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 . . . . 조국스럽다란말낳은‘멘탈갑’장관께

아주브랜드칼럼인민재­판식단죄는결단코반대­하지만‘진짜조국’을보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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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학기첫시간에학생­들에게목계(木鷄)와 ‘1만 시간의법칙’을 소개했다. 맡은과목은‘현대국가와 거버넌스’이나수강신청정정기간­이라서조금은 여유가 있었다. 목계는 나무로 깎아 만든 닭처럼 행동거지를 무겁게 하라는 거고, ‘1만 시간’은 비틀스가 무명시절 1만 시간을 연습해서 정상에 오른 것처럼 여러분도 한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최소 1만 시간은쏟아부어야한다­는 당부다. 요즘엔이런얘기들이잘­안먹힌다는걸알면서도 산업화시대의꼰대라어­쩔 수가 없다. 문득 궁금했다. 조국법무장관이라면학­생들에게무슨얘기를 했을까.

조 장관은 ‘청년전태일’이라는 청년시민단체로부터 면담요청을 받고지난 11일 청사에서 비공개 대담을 했다. 그는 서두에 “합법 불법을 떠나많은분들께실망을­드렸다는걸겸허히 인정한다”고 했다. 청년들은조 장관에게 공정·희망·정의를 상징하는 사다리 모형 3개를 만들어 전달했다. 그들이 딛고 올라갈 공정한 사다리를 만들어달라는 취지라고했다. 이 대담은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금수저와 흙수저의 대화’라고지칭한매체도 있었다.

대담에서조장관은주로­듣기만했다고 한다. 그럴수밖에없었을것이­다. 대표적 ‘금수저’라는 그가 하필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노력’을 주문하기엔 스스로도 멋쩍었을 터.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용이 될필요는 없다,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된다”고 했던 과거자신의발언을되풀­이했을리도 없다. 그건청년들의가슴을두­번후벼파는 꼴이다. 청년들의 좌절 해소도 법무장관의 소관 업무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놀랍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위선’보다도 이런 행사를취임 이틀 만에 강행할 수 있는 담대함과 민첩함이 필자를 질리게 한다.무서운집요함이다.아니면참을수없는가벼­움이거나.

생각해보라. 조장관과그의가족으로­인해야기된논란의이면­엔한국사회에서 공정(公正)으로서의 정의(正義)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AI(인공지능)가 세계적인 붐이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세계경제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가선포된이래 3년여 흐른지금세계의관심은 AI에 초점이맞춰지고 있다.

21세기 AI 붐의 발신지는 판교다. 2016년 3월 9~15일 서울에서이세돌과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AI로 무장한 알파고와의 세기적인 바둑 대결이 열렸다. 그 전날인 8일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에서 알파고개발자를초청해 ‘AI가 여는 미래’를 제목으로포럼을 개최했다. 세계로 전해진 AI 뉴스는 이세돌과 알파고 대결이었지만 그 오리지널은판교 포럼이었다. 그 판교가 지금 AI 클러스터 허브로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경기도와 KAIST, 성균관대학은 판교 기업들과 함께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AI 산업 생태계를 짜기 시작했다. 두 대학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정한 AI 대학원을 설립해 국내외에서 AI 전문가들을교수로영입­하고석박사과정신입생­을뽑아놓은 상태다. 명실공히관산학연(官産學硏)의 스크럼이다.

AI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오래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에 전남 광주에 AI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이후100대 국정과제로 올렸다. 광주시는오는 2024년까지 첨단지구에 4000억원을 투입해 ‘AI 산업융합집적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이 예산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추진된다. ㅈ박정일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산업화에서는 일본이 앞섰지만 우리는 디지털화에서앞섰다. AI 강국으로가야지일본이­던져준 소재·부품만 집중하다보면2030­년에는 똑같이AI에서도종속­되고말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시가 중소기업 AI 경쟁력을 기치로 내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광주시와 함께 AI 클러스터 조성을 주도하고 있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손잡고 슈퍼컴퓨터 활용과 국가과학기술연구망(KREONET)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판교와광주의 AI 협력도모색중이다.정부의 AI지원에 대한의지도강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4일 아주경제가 주최한 ‘인간중심 AI와 인더스트리 4.0’ 글로벌 포럼에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AI·빅데이터와 네트워크 분야에 1조7000억원 투자,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물음이 도사리고 있다. 그 물음에 청년 10여명과의 80분 대담 한 차례로 답을 구할 수 있는가? 청년들과 함께 모형 사다리를 붙잡고 사진을찍는다고 치워져버린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생기는가. 우리 사회는 좀더 공정해지는가. 설령 그 청년들이 원했어도 사양했어야 했다. 조 장관의이런모습에서우­리는절망하는것이다.

그가 사진 찍기에 바빴을 때 서울의 한 외국어고가 ‘금수저 유학반’을만들어학생들간 ‘인턴 품앗이’를 한다는뉴스가 떴다. 이유학반구성은 공정한가, 공정치 않다면 왜 그런가? 유학반 아이들이 유학은 안가고 전부 SKY로 가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유학만 가면 ‘인턴 품앗이’는 얼마든지 해도 되는가. 가수 송가인은 한종편 TV가 오디션 프로그램을통해개천에­서 건져낸 스타다. 필자는이런 상상도 해봤다. 트로트 경연이라고는 하나만약에송가인이 결선에서 집안 좋고, 학력 좋은,유명외국음대 출신의경쟁자를만났다 치자. 송가인이 우승하면그오디션은공­정하고, 그유학생이우승하면덜­공정한가?물론심사의공정성 여부에달린 문제겠지만 은연중 약자를 응원하게 되는 이런마음을혹 ‘정서적 정의’(emotional justice)라고 할수도 있을까.

현대 정의론의 대부 존 롤스(1921~2002)는 “한 사회에서의 불평등은최소 수혜자(사회, 경제적약자)에게최대이익이돌아갈­때에만허용된다”고 했다. 이른바 ‘차등의 원칙’이다. 롤스는 자유와 평등을 절충해서 불평등에대한 보편적 해결의 원리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롤스의 정의론에따라평등의정­도가높은사회를더 ‘공정한’ 사회로 오인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신중섭, <한국에서 공정이란 무엇인가>, 2012년) 한국은 근로자의 40%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않는 나라다. 이건공정한가?

조 장관 문제는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 여부가 걸린, 어렵기 그지없는 공정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 역대 정권도 하나같이 공정하고 정의로운사회를표방했­지만대개는실패했다. 이런난제에진보정권의­장기인이벤트로 대응하려든다면 ‘이미지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 장관이 상급자의 폭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고 김홍영 검사의 묘소를 참배한 것도 마찬가지다.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한 기고문에서 “김 검사의묘소를참배하면­서 언론에 사진을 노출시키는 ‘조국스러운’언론플레이에다시금놀­라게된다”고 했다.

그가 숨 돌릴 틈 없이 쏟아내는 일련의 개혁 방안들, 검찰개혁 추진단 구성, 피의사실공개 금지, 검찰의직접수사 축소, 검사와의대화등에서도 조급함과 더불어 ‘조국식’ 이벤트 냄새가 물씬 풍긴다. 검찰개혁같은 묵은 숙제가 이리 서두른다고 하루아침에 풀릴까. 어떤 정책도 국민이 그 선의(善意)를 믿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걸 그가 누구보다잘알 터이다.

그는 명망 있는 법학자이고, 여전히 진보의 아이콘이며, 잠재적인 대권 주자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젊어서 무장봉기를 획책한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에 잠시 발을 담그기도 했지만 이 또한 눈감아 줄수 있다.사노맹에서자본주의정­점인사모펀드에이르기­까지의삶의역정은, 비록 석연치 않은 해명에도 불구하고사유의폭을넓­혔을 것이고,균형감과 포용력도 키웠을 것이다. 이런 장점들은 굳이 장관자리가 아니더라도발휘할기회­가얼마든지있었을 것이다. 진보적지식인으로서‘한국적 정의론’ 모색에 기여하는 편이 훨씬 보람 있지 않았을까. 굳이“지식인이란 관직에 이르는 먼 길”이라는 조소를 당해야 했나. 문재인대통령과의 사이에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대통령으로서도최대의­인사패착이아닐수 없다. 적재적소는커녕한지식­인을사지(死地)로 몰아넣었다.

조국은이제윤석열검찰­에의해 영어(囹圄)의 몸이될수도 있고, 풀려나 넓은 바다로 나아갈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필자는 진짜 조국을보고 싶다. ‘이미지 정치’로 순간순간을 모면하고, 가벼운 입으로 화를자초하고, 위선으로 신뢰를스스로갉아먹는 그런 조국 말고 진짜사람조국 말이다. 필자는 인민재판식 단죄에 결단코 반대한다. 그러나 그를보면볼수록그가누­구인지 모르겠다. 강철같은멘탈뒤에서그­는웃고있다. 그것이불안하고무섭다. <초빙논설위원·극동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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