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고위공직자인격권제한,어쩔수없다

1953년형법제정때­부터찬반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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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장관 일가족 수사를 계기로 피의사실 공표 문제가 다시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법무부와 민주당이 피의사실 공표를 검찰의 적폐라고 주장하면서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들고 나왔다. 공표를 금지하는 내용으로법무부 훈령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국장관을 보호하고 검찰수사를위축시키려­는의도라는비판여론에­조국장관은 “제 가족을둘러싼수사가종­결된뒤시행되도록하겠­다”고한발 뺐다.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 취재 보도 관행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논의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 전에 한 가지 분명히 할 게 있다. 피의사실 공표 금지가 적어도 현직 장관인 조국 같은 인물을 보호하려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장관은 한 나라의 대표적인 공직자이다. 국민의 일상 생활에 큰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사람이다.이런 고위 공직자의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 과정과내용은 국민에게 최대한 소상히 알려져야 한다. 조장관 같은 공직자의 경우 피의사실 공표는 더 활성

화하면해야지금지할일­이 아니다.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하는 피의사실 공표죄를 둔 나라는 없다. 이는우리나라에만있는 죄다. 1953년 형법제정당시 도입됐다. 정부가 제출한 형법 제정 초안에는없었는데 국회 법사위가 만든 수정안에 들어갔다.그때도 이 죄의 도입을 놓고 국회의원 간에 찬반 논란이 심했다.논란을보면 이렇다.

엄상섭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피의사실 공표죄입법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요새 경찰서 문앞에만 가도 당장에 신문에 나고 여러 가지 말썽이되어서혐의를받­은사람은신용과명예유­지에대단한 곤란을 받는다. (중략) 확정판결이 있기 전까지는무죄 추정을 받게 되어 있다. (중략) 경찰서에 한번잡혀갔지만, 신문에만 떠들어 놓고 수사한 결과 아무런 결론도 나지 못하는 형편도 있다. 한번 신문에나거나 소문이 퍼진 뒤에는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어담지 못하는 결과가 돼서 그 피해자의 처지는 대단히 곤란할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이 조문을 신설한 것이다.’

이에변진갑의원이 반대의견을 냈다. ‘이 조항이언론의 자유를 제약할 우려가 있고, 오히려 범죄 보도로 인하여 범죄 수사에 국민의 협조를 받을 수도있다’고 했다. 그러자윤길중법제사법­위원장이반박했다. ‘신문기자가 탐지를 해서 보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이일단피의사­실을발표하면수사기관 스스로이에 기속되어 이것을 번복하기 어렵고 그 피의자를 억지로라도 잡을 수밖에 없는 폐단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변진갑의원은 ‘(수사기관이) 말을못하게할것같으면­죄가있다할지라도우물­쭈물할위험성,즉범죄를은폐,축소할가능성이있다’고다시반박했다.이런논란끝에피의사실­공표죄가포함된형법수­정안은재적의원92명­중66명의찬성으로통­과됐다.

피의사실 공표죄 도입 당시 벌어진 논란에는 공표 문제를 둘러싼쟁점들이모두들­어 있다. 지금도그쟁점들이똑같­이반복되고 있다. 쟁점을 요약, 정리하면다음과 같다.

먼저공표금지를찬성하­는 논거다. ①무죄추정원칙에 어긋난다. ②피의자인격권을 침해한다. ③수사기밀유지를어렵게 한다. ④수사기관이이미발표된­피의사실에맞춰짜맞추­기수사를할우려가 있다. ⑤(최근새롭게추가된논란­으로)법관에게피의자가유죄­라는선입견을갖게해피­의자의공정한재판받을­권리를침해할우려가 있다. 다음은반대하는 논거다. ⑥수사기관의 은폐, 축소수사를방지할수 있다. ⑦언론자유를침해한다.그러면각쟁점의합리성­여부를따져보자.

첫째, 피의사실 공표가 무죄 추정 원칙에 어긋나는가? 꼭 그렇지 않다. 수사기관이 피의사실을 공표하거나 언론이 이를 보도할 때는 “~혐의를받고 있다”는표현을 쓴다. 죄를지었다고단정하는­표현은거의쓰

둘째, 피의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 피의자가 누구냐, 어떤 사람이냐가 중요하다. 검찰이나 경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당사자는 평범한 일반 시민들이 아니다. 고위 공직자·정치인·기업인·대학 교수·언론인 등 이른바 사회 지도층이거나, 연예인·스포츠 선수 같은 유명인, 흉악 범죄자처럼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된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도 명예와 인격을 존중받을 권리는 물론 있다.그러나이들은그와동시­에사회적감시와비판의­대상이될수밖에없는사­람들이다.고위공직자나정치인, 기업인등은나라와사회­에큰영향을 미친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이런 사람들의 비리를 철저히 수사해처벌하고 그 실상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그러자면 이런 사람들의 인격권은일반시민들에­비해제한될수밖에 없다.

미국연방대법원은 1964년 뉴욕타임스가한소방서­장으로부터제기당한명­예훼손사건에서이렇게 판결했다. ‘공적(公的)인 쟁점에관한논쟁은 금지되어서는 안 된다. 활성화되고 공개되어야 한다. 그러한 논쟁과정에서는당연히­정부나공무원에대한신­랄하고도때로는날카로­운공격이 뒤따를수 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 공적 인물, 즉공직자는인격권이나­사생활보호권의효력이­상실될수밖에없다고 밝혔다.

공직자뿐이 아니다. 어떤 사건으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된 일반인도마찬가지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일반인이관련된사건 판결에서 이렇게말한다. ‘ 이사건의 사인(私人)은 그가원하지도않았던일­로뉴스의대상이되긴했­지만그와그의활동은이­제전적으로공적인성격­을띠게되었다.… 사인의생활이이미사적­인것이아닐때한개인이­가지는프라이버시권 역시 일반적으로 효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유명 연예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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