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먹거리‘공공택지’놓고대형·중견건설사기싸움
중견건설사5곳서30%독점에입찰요건강화대형“투명경쟁”반색…중견“골목상권침해”
국민들의주거안정을위해조성한공공주택용지를두고대형건설사와중견 건설사의 기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재건축·재개발 등정비사업장의 사업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저비용·고효율을 확보할 수 있는 공공택지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건설사들은 해외 플랜트·발전소 등 고급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대기업들이 공공택지 사업마저 독점하려는 것은 ‘골목상권 침해’라고주장한다. 반면 대기업들은 자금력이 탄탄한 건설사들이 경쟁에 참여해야 투명 경쟁이 가능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5곳이공공택지30%이상독점…논란불지핀중견건설사들
공공택지를둘러싼논란이재조명된건올해정기국정감사에서중견건설사들이공동주택용지를편법획득해부당이익을올리고있다는지적이제기되면서다.소수의건설사들이공공택지당첨확률을높이기위해 시공능력이나 경험이 전무한 수십 개의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입찰에참여한뒤수천억원상당의분양수익을거둬간것으로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연합과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제출한 최근 10년치 공공주택용지 입찰 현황을 분석했더니 지난 2008~2018년까지 분양된 473개 아파트 용지 가운데 5개건설사가택지의30%이상을싹쓸이한것으로나타났다.
중흥건설이 47개(9.9%)로 가장 많았고, 호반건설 44개(9.3%), 우미건설 22개(4.7%), 반도건설(3.8%), 제일풍경채 11개(2.3%) 등으로 5개 기업이 142개를 가져갔다. 대한주택건설협회의회원사가 7827곳(2019년)이라는점을감안하면 5개 건설사가 10년간 전체분양택지의 30.0%를낙찰받는것은정상적인방법으로는불가능하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공공택지 공급의 3분의 1 가량을 가져간 5개사는 땅을 10조 5666억 원에 공급받았다. 현재분양이이뤄진곳은 102개 필지로, 해당사업을 통해 5개사가 가져간 분양수입은 26조1824억 원이다. 경실련이 LH매각 금액을토대로산출한적정분양가 19조9011억 원을 기준으로 보면 한 채당 분양수익은 2억4000만원, 평균8000만원으로 추정된다.분양매출대비수익률이 24%에 육박한다.
경실련 관계자는 “공공택지의 민간매각을 중단하고 전부 공공이 직접 공급하도록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면서 “공공택지가 건설사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택지를 사들인 경우에는 반드시 토지매입 건설사의 직접시행,시공을의무화하는대안도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항변…공공택지두고대형사와전쟁본격화
무자격 업체가 입찰에참여하는것을 막기 위해 LH,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은 경쟁방식을 기존 추첨제에서 일정 시공능력을 갖추거나,설계공모를 통한 방식으로 변경했다. 실제 2016~2019년까지 최근 3년간 공공택지별로참여자격 요건을 강화했더니경쟁률이 최대 600대 1에서 180대 1로일정부분낮아지는효과가있었다.
SH공사는 고덕강일지구 공동주택용지1,5블록 일반분양을 현상 설계공모를통해 진행했다. 1블록은 제일건설컨소시엄을비롯한 15개 컨소시엄이, 5블록은 현대건설을 비롯한 7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실제설계작품을 출품한 곳은 각각 6곳으로 경쟁률은 6대 1이다. 현재 진행중인 10블록 일반분양에는 대림산업 컨소시엄을 비롯해 11개 업체가경쟁을벌이고 있다. 무작위추첨과비교해경쟁률이대폭낮아졌다.
그러나 중견건설사들은 이러한 방식이 불공평하다고 입을 모은다.시공능력에 대한 기준이 지나치게 높고, 설계공모를 통해 선발할 경우자금력 높은 대형건설사가 유리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공공택지 독점이 특혜라고 보는 시각은 매우잘못됐다”면서 “당시 입찰 방식 테두리 안에서 열심히 참여한 결과가특혜취득이됐다”고 억울해했다.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 역시 “과거에는 대형건설사가 이윤이 적은공공택지 대신 일부 우량 택지 입찰에만 참여했고,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사업성이 높았던 재건축 정비사업장에 관심을 뒀기 때문에 당연히중견건설사들이택지입찰비율이높았던것”이라며 “때문에공공택지를살건설사가없어서 LH에서 영업을다닌적도 있다. 결과론적으로사태를이해하면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입찰 참여자격 문턱을 높이면 당연히 자본력이 있는대형사가 유리해질 것”이라며 “LH의 공공임대주택 도급 참여를 했을경우 공공택지 분양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말했다.
대형 건설사에서는 입찰요건 강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공공택지 입찰을 설계공모로 바꾸면 중견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하고 설계력이 우수한 대형사가 유리하다”며 “중견사입장에서도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불필요한 자금을 낭비하는 대신설계능력을키울수있는기회로 삼고, 장기적으로대응할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공공택지에 들어서는 아파트브랜드가중소건설사에국한돼소비자선택권이보장받지못한다는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며 “무자격 페이퍼 컴퍼니들이 경쟁에 참여해택지보증금등금융비용이커지면사업비가늘어나장기적으로분양가에도악영향을미쳐소비자들만피해를본다”고 주장했다.
내년부터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 정비사업상 사업성이 급격하게 위축돼 공공택지를 확보하기 위한 건설업계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국토교통부, LH, SH공사, 한국주택협회, 대한건설협회등정부와유관단체들은공정한공공택지입찰기준을마련하기위해논의 중이다.
한국주택협회관계자는“국토부가연내세부기준을마련하겠다고밝힌 만큼 조만간 관련 대책회의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현재 논의 중인300가구인 주택건설실적을 700가구로 늘리고, 건설회사의신용평가등급을 요구하는 내용 등은 업계가 예상한 수준보다 훨씬 강화된 요건이라 현실화될 경우 입찰에서 탈락하는 중견사들이 수두룩할 것”이라고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