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프라다매장도문닫는다…‘쇼핑천국’홍콩의추락

시위사태100일… 8월관광업계손실1조­8000억원육박추석­대목주요상권손님끊겨…실업률2년만에상승세­정치적불안악화로亞금­융허브지위상하이로넘­어갈판

- 배인선기자 baeinsun@

‘홍콩소요사태 100일, 경기후퇴가위험수위에 달했다.’

홍콩 주간지 아주주간 최신호의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홍콩 범죄인인도법(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6월 9일 첫 대규모 시위를 벌인 지 16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미·중 무역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송환법 시위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홍콩 경제는 몸살을 앓고 있다. 시위 장기화로 소매·관광업은 물론, 주식·금융시장, 부동산, 항공업등모든경제분야­가타격을받은 것. 홍콩최대갑부인 리카싱 청쿵그룹 창업주가 “홍콩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위기에직면했다”고묘사했을정도다.

◆홍콩‘쇼핑천국’옛말…문닫는프라다매장

‘쇼핑천국’ 홍콩은이젠옛말이 됐다. 시위를우려한해외관광­객발길이 끊기면서다. 블룸버그 통신은 홍콩 관광산업이 지난 8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고보도했다.

지난 8월 홍콩을찾은관광객은 354만명으로, 지난해같은기간 590만명에서 40% 가까이 줄었다. 사스가 만연했던 2003년 5월 관광객이70% 가까이 줄어든 이후 16년여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8월 한달에만홍콩관광업계­가입은 손실액이 120억 홍콩달러(약 1조8000억원)에 이른다고추산했다.

관광객이 줄어든 소매업계엔 ‘엄동설한’이 닥쳤다. 홍콩의 지난 7월소매판매액은 344억 홍콩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줄며 6개월째내리막길을 걸었다. 6월(6.7%)보다 감소폭이 더 확대된 것으로, 2016년2월이후최­대를기록했다.

홍콩관광성수기인지난 중추절(추석) 연휴 코즈웨이베이, 침사추이등현지주요상­권은손님이 없어파리만 날렸다. 시위가계속이어지면1­0월 황금연휴인 국경절, 12월 크리스마스에도 예전과 같은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명품브랜드 프라다가홍콩 코즈웨이베이에운영하­던 1만5000평방피트(약 421평) 규모의 3층짜리 매장을 임대 계약기간이만료되는내­년6월에폐점하기로결­정한 이유다.

애니 야우 츠 홍콩소매관리협회 주석은 “지난 6월부터 이어진 시위로주요상권점포매­출이절반이상 줄었다”며 “특히 시위가있는날은하루 매출이 70~80%씩 준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가 나날이 격화하고있어, 관광·소매업경기가단기간에­개선되긴힘들것으로내­다봤다.

현재 홍콩 관광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약 25만명 남짓으로, 홍콩 전체 취업인구의 7%를 차지한다. 관광업계가 부진하면 수십만명의 생계가위협받는셈이다.

일각에선 대량 실업 사태도 우려한다. 실제로 홍콩 실업률은 지난4~6월 2.8%에서 5~7월 2.9%로 높아졌다. 이로써 홍콩의 실업률은 2년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시위 장기화로 7~9월 실업률은 더 높아질 것이란게전문가들의관­측이다.

애니 주석은 “일부 점포에선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하고, 직원에게 반강제적으로 유급·무급휴가를 장려하고 있다”며 시위 장기화로 대규모해고사태가불가­피하다고우려했다.

◆“무역전쟁에홍콩시위까­지…”이중고겪는홍콩경제

미·중 무역전쟁에따른글로벌­교역침체에홍콩수출입­통계성적표도 참담해졌다. 홍콩 통계국에 따르면 7월 수출이전년 동기 대비 5.7%감소하며 9개월째 하향곡선을 그렸다. 같은 달 수입도 8.7% 줄었다. ‘아시아 물류허브’로 불리는 홍콩 국제공항의 8월 환적 화물량은 전년 동기대비 19% 급감했다.

홍콩 실물경기가 곤두박질치면서 부동산시장에도한파가­몰아닥쳤다. 중위안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8월 한 달 홍콩 아파트·주차장·오피스·점포 등을포함한전체부동산­매매계약건수는 5557건, 액수는 428억홍콩달러를기­록했다. 전월대비각각 1.9%, 2.1% 감소한것으로6개월 만에 최저치다. 시위 발발 직전인 5월 1만건에 달했던 데 비해 반토막이난 셈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홍콩 부동산이 단기간 내 급락하자‘바겐헌팅(저가매수)’을 노리는세력도나타났다.

금융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홍콩 항셍지수는 8월 한 달에만 2000여포인트 하락했다. 한 달 낙폭만 7.4%에 달했다. 전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최악의 성적표다. 같은 기간 일본·한국·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 지수는약 3% 떨어졌다.

홍콩 경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이상이다. 특히 무역·물류, 금융, 전문서비스, 관광업이 4대 지주산업이다. 홍콩전체경제에서차지­하는비중이각각 22%, 17.6%, 12.4%, 5%에 달한다. 무역전쟁에 홍콩 시위까지 겹쳐 지주산업이 흔들리면서 홍콩 경제가 최악의 국면에 처했다.

홍콩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보다 0.5% 증가하는 데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분기(-1.7%) 이후 거의10년 만에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홍콩 시위 영향이본격적으로나타­난3분기성장률이 0.3%까지 낮아질것으로전망했다. 석달전 2.3%로 전망한것과큰차이를 보인다. 블룸버그는올해홍콩성­장률전망치도기존의 2.2%에서 0.7%로 3분의2 넘게 낮췄다.

홍콩정부는지난달 190억 홍콩달러규모의경기부­양패키지를발표했다. 세금 감면, 사회보장연금 추가, 중소기업대출지원및수­수료면제등의 내용이 포함됐지만 홍콩 경기를 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나왔다. ◆“홍콩보다

홍콩은그동안중국대륙­진출의 관문이자, 정치·경제적자율성을바탕으­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도시로 여겨졌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에서도 25년째 1위를 놓치지 않았다.글로벌 100대 은행중 70여개가 사업을하는도시가바로­홍콩이다.

그런데시위장기화로 ‘중국 리스크’가부각되며홍콩은더이­상안전하지 않은 도시가 됐다. 지난달 말 영국 싱크탱크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이 발표한 ‘2019년 안전한 도시지수’에서 홍콩의 순위는 20위에 그쳤다. 2017년 9위에서 10계단 넘게추락한 것이다. 최근홍콩 시위 장기화로 사회 불안이 고조된 탓이다. 지수는 60개 도시를 대상으로디지털 안전, 보건 안전, 기반시설 안전, 개인안전등 4개부문을평가해격년­으로발표된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가 최근 홍콩증권거래소의 366억 달러짜리 인수·합병(M&A) 제안에퇴짜를놓은것도­이 때문이다. 정치적불안으로아시아 금융허브로서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차라리 중국과직접접촉할수있­는창구로“홍콩보다상하이를원한­다”는의사까지 내비쳤다.

이달들어이미세계 3대 신용평가사중 피치·무디스 두곳이홍콩의신용등급­을 강등했다. 피치는 지난 6일 홍콩신용등급을 ‘AA+’에서’AA’로, 전망치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며 추가 하향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다. 피치가홍콩신용등급을­낮춘건 1995년 이후처음이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3년 사스 대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속에서­도 ‘AA+’ 등급을유지했던홍콩이­다.

첸완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홍콩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며 “시위가 잦아들어도 악화된 경기가 단기간 내 반등하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홍콩 경제가중국을비롯한 글로벌 경기둔화로 더큰하강압력에직면할­것으로전망했다.

상하이”아시아금융허브지위‘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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