이러스는 고기를 얼린 상태에서 1000일을 버텨내고 소금으로절여도 1년을 산다. 셋째는멧돼지를통한경­우다. 첫째와둘째경로의 경우, 농장주인이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기에 이를 제외하면 멧돼지의 경우가 남는다.

#하루15㎞이동하는전염동물,멧돼지

북한은 지난 5월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돼지열병 발병을 보고했다. 자강도 우시군북상협동농장에­서 5월 23일 신고되어 25일 확정됐다는것이다. 자강도는 한반도 북서부의 압록강 중류에 있는도(道)로, 중국을 경계로 하고 있는 곳이다. 질병 확진지가휴전선에서는­비교적멀리떨어진곳이­라남북 간의 인구이동으로 인한 오염은 가능성이 낮아보이지만, 멧돼지의 경우는 다르다. 이 야생동물은하루최대 15㎞를 이동한다.

멧돼지는스스로돼지열­병에감염되는경우는없­지만, 이 질병을 옮기는 무서운 전염경로다. 최근 멧돼지 개체수는 급속히 불어 남한에서만 30만 마리에 이른다. 전국을떠돌아다니는 멧돼지가 돼지열병을 옮기기 시작하면 어마어마한 재앙이 될 수 있다.이에대한대책도시급한­실정이다.

#정부“접경지역DMZ로차단­돼유입가능성낮다”

북한돼지열병발생으로­긴장감이고조되고있던­지난 6월 정부는 북한 멧돼지를 통한 질병 유입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은 프랑스나 독일과는 달리 접경지역이 DMZ로 차단되어 있어 야생멧돼지로 인해 ASF가 유입될 가능성은 낮습니다.다만 과거 1996년 8월 한강하구에 북한 소가 산 채로떠내려오고연평도­에멧돼지가유입된경우­가있어서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정부는 강원도와경기북부 등 접경지역에 대한 멧돼지 예찰(豫察)을강화하고 있으며, 포획단을활용해질병예­방차원의사전포획강화­조치를시행하고 있습니다.”

6월 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강원 철원군의 민통선 지역을 방문했을 때, 신상균 육군3사단장은 “민통선 멧돼지 개체수를 통제하기 위해 엽사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이튿날 국방부는 휴전선을넘는멧돼지를­포획하기어려운 경우, 사살을허용하는돼지열­병대응지침을내놓는다.합동참모본부는 이를 바탕으로 ‘북한 야생멧돼지 식별 시대응지침’을 만들어 휴전선 인접부대에 전달했다.군사분계선남쪽2㎞ 후방남방한계선철책을­넘는멧돼지는사살하고­사체는방역기관에서처­리토록하는지침이었다.

#지난7월“돼지열병항체가이상급­증”

7월 4일 농림축산식품부는이재­욱차관주재로 돼지열병 관계부처 협의체 2차회의를 열었다. 이자리에서 한 민간전문가는 “그간 DMZ 야생멧돼지감시를 해온 결과, 북한 멧돼지의 남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힌다. 그런데 7월 18일 한 신문(세계일보)은 올들어 멧돼지에서 돼지열병 항체가 이상하게급증하고있다­고보도한다.

“올 상반기 멧돼지에서 돼지열병 항체가 양성으로밝혀진것이 113건이 나왔으며, 항원이양성으로밝혀진­것도 6건이 나왔다(김현권민주당의원이제­공한 ‘야생멧돼지 돼지열병 검출 현황’ 농식품부 제출자료)”는 것이다.

기사가 나오자 농식품부에서는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돼지열병 항원과 항체의 검출이 늘긴 했으나, 이 바이러스가 북한에서 넘어온 것으로 판단할근거가없다는입­장을 냈다. 이신중론이나온지열흘­남짓만에방송사의파주 DMZ 멧돼지출몰현장뉴스가­나온 것이다.

하지만그 이후, ‘탈북’ 멧돼지에대한특별한조­치는 보이지 않았고, 같은 지역의 돼지농장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했다. 정부는 그제서야 돼지열병 위기경보단계를최고수­준인심각단계로올렸다. #불가피한발병이었나, 방

심에뚫린방역이었나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아직도 발생경로를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원인을알아야대응책도­제대로 세울 수 있다. 정부는 일단 급히 첫 발생 농장의돼지 3950마리를 살처분했지만, 잠복 기한( 21일)까지 어디서 어떻게 다시 출현할지 몰라 조마조마하게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 발병 농가가 있는 지역은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5km 떨어진 한강과 공릉천 합류지점과 가까우며 북한과 10km 밖에떨어져 있지 않다. 최근 태풍으로 접경지역에 많은비가 내렸기에 멧돼지가 떠내려왔을 가능성도 있다.그 와중에 DMZ 하천지역의 멧돼지 출몰 구멍은 어떻게대비했는지,그것이알고 싶다.

#돼지열병1년1개월이­지난중국은지금

돼지열병 발생은 ‘대재앙’급이다. 2018년 8월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랴오닝성에서 돼지열병이 처음발생했던 중국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1년 1개월이 지난 현재 31개성의 직할시와 자치구 모든 곳에번진이질병은중국­축산농가를거의쓸어버­렸다.

돼지고기 값(지난 8월)은 작년 대비 46.7% 올랐다. 남부 푸젠성과 광시성엔 1인당 구매량 제한조치가 실시됐다. 중국은 세계 전체 돼지 사육두수 9억마리의절반을 키우고 있는 나라다. 매달 2400만 마리를 도축하는 양돈 초대국이기도 하다. 작년 기준으로이나라는 5496만t의 돼지고기를 생산했는데,소비량은그보다더많은 5624만t이다. 작년에중국은 160만t의 돈육을 수입했다. 이런 나라에서 돼지열병이 창궐했으니 세계 돈육시장은 초토화될위험에 처했다.

한국은 어떤가. 2008년 돼지고기 생산량은 92만t이고 자급률은 64%다. 소비량이 143만t쯤 된다. 51만t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발생한돼지열병은 가뜩이나 힘겨운 경제를 더욱 주저앉힐악재일 수밖에 없다. 이 엄청난 일이 불가항력적인발병이었­는지, 방심에의해방역이뚫린­것인지되짚어볼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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