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풍요로운‘동방의베네치아’제조업넘어첨단도시도­약

#특파원스페셜 중국장쑤성 ‘쑤저우’의 변신

- 쑤저우(중국)=이재호특파원qing­qi@

“하늘에는 천당이있고땅에는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上有天堂, 下有蘇杭).”

장쑤성 쑤저우와 저장성 항저우의 아름다운 풍광과 풍요로운 생활환경에대한비유로­널리알려진 말이다.

특히 쑤저우는 도시 곳곳에 하천이 흐르고 호수가 많아 ‘동방의 베네치아’로 불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쑤저우가 관광·여행 산업에 크게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중국 주요 도시 중 국내총생산(GDP) 순위7위를기록할정도­로경제적으로도발달한­곳이다.

석유화학·제련 등 전통 제조업으로 시작해 전자·정보기술(IT) 등첨단 제조업으로 영역을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2차산업(제조업)과 3차산업(서비스업)이 결합된 새로운 발전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쑤저우의풍부­한역사·문화콘텐츠가적극활용­되는추세다.

쑤저우의 실험이 성공을 거둔다면 우리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관광업이황금비율을이­룬이상적인경제구조의­미래형중국도시를보게­될수도있을 것이다.

◆개성공단벤치마킹대상‘쑤저우모델’

‘고소성 밖 한산사, 한밤중종소리가 나그네 배에 들려오네(姑蘇城外寒山寺 夜半鐘聲到客船)’라는 구절로유명한당나라시­인 장계(張繼)의시 ‘풍교야박(楓橋夜泊)’에 등장하는한산사를 비롯해 쑤저우에는 유명한문화유적이 많다.

중국 4대 정원으로 꼽히는 졸정원(拙政園)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수상도시답게시내곳곳­을흐르는하천주변으로­다양한유적이산재해 있다.

고도(古都) 이미지가 강한 쑤저우가 중국을 대표하는 공업 도시라고하면의아해하­는이들이 많다. 지난해쑤저우의 GDP 규모는 1조8597억위안으­로 중국 도시 가운데 상하이·베이징·선전·광저우·충칭·톈진에이어7위에 올랐다. 올해상반기기준으로도­7위를 기록했다.

성급 지방정부 중 경제 규모가 광둥성에 이어 2위인 장쑤성 내에서쑤저우가차지하­는비중은독보적이다.

지난해 쑤저우의 수출액은 2068억 달러로장쑤성전체 수출액의 절반에 달했다.수입액은 1473억 달러로전체의 57% 수준이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뒤 방직업과 플라스틱 생산 등으로 경제를 발전시켜 온 쑤저우는 1990년대 들어 대규모 외자 유치에 성공하며한단계도약하­게 된다.

리콴유(李光耀) 총리 당시인 1994년 싱가포르와합작으로 쑤저우공업원구(工業園區)를 탄생시켰다. 싱가포르의 화교 자본을 받아들인 데이어 추가 외자 유치를 위해 공업원구의 인프라·물류·사회보험·채용 시스템도싱가포르식을 도입했다.

경기도보다 조금 작은 288㎢ 면적의 쑤저우공업원구에 삼성전자 등글로벌 기업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이곳에 입주한외자기업은 5000개 이상이다.

2013년 남북이개성공단정상화­에합의하면서쑤저우공­업원구를벤치마킹대상­으로언급해눈길을끈바 있다.

자본주의 국가(싱가포르·한국)와 사회주의 국가(중국·북한) 간의 합작모델이라는유사점­이있다고판단한것이다.

다만 자국 기업과 외자 기업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 쑤저우공업원구와달리­개성공단은단한곳의북­한기업도입주하지않은­반쪽공단인탓에충분한­성과를거두지못했다는­지적이제기된다.

◆AI등첨단분야로체질­개선중

쑤저우 구쑤(姑蘇)구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AI) 전문기업 고와일드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졸정원’등유적많은수상도시삼­성전자등글로벌기업5­000여개몰려대표공­업도시로쑤저우공업원­구는한때개성공단벤치­마킹모델로도눈길전통­제조업벗어나AI·로봇등친환경고부가가­치산업육성흉물스런옛­공장·창고들영화·드라마스튜디오로탈바­꿈2500년역사·아름다운풍광어울려거­대한영화촬영장으로

(Gowild)가 개발한 AI 스피커 후포(琥珀)는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큰인기를끌고 있다.

음악 선곡과 날씨 등 간단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와 대화가 가능한 정도의 기존 AI 스피커와 달리 고와일드의 제품은 ‘후포’라는 여성AI 캐릭터와 다양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안면·음성 인식으로사용자인증이 완료되면 스피커에 탑재된 3D 입체 모니터에 후포가 등장한다. 사용자가 원하면 아이돌 가수의 춤을 따라하거나 악기를연주하기도한다.

본사에서 만난 고와일드 관계자는 “후포 캐릭터를 좋아하는 팬들이자발적으로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며 “후포 코스프레를 하고 행사에참가하는사용자­도있을정도”라고 귀띔했다.

이 업체는 높아진 인지도를 바탕으로 사물인터넷(IoT) 시장에도 진출했다. 가정과 사무실 내 대부분의 가전 및 IT 기기를 AI 기술로 제어할수있는솔루션을­출시했다.

루디(綠地)등대형부동산개발업체­가건설하는아파트나사­무용빌딩에납품하고 있다. IT 허브인선전에제조 기지, 우수인재가모이는상하­이에연구개발(R&D)기지를추가설립할정도­로성장세가가파르다.

고와일드의 사례를 통해 첨단산업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전환하려는쑤저우의노­력을엿볼수 있다.

개혁·개방 이후 방직·야금 산업에 주력하던 쑤저우는 공업원구 설립후 가전·PC·액정표시장치(LCD) 등으로주력산업전환을 꾀했다. 삼성전자는쑤저우에서­가전공장과반도체후공­정공장을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친환경 고부가가치 분야를 육성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쑤저우인민정부가발표­한자료에따르면지난해­신재생에너지차량생산­량은전년보다 83% 증가했다. 3D 프린터와공업용로봇생­산량은각각 51.4%와 32.2%의 증가율을보였다.

쑤저우는 내년 3월 처음으로 국제 공업 자동화 및 로봇 박람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쑤저우 정부는 경공업과 석유화학, 건자재, 철강을 점진적으로 퇴출시켜야 할 업종으로 분류했다. 제철·제강·합금주철·압연가공등에대한투자­유치는아예금지했다.

쑤저우 구쑤구 인민정부 청사에서 만난 주젠춘(朱建春) 선전부장은“쑤저우의 당면과제는여전히 ‘발전’이지만 더이상전통제조업에의­존하지 않는다”며 “경제 구조 업그레이드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디자인결합문화산업중­흥

쑤저우 구시가지에해당하는구­쑤구중심부에 1970년대부터 공장과창고등으로사용­된 2만6000㎡ 면적의부지가 있다.

이곳을 사용하던 기업들이 공업원구로 이전하면서 흉물스럽게 방치돼온오래된건물들­이최근영화·드라마세트와영상 스튜디오, 커피숍등으로탈바꿈하­기시작했다.

지난달 문을 연 블루파크(藍園)에 대한 얘기다. 부동산 임대업체인우중(吳中)그룹은 부지와 건물을 사들여 개조한 뒤 영상·문화·패션 등분야의 기업에 임대하고 있다. 블루파크의 콘셉트는 과거 공단 부지에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작은 갤러리들을 열고 작품 활동을 하면서명소가된베이징 798예술구와 닮았다.

블루파크에입주한영화­제작사정제(正杰)영화문화미디어의딩정­제(丁正杰) 대표는 “촬영세트와 스튜디오, 카메라등을대여하는업­체등이한공간에모여있­다보니시너지를낼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기업 광고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쑤잉탕(蘇影堂)의 판잉치(潘鶯琦) 홍보 책임자는 “쑤저우는 아름다운 풍광과 문화 유적이 많아그자체로거대한촬­영세트와 같다”며 “콘텐츠 사업을하는데큰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제조업에 강점을 지닌 쑤저우는 스스로의 강점을 활용해 문화·콘텐츠·디자인이결합된서비스­산업을키우는데힘을쏟­는 중이다.

지난해 고정자산투자 4556억 위안 중 서비스업 비중이 75%에 달할정도로활발한투자­가이뤄지고 있다.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베이위밍(貝聿銘·이오밍페이)을앞세운 도시 마케팅 전략도 눈길을 끈다. 문화 산업 부흥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루브르박물관의유리 피라미드와 미국 존 F 케네디 도서관, 홍콩중국은행타워등을­설계한것으로유명한베­이위밍은 ‘최후의모더니즘 건축가’로 평가받는다. 모더니즘건축양식이돋­보이는 쑤저우박물관은지난5­월타계한베이위밍이마­지막으로설계한작품이­다.

쑤저우에는 베이위밍의 조부가 거주했던 고택(古宅)이 있다. 현재는‘유슝(有熊)’이라는 호텔겸갤러리로개조됐­다.베이위밍의흔적을찾으­려는투숙객혹은관람객­으로문전성시를이룬다.

주젠춘 선전부장은 “쑤저우는 각산업간의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한다”며 “수많은 역사·문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게 우리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2500년이 넘는 역사의) 쑤저우를 ‘동방의 베네치아’로부를 게 아니라 베네치아를 ‘유럽의 쑤저우’로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웃었다.

 ??  ??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옛 공장및 창고를 개조해 영상·문화·패션 단지로탈바꿈한 블루파크, 블루파크 내에 입주한유명 커피점, 쑤저우에 본사를 둔 AI 전문기업 고와일드 AI 스피커 제품, 고와일드사옥 전경. [사진=이재호 특파원]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옛 공장및 창고를 개조해 영상·문화·패션 단지로탈바꿈한 블루파크, 블루파크 내에 입주한유명 커피점, 쑤저우에 본사를 둔 AI 전문기업 고와일드 AI 스피커 제품, 고와일드사옥 전경. [사진=이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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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위밍이생전마지막­으로설계했던쑤저우박­물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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