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마이너스채권금리와시­시포스의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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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채권시장 연구의 선구자인 시드니 호머는 ‘금리의 역사(A History of Interest Rates)’라는 책에서 지난 5000년간 금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짚었다. 1963년 초판에서 메소포타미아·그리스·로마 시대를 시작점으로 삼아출발한 대서사시는 2005년 4차에 이르기까지 개정을 거듭하며 1990년 이후의변화상까지아우­른다.

지난 5000년간의 금리 흐름에서 눈여겨볼 건 뚜렷한하향 추세다. 금리는한참오를만하면­다시내리기를 반복하며 추세적인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때문에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금리정책을 떠맡은중앙은행은자주 ‘시시포스’에 비유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는 신들을 속인 죄로 지옥에 떨어져바위를산위로 밀어올리는벌을 받았다. 이바위는산꼭대기에이­르면스스로의무게로다­시굴러떨어지기때문에­시시포스는영원히의미­없는일을반복할 수밖에 없다. 중앙은행이 시시포스라면, 금리는시시포스의바위­가되는 셈이다.

세자르 페레스 루이스 픽텟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쓴 ‘시시포스와 시장’이라는 글에서중앙은행들이통­화정책정상화를시도할 때마다, ‘시장의 신들’이 통화완화 기조로의 반전과 금리인하를강요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에휘둘리며금리라­는바위와씨름하고있기­는미국중앙은행인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마찬가지다.

2008년 9월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본격화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순식간에 세계 경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른바 ‘대침체(Great Recession)’다. 경기부양이 시급했던 연준은 같은 해 말 ‘제로(0)금리’를 도입했다. 부동산거품이 한창이던 2007년 5%가 넘었던 기준금리를0~0.25%로 끌어내린 것이다. 금리를더내리지못하게 된 연준은 부동산담보부증권(MBS)과 국채 등을매입해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병행했다. 3차에 걸친양적완화로시중에­푼돈이수조달러에 이른다.

연준의통화정책이반전­조짐을보이기시작한건­2013년이다.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총재가 양적완화축소(테이퍼링)를 처음 언급한 것이다. 시장은 ‘긴축발작(taper tantrum)’으로 저항했지만, 연준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강행했다. 이듬해 1월부터 테이퍼링에 나서 10월에 양적완화를 완전히 끝냈고, 2015년12월에는 기준금리를인상하며제­로금리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연준은 지난해까지 9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렸다.그 사이 시장에서는 금리인상의 명분이 되는 경제지표 개선이 악재로 작용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상황이반전된건지난해 말부터다. 연준의통화정책이 다시 완화 기조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실렸다. 미·중 무역전쟁이 거세지면서 세계적인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이세계경제성장률전망­치를연거푸낮추며경기­부양 기대감을 자극했다. 당초 올해 금리동결을 선언했던 연준은 지난 7월 마침내 기준금리 인하를단행했다.

연준을 따라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했던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주 이미 마이너스(-)인 예금금리를 더 낮추고, 양적완화도 재개하기로 했다.위기모드로완전히돌아­선 셈이다. 통화완화기조를 고수해온 일본은행(BOJ)도 경기부양력을높이기위­한추가조치를고민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관측한다. 경기둔화 공포가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를부추기고있­는데다투자자들역시안­전자산선호심리에이끌­려채권에몰리고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연설에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수익률(금리)이 0%이거나 마이너스인 채권의 규모가 15조 달러에 이른 걸 심각한 경기둔화의 징후로 꼽았다. 그는 “투자자들이 수년간,심지어 수십년간 투자 수익률이 매우 낮거나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시장의 전제를 받아들이고 있는것”이라고 지적했다. 맬패스는 생산에 쓸 자금이 저금리 채권에 묶여 있다며, 올해 세계 경제 명목 성장률이 3%를 밑돌아 2017년, 2018년의 절반도 안 될것으로내다봤다.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만기 때 그만큼의손해가 불가피하다. 투자자

들이 이를 감수하고 마이너스 채권을사들이는건유통­시장에서차익을챙길수­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채권 가격 상승, 즉 금리 하락에 대한 바람이 커지면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대한 저항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중앙은행이 시시포스의 굴레에 갇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본은행이 대표적이다. 일본은행은 1990년대 초 자산거품붕괴로일본경­제가장기불황수렁으로­빨려든이후30년간 제로금리,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등 실험적인통화부양책을­총동원했지만, 일본경제는여전히 디플레이션 수렁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전문가들은 저인플레이션, 저금리, 고부채 등 주요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악재들을 세계 경제의 일본화 전조로 본다. 이들은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구조개혁, 기술혁신을위한 노력이 민간투자를자극해경기­를되살리고금리도정상­화할수있는방안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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