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中무서운‘원전굴기’

2030년美제치고1­위

- 지난(중국)=윤세미기자 fiyonasm@

“집집마당마다맑은물이­샘솟고버드나무드리운 곳.”

100여년 전 청나라 말기 작가 류어(劉鶚)는 자신의 책 ‘라오찬 여행기(老殘游記)’에서 중국산둥성의성도 지난(濟南)을 이렇게묘사했다.

최근기자가방문한지난­은도시의심장부에시간­이멈춘듯한세기전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었다. 강소기업과 첨단산업을단단히 키워내면서도 고유의 자연과 문화를 소중히 보살필 줄 아는 조화로운도시였다.

무분별하고 맹목적인 개발에서 한 걸음 물러나 도시의 지속가능한발전을 위해 고심하는 지난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기를 맞은 중국에 새로운 도시 발전상을 제시하며 세계적 생태문화도시로의도약­을준비하고있었다.

◆샘,지난에고유의색깔을입­히다

출근 행렬이 시작되기 전 이른 아침 지난의 도로엔 빈 물통을 매단전기오토바이부대­가달린다.샘물을받으러가는사람­들이다.

물이 돌을 타고 흘러내리는 소리가 호랑이의 울음소리와 비슷하다고해흑호천이­라는 이름이붙은샘에 다다르니 샘터에서물을긷는사람­들의손길이 분주했다. “물맛이 얼마나 좋은데요.” 기자에게물한모금을건­네는주민의눈빛엔자부­심이 묻어났다. 샘은 4000년 역사의땅지난의오랜일­상이자자랑이었다.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지난은 예로부터 물이 많아 ‘샘의 도시(泉城)’로 불렸다. 지난에만 800개 넘는 샘이있는데, 이름을알아주는샘만 해도 72곳이라고 한다. 4계절 내내 수온이 18도를 유지해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집집마다 맑은 샘물이 솟아난다는 기록이있을정도로물이­풍부했다고하니축복받­은땅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주민들에게선여유와기­품이느껴졌다.

유명한 샘 주변엔 산책로, 연꽃 군락지, 샘물 분수, 동상, 기념관 등으로 꾸민생태 문화공원들이 번듯하게 조성돼 있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번잡한 일상에서벗어나 사색의 시간을 가졌고, 관광객들은느린걸음으­로물과자연이주는여유­를 감상했다. 천혜의 자연과 전통을 보존하고 도시 고유의 문화로 발전시키고자하는지난­의노력을엿볼수 있었다.

이 밖에도 당나라 시대 건물이나 청나라 가옥, 성당 등이 보존된 고대 거리와 민속생활 체험이나 전통문화 전시를 위한 역사문화 구역에선 4000년이넘는지난­의장구한역사를느껴볼­수 있었다. 이곳에서만난전설속토­끼점토인형을만드는공­예장인과 500년 역사를자랑하는그림자­인형극의 5대 전승인은 지난의 예술적 전통을 지켜내고 있다는자부심이 대단했다. 지난은샘을바탕으로한­독특한문화경관을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등재해세계적도시로발­돋움하려는목표를가지­고있다. 올해 6월에는 중국의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포함돼 지난의 계획에한층속도가붙었­다.

◆국제적생태문화도시향­해박차

“지난은 샘물의 고향이다. 지난은 샘으로 인해 태어났고, 샘으로 인해 지어졌으며, 샘으로인해 발전했다. 샘물은이도시의생명과 미래를담고 있다.”

쑨수타오지난시장은 11일 지난소재산둥호텔에서­열린제4회국제샘물문­화경관도시연맹 회의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샘을지난의 브랜드로 삼아 자연과 문화와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지속가능한발전­을이어가겠다는의지였­다.

국제샘물문화경관도시­연맹은 2015년 지난이 주도해 결

성한 20여개 도시 연합체다. 프랑스 렌, 미국새크라멘토,캄보디아 시엠리아프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은 이후 매년 회

의를열고샘물경관 보전,샘물관광개발논의를주­도하며국제적으로 보폭을 넓혀왔다. 올해 회의에선 한국 수원을 비롯해 13개국 자매도시에서 온 학자, 전문가, 기업인 등 500여명이 참석해 ‘문화재 보호와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주제로아이디어를공유­했다.

룽융투 중국 대외무역경제협력부 부부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지난이 고유의 자연문화 경관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시 발전사를 쓰는 것은경제전환기를맞은­중국에시사하는바가크­다고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지난 40년 동안 연간 평균 10%가 넘는 고도성장을 거치면서자연과전통의­훼손등급속한도시화로­인한부작용을앓고있다”며 “단순히 깨끗한 물이나 자연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고유의 문화경관을발전시켜도­시의이미지를드높이는­지난의스토리는중국의­경제전환기에큰의미를­갖는다”고 말했다.

하루 전엔 대명호 가운데 있는 섬에서 ‘생태도시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고위급 대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 초대된 박진웅 칭다오 주재총영사는 한국의 대표적 생태공원 중 하나인 창녕 우포늪을 거론하며,자연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지역주민의 일자리창출로연결되는­선순환의사례를제시해­눈길을 끌었다.

◆중국의료굴기의꿈,지난메디컬센터

지난의지속가능한도시­발전은적극적인미래먹­거리산업육성으로도이­어지고 있었다. 그중기자가찾은 지난메디컬센터(JMC)는 중국의료굴기(崛起·우뚝 섬)의 꿈이자라는곳이었다. 미국텍사스주휴스턴에­위치한 텍사스메디컬센터(TMC)를 벤치마킹했다.

TMC는 의료대학, 병원, 연구소등건물만 100개가 넘는세계최대규모의첨­단 의료단지다. 연간 800만명 이상의 환자가 내원하고 18만건이넘는수술을 집도한다. 세계최대 암연구·치료센터인 MD앤더슨 암센터도 TMC 안에 자리한다. 휴스턴에서미국 항공우주국(NASA)만큼 유명한곳이기도 하다.

중국의 TMC를 꿈꾸는 지난메디컬센터는 2017년 7월 중국 산둥성인민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아 착공에 들어갔다. 교육, 연구, 치료, 재활등의 의료 관련 시설 전반과 호텔, 관광 등 상업 시설까지 들어서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총면적 45㎢, 핵심시설면적만 10㎢에 이른다고하니‘도시 속의또다른의료도시’를세우는 셈이다.

투자액이 2000억 위안(약 33조6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2030 건강중국(Health China 2030)’ 청사진 아래 산둥성과 지난시 정부가 전폭으로 지원하고 있다. 해외 유수의 의학 전문가들과 연계를강화하고 있으며, 센터내해외병원도적극­유치할방침이라고 한다. 2022년까지 종합병원 2곳, 전문병원10곳을짓는­다는계획이다. 2017년에는 한·중·일 3국의 보건관련장관이 모여이곳에 암예방센터를 짓기로했다고안내원은­설명했다.

그 밖에도 지난은 빅데이터와 지능형 제조업 등 첨단산업 10개 분야를 선정해 1000억 위안(약 17조원)을 투입하며 새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중국 4대 소프트웨어산업단지 중 하나인 치루(齊魯)소프트웨어산업단지도­지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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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돌천은 3500년 역사를 가진 지난의 대표적인샘이다. 중국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관광지에 부여하는 5A 등급의 명소다.투명한 에메랄드빛의 연못위로 3개의 샘이 나란히솟구치는데, 그 모습이 꼭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찻물같다. 매일 쏟아내는 물이7t에 이른다. 청나라 건륭제가 이곳의 샘물로 차를끓여 마신 뒤 물맛에 반해‘천하제일천’이라고 불렀단다. 남송대 저명한 여류시인 리칭자오는 표돌천을거울 삼아 빗질을 했다는얘기도 전해진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제공]
표돌천은 3500년 역사를 가진 지난의 대표적인샘이다. 중국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관광지에 부여하는 5A 등급의 명소다.투명한 에메랄드빛의 연못위로 3개의 샘이 나란히솟구치는데, 그 모습이 꼭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찻물같다. 매일 쏟아내는 물이7t에 이른다. 청나라 건륭제가 이곳의 샘물로 차를끓여 마신 뒤 물맛에 반해‘천하제일천’이라고 불렀단다. 남송대 저명한 여류시인 리칭자오는 표돌천을거울 삼아 빗질을 했다는얘기도 전해진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제공]
 ??  ?? 크고 작은 샘이 모여 하천을 이루고, 하천이 고여 거대한 호수가됐다. 5A 등급 명소인 대명호다.호수 면적만 축구장 65개가 들어가는 엄청난 크기다. 수양버들과연꽃 군락지가 아름다워 지난 제일의 정원이라는 애칭이 있다. 호수한가운데있는누각­역하정에선당나라 최고 시인 두보와 이백이 술잔을 기울이며 대명호의 아름다움을 읊었다고 한다. 대명호 한쪽 인공섬에 위치한 7층 높이누각 초연루에 오르면 사방으로 탁 트인 풍광에 눈이 시원해진다. 호수 너머속속 들어서는 고층건물이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은 과거와 현재가교차하는 지난의 또 다른 모습이다. [사진=윤세미 기자]
크고 작은 샘이 모여 하천을 이루고, 하천이 고여 거대한 호수가됐다. 5A 등급 명소인 대명호다.호수 면적만 축구장 65개가 들어가는 엄청난 크기다. 수양버들과연꽃 군락지가 아름다워 지난 제일의 정원이라는 애칭이 있다. 호수한가운데있는누각­역하정에선당나라 최고 시인 두보와 이백이 술잔을 기울이며 대명호의 아름다움을 읊었다고 한다. 대명호 한쪽 인공섬에 위치한 7층 높이누각 초연루에 오르면 사방으로 탁 트인 풍광에 눈이 시원해진다. 호수 너머속속 들어서는 고층건물이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은 과거와 현재가교차하는 지난의 또 다른 모습이다. [사진=윤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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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세미 기자]
▲10일 이른 아침부터 지난 흑호천옆약수터에샘물­을뜨려는주민들이긴줄­로늘어서 있다. [사진=윤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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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지난메디컬센터(JMC) 전시관에서 각국 기자들이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있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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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중국 지난 산둥호텔에서 제4회 국제샘물문화경관도시­연맹회의가 개최됐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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