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기업은생물이다,숨좀쉬게해주는게대책

-

제가 어렵다는 말이 일상화되고 있다. 지난30~40년 고도성장을 일궈온우리국민들에게­는 귀에 거슬리는 얘기다. 자존심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국민 특성상 강한 저항으로위기를돌파하­겠다는오기가생겨야 한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동력을 상실한 듯하다. ‘경제상황’과 관련해 나라 전체에 무기력증과 피로도가높아진탓이다.

수출주도국가의저성장…경기부양의함정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수출로성장해왔다는 뜻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철강등 단기간에 글로벌 에이스로 우뚝 섰다. 빠른 속도만큼 열매도 달콤했다. 국가 위상과 국민들의 자존감 역시 높아졌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에 서서히 생채기가나고 있다.

당장 수출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반도체가망가졌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93%나 하락했다. 작년에100만원이 주머니에들어왔다면올­해는 7만원에 그쳤다는 뜻이다. 상상하기 싫은 수치다. 상황이좀나은 편이라는 삼성전자도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0.3%나 줄었다. 지난해가 반도체 초호황기였다는점을감­안해도불쾌한숫자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모든업체들이낭­떠러지에서 있다. 나름대로선방했다는현­대‧기아차도 판매가 늘어난 게 아니다. 환율과 비용 축소 덕분이다.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의미다.

철강 역시 미래가 불투명하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실적이 급락했고, 당장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상황이 됐다. 항공업의 추락은 정치·외교적 이유로다른 산업의 쇠락과는 결이 다르지만 계절적 수요로도이를극복하지­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주요 산업들이 무너지는 중이다. 가장큰문제는사회구성­원전체가정확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가 어렵다는 말만 하지,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가 어떻게가라앉는지알고­싶어하지도 않는다. 심지어위정자들도마찬­가지다.

과거에는대안이 있었다. 산업이어려워지면금융­으로어느정도만회가 됐다.

경기가 침체되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활력을 되살리면 됐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럴 기미조차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풀었던 돈이 역풍으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제조업의 붕괴를 통화정책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통의 경제학 이론이 먹히지 않는다는말이나온지도­꽤 오래다.

그래서 꺼내든 것이 바로 ‘재정’ 정책이다. 곳간에쌓아둔돈을풀어­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것이다. 앞선 정부에서 비축해 놓은 돈을 써 경기를살리겠다는것이­다.

미시경제서거시경제정­책으로변화할때

하지만 이는아픔이 따른다. 쌓아놓은재정을 지금 써 버리면 미래 세대가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그고통이너무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재정만으로는­근본적인위기를극복할­수도 없다.

산업, 통화, 재정정책가운데어느것­하나대안이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 겪는 특수 상황은 아니다. 전 세계가 공통으로겪고있는어려­움이지만무역으로성장­한우리가조금더심할 뿐이다.

현 정부는 분배와 복지, 성장을 논하지만 결국 해답은 ‘기업’이 될수밖에 없다. 기축통화가아닌이상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원화가 달러보다 우위를 점하기 어렵고, 나라곳간역시갈수록쪼­그라들수밖에없기때문­이다.

대공황 이후 기업을 중심으로 전 세계 질서가 유지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단지 차이점이라면,앞으로 각국의 기업이 3·4·5차 산업의 어디쯤에 서있을 것이냐의 문제다. 우리 기업들을 어디에 서 있게할것이냐가당면과­제인 셈이다.

기업은생물이다.운신할수있는 폭(자율성)만 넓

혀 주면 무한 팽창이 가능

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변곡점

에 서 있는 지금이 특히 그렇다. 변화를 선택하든그러지 않든, 결정은기업의 몫이다. 그러기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요즘논란이되고 있는 ‘타다 사태’를 겪은 이후에는 반드시교훈을얻어야할 것이다.

자율성못지않게투자환­경을조성하는분위기도­중요하다.온갖족쇄로기업과경영­자들을옭아매서는미래­에대한활발한투자를기­대할수 없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투자는 섬세하면서도리스크가­크기에경영자의굳은결­심이필요하다.

기업과 경영자들의 기(氣)도 살려줘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에 대한 시시비비는 가려야겠지만 이로인해미래를놓치는­우를되풀이하면안 된다.

경영 외적인 요인도 최소화해야 한다. 한‧일 무역분쟁처럼 굳이 겪지 않아도 될 경험을 더 이상 제공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위정자들의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검려지기(黔驢之技)란 말이 있다. 검주에사는당나귀의 재주란 뜻으로 보잘 것 없는 기량을들켜비웃음을산­다는말이다.

세상을 바꿀 재주가 있다며 거대담론만 논하는현 정부가 가장 중요한 ‘먹고사는 문제’를 등한시했다가는 훗날 ‘보잘 것 없는 기량’이었다며 비웃음만살 것이다.

 ??  ??
 ??  ??
 ??  ?? 임재천산업부국장
임재천산업부국장

Newspapers in Korean

Newspapers from Korea, Repub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