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부실덩어리’中중소은행…올들어4번째‘뱅크런’

허난성이촨은행,파산설에현금인출인파­수백명몰려2017년­말‘부채와의전쟁’으로중소은행자금조달­난항부실대출우려에은­행들앞다퉈대손충당금­비율높여중국은행MS­CI지수0.3%하락… “호시절끝났다”한탄

- 배인선기자 baeinsun@

지난달 29일 아침, 중국 허난성 신샹시 이촨(伊川) 농촌상업은행(이하이촨은행) 지점엔 현금을 대량 인출하려는 사람들이 수백명 몰려들어북새통을 이뤘다. 예금주 A씨가 이날 모 지점에 갔다가 손에 든 대기번호는 1490번, 앞에대기인수만 410여명에 달했다. 은행의예금지급불능 상태를 우려한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이 일어난 것이다.

뱅크런 사태가 갑작스레 터진 직접적 계기는 전날 중국 최대 모바일메신저인 위챗을 통해퍼진 ‘이촨은행 파산설’이었다. 소문유포자는즉각 현지 경찰에 체포됐고, 현지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성명을 내 현재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사태를 수습 중이라 설명했다. 또 전체 리스크는통제 가능하고 예금도 충분히 보장될 것이라며 불안감에 휩싸인 예금주와시장을달랬다.

중국 현지 언론엔 이촨은행 직원들이 옆에 현금 다발을 겹겹이 쌓아놓고 예금인출 업무를 하는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이촨은행의 지불 능력이충분함을보여줘­시장불안감을가라앉히­려는시도였다.

하지만 이촨은행 같은 중국의 지역 중소은행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초리는 불안하기만 하다. 올 들어서만 중국 지역 중소은행에서 네 번째발생한뱅크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위챗에떠돈파산­설에예금주들이은행에 벌떼처럼 몰려든 것은 중소은행에 대한 시장 불안감이 크다는방증으로볼수 있다.

◆‘파산설’에벌떼처럼몰려온예금­주들…시장에만연한불안감

사실 이촨은행 파산설이 완전히 근거가 없는 소문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촨은행의 재정 건전성은 이미 악화일로를걷고있었기­때문이다.

중국 차이신망에 따르면 올 상반기말 기준, 이촨은행 총 자산은 626억4600만 위안(약 10조3000억원), 부채는 576억 위안에달했다.부실대출잔액은 2016년 7100만 위안에서 2018년 10억 위안으로 3년 새 10배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부실대출 비율도 0.54%에서 2.95%로 껑충 뛰었다. 경기하방압력속에서 자산 건전성이 악화된것으로 시장은 진단하고 있다. 중국최대신용평가사인 중청신(中誠信)은 이미지난해 11월이촨은행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에서 ‘부정’으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올7월엔신용등급­도 ‘AA-’에서 ‘A+’로 내렸다.

게다가 이촨은행 회장은 심각한 기율위반 혐의로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받고 있다. 중국정부는 이촨은행이 안고 있는리스크가 이촨은행회장 비리로 빚어진 개별적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촨은행 사태가 중국전체중소은행리스­크문제로확대해석되길­원치않는 눈치다.

이촨은행은지점 33개, 자산 10조원에 불과한 시골은행이다. 중국당국이 이런 작은 은행에서 일어난 뱅크런에 이토록 적극적으로 대응한것은중국중소은­행에대한불신이워낙깊­어이번사태가사회적불­안을초래할수있다고판­단했기때문이라는분석­이나온다.

중국에서는올들어네이­멍구바오상은행을시작­으로랴오닝성진저우은­행, 산둥성 헝펑은행, 그리고 허난성 이촨은행 등 모두 4개 중소은행에서 금융리스크 문제로 뱅크런이 발생했다. 그때마다 중국 정부는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 직접 경영권을 접수해 국유화하거나 국유 금융기관을통해자금을­수혈하는식으로구제금­융을지원했다.

지난 5월 말바오상은행에서문제­가터졌을때중국정부는­향후 1년간경영권을직접접­수하기로 했다. 중국정부의은행경영권­접수는약20년 만에처음이다.

바오상은행은 전국에 291개 지점을 두고 있으며, 800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지역 중소은행 중에서도 나름대로 규모가 제법 컸던바오상은행의 ‘국유화’는 그만큼시장에충격을안­겼다.

바오상은행에따르면지­난해 9월 말까지총자산이 5358억 위안인데,

총부채가 이에 맞먹는 5034억 위안에 달했다. 이 중 은행 간 자금시장에서 빌린 자금이 절반에 육박하는 2211억 위안이다. 바오상은행의 금융리스크가다른은행­으로까지전염될위험이­컸던 것이다.

◆시진핑이맞닥뜨린최대­문제는…중소은행금융리스크위­기

사실 그동안 중국 중소 지역은행들은 부외거래를 통해 신용을 창출하는등통제권밖에­있는 그림자금융(섀도뱅킹)에의존해자금을조달해 왔다. 하지만 2017년 말부터중국이‘부채와의 전쟁’을 외치며그림자금융 단속에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대다수 중소 지역은행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바오상은행과 비슷한 금융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시장이중국중소은행금­융리스크문제를예의주­시하는이유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중국에서 아직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은 은행이 최소 18곳에 달한다. 이들의 자산 규모만 4조4700억 위안으로, 이가운데상당부분이악­성채무로추정됐다.

얼마나 많은 지역의 중소은행이 어려움에 처했는지, 중소은행 구제를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지, 불확실성이 워낙 커 은행 부실 문제는중국경제에커다­란도전이될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TS롬바르드의 엘레노어 올코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초에 낸 보고서에서 “시진핑 지도부 체제 아래 중국이 직면한 최대 문제는홍콩 시위사태도, 미·중 무역전쟁도 아닌, 은행권리스크를낮추는­것”이라고경고했을정도다.

하지만중국정부는중소­은행리스크는충분히예­방할수있다며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 9월 “중국 은행시스템 전체 리스크는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G20(주요 20개국)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선 “일부 중소은행 리스크 문제를과감히처리해적­기에해소했다”고 했다.

최근중국이 ‘금융통’ 인사를잇달아지방정부 ‘넘버2’인 부성장(혹은부시장)으로 발탁하고 있는 것도 지역 중소은행 리스크 문제와 무관치않아 보인다.

◆부실대출우려에… ‘대손충당금’쌓기바쁜은행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9월 말기준중국전체에분포­한도시상업은행 134곳, 농촌상업은행 1427곳, 그리고이보다규모가 더 작은 촌진(村鎭)은행이 1616곳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40조 달러가 넘는 중국 전체 은행권 자산에서 농촌 상업은행이 8분의1을 차지한다고집계했다.

이들은 지난 10여년간 지방정부가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위해 거액의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덩치를 불리며 호황을 누렸다.앞서뱅크런이발생했던­랴오닝성진저우은행은 2015, 2016년 2년간 순익이전년동기대비각­각 133%, 67% 급증했을정도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디레버리지(부채 감축) 정책 기조에따른 경기둔화 타격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중소기업 자금난 속에서 중국 정부는 중소 지역은행으로 하여금 중소 민영기업 대출지원을강화하라고­독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부실대출 리스크가 큰 만큼, 중소 지역은행이 부실대출에 노출될 위험이더큰 것이다.

이는 최근 중소은행이 빠르게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손충당금은 은행들이 악성 대출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일정 비율의자금을쌓아두는­것을 말한다.

9월 중국 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중국 내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300%가 넘는 은행이 15곳인데, 이 중 1곳(우정저축은행)을 제외한나머지는 모두 도시상업은행 혹은 농촌상업은행이었다. 닝보은행이522%로 가장 높았고, 저장성 상위 농촌상업은행(488.25%), 랴오청 농촌상업은행(479%) 등이대손충당금적립비­율이높은수준이었다.

현재 중국 당국이 요구하는 은행권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하한선은120~150%다. 원래는 150%였는데, 지난해 3월 경기부양차원에서낮췄­다. 그런데도 은행들이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높인 건 경기둔화세가짙어지면­서부실대출압박이커지­고있다는걸 의미한다.

게다가 최근 경기 둔화 속 대출 수요가 위축된 데다가 중국 정부가금리 시장화 개혁을 단행해 대출우대금리(LPR)를 실질적인 대출 기준금리로 삼아 이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추세다. 예대마진이 악화하면서은행권수익­성이압박을받을것으로­도전망된다.

최근중국에서중국중소­은행주식은 ‘부실 덩어리’로 여겨투자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최근 중국 최대 경매사이트 타오바오에선 지난 5월 말 바오상은행 사태 이후 1400여 차례 중국 지역 중소은행 주식 경매가 이뤄졌는데, 대부분이 입찰 시작가를 큰 폭으로 낮췄음에도이 중 절반 이상이 1차 경매에서부터 입찰자가 별로 없어 유찰됐다고SCMP가 최근보도하기도했다.

중국국영은행조차호시­절이끝났다는얘기가흘­러나온다.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대형은행 중심의 MSCI중국은행지수­는올들어 0.3% 빠졌다. 낙폭이크진 않지만, 같은기간홍콩항셍지수­가 2.7% 오른데비하면꽤부진한­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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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최근 ‘뱅크런’이 발생한 중국 허난성 신샹시 이촨은행에서 직원들이 옆에 현금다발을쌓아놓고예­금인출업무를진행하고 있다.
최근 ‘뱅크런’이 발생한 중국 허난성 신샹시 이촨은행에서 직원들이 옆에 현금다발을쌓아놓고예­금인출업무를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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