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암투에…일장춘몽으로끝난中민영기업신화
덩샤오핑손녀와결혼후승승장구한前회장한때자산348조…태자당연루의혹에몰락사기·횡령혐의체포…경영권금융당국넘어가미래에셋과美호텔15곳소유권놓고법적분쟁
2014년 10월 중국보험사가미국뉴욕맨해튼의랜드마크인 럭셔리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매입했다는 소식이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각국 정상들이방문해묵을만큼미국을대표할만한전통있는대형호텔을사들인주인공은 안방(安邦)보험.설립된지10년밖에되지않은기업이었다.안방보험은이를 시작으로 글로벌대형호텔과 금융사들을공격적으로 매입했다. 안방보험은 중국 민영기업의성공신화를써내려가는듯보였다.
하지만 성공 신화는그리오래가지못했다. 2017년 우샤오후이(吳小暉) 안방보험회장이경제사범으로체포된이후쇠락의길을 걸었고, 모든경영권은 중국 금융당국으로 넘어갔다. 결국 안방보험은우회장 체포 3년만에그룹 해체를 결정했다. 한때자산이최대2조 위안(약 348조원)에 달했던‘중국판 버크셔 해서웨이’가 역사 속으로 완전히사라지게된것이다.
공중분해된안방보험,국유화마무리
안방보험은지난 14일열린주주총회에서법인을청산하기로결정했다는입장문을밝혔다.중국경제망 등 다수 언론은 “안방보험이이날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에해산을신청하고청산절차를시작할것”이라고보도했다.
중국 금융당국의 위탁경영 종료선언 약 6개월만이다.은보감회는 2018년 2월 23일보험법위반과회사 상환능력악화를이유로안방보험에위탁 경영을맡기로했다.
사실상 이때부터안방보험 해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일단 은보감회는 인수·합병(M&A) 광폭행보로 크게 불어난 안방보험의 몸집부터 줄여 나갔다. 안방보험이 2014년부터 약 3년에 걸쳐 매입한 각종 호텔·리조트, 부동산, 기업들을 내다파는방식으로다.
안방보험이 그동안 인수한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 뉴욕 센트럴파크의 제이더블유(JW)매리어트에식스하우스 호텔, 로스산타모니카비치호텔, 샌프란시스코 리츠칼튼 하프문베이리조트 등 미국 유수의호텔·리조트와 거액의부동산, 중국국내상장사, 한국의동양생명과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등이줄줄이시장에매물로 나오거나 잠재매물로거론됐다.
은보감회는 2018년에만 스지(世紀)증권, 방인금융리스(邦銀金融租賃), 민생(民生)은행, 자오상(招商)은행, 퉁런탕(同仁堂), 완커(萬科)A 등다수상장사지분은물론,부동산자산도모두매각했다.
지난해9월에는 안방보험이소유하고있던미국내 15개 고급호텔을 모두 한국 기업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미래에셋)에팔기로한바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진행됐다. 중국 정부가 세운 다자(大家)보험그룹에 안방보험이 편입된 것이다. 은보감회는지난해6월안방보험의사업을인계할다자보험그룹을신규 설립했다. 총 203억6000만위안의자본금은 중국보험보장기금과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 상하이자동차 등 국유 자본 및기업이 충당했다. 안방보험이사실상 국유화되는 것을의미한다.
안방생명과안방양로보험·안방화재의지분은다자보험으로 넘어갔고, 안방보험은 보험법에 따라등록이취소돼청산 절차를 밟았다. 이후 은보감회는 지난 2월 다자보험이정상적인경영능력을 갖추었다고 판단,안방보험에대한위탁경영을끝낸다고발표했다.
‘몰락한사업가’로남은우샤오후이
중국 민영기업의 ‘파워’를 보여줬던 안방보험은이처럼짧은역사의마침표를 찍게 됐다. 안방보험창업자이자 전회장인우샤오후이가 체포된게결정적인 계기였다. 우 회장은 지난해 5월 18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상하이 바오산 감옥에 수감돼있다.
사실 그의 체포는 매우 갑작스러웠다. 우 회장은 2017년 6월불법경영등을이유로기습 체포됐다. 당시검찰은 우 회장이당국 관리감독 규정을무시한 채 불법으로 자금을 조달해 약 652억 위안 규모의 사기를 저지르고, 100억 위안의 보험료를 횡령해국가 금융안보에심각한 위협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안방그룹의지배구조는 매우 복잡하고,자금조달출처도불투명한부분이많았다.안방보험은 2004년 자동차 보험사로 시작해 2010년 생명보험시장에뒤늦게뛰어들었는데,이후등록자본금이5억위안에서10여년 만에 619억 위안으로급증했다. 그런데이에비해중국 생보시장에서의점유율은4%로 미미했다.
안방보험의 막대한 자본이 우샤오후이 회장의화려한정치적인맥에서나왔다는해석이제기됐던이유다. 1966년 저장성에서태어난우샤오후이는공무원생활을하다두번의결혼을거친후덩샤오핑(鄧小平)의외손녀인 덩줘루이(鄧卓芮)와 재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주룽지(朱鎔基) 전총리가문과도깊은관계를맺고있어그의성공배경에태자당(太子黨, 당 고위간부 출신 자녀) 인맥이있었다고도알려져있다.
또중국 훙얼다이(紅二代, 원로공산당 혁명가 2세)와의긴밀한 교류가안방보험사업확장의원천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안방보험이순식간에 전국3000개 지점, 2000만명의고객을확보한것은권력층인맥없이는불가능했다는분석이다.
이에따라 우샤오후이회장 체포가 정치적인암투와 관련이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국가주석이1인 권력강화를위해태자당의힘을 빼는 과정에서정치적희생양이됐다는 것이다.
안방보험해체로 우 회장의재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가감옥에있음에도그와관련된인물에대한중국정부의감시가지속되고있어, 우회장은 법률적인 차원에서도 구제를 받기는 힘들 것으로예상된다.
미래에셋, 58억달러투자취소통보
안방보험은우리나라에서도익숙한보험사다.앞서언급한 것처럼미래에셋과 미국 호텔 매매계약으로 얽혀 있고, 동양생명·ABL생명의 모회사이기때문이다.
특히미래에셋은 안방보험과 호텔인수 건을 놓고갈등을빚으며법적분쟁을벌이는중이다.
미래에셋은 지난해9월안방보험이소유하고있던미국 내 15개 고급 호텔을 58억 달러(약 7조원)를투자해인수하는 내용의매매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으로 5억8000만 달러도지급한상태다.
그러나 일부 호텔 소유권에 문제가 발생하면서미래에셋은 지난 4월 잔금 납입절차를 중단하고매매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등기권리를 보장해주는미국내권원보험사로부터안방보험과 제3자 간소송에대한 결과를 보장받지못한 만큼 매매거래를유지할수없다는게미래에셋측입장이다.
안방보험은 계약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며소송에 돌입했고, 미래에셋은이를 받아들일수없다며맞소송에나선상태다.
미래에셋측은“안방보험측이호텔가치를손상시키는 내역과 부채를 사전에공개하지않았고, 정상적호텔 운영을 지속하지 못했다”며안방보험의과실로계약해지사유가발생했다고설명했다.
당초 4월 17일까지인수절차가마무리될예정이었으나두회사간이견으로계약이미뤄져왔다.
동양생명·ABL생명거취관심
안방보험이 청산 절차를 밟으면서 동양생명과ABL생명의 거취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보험업계일각에서는동양생명의신임이사회의장인뤄성의주도로매각이추진될가능성에무게를두고있다.
동양생명은 지난달 중국 보험당국 출신으로 모그룹다자보험그룹의실세인뤄성을신임이사회의장으로선임했다.
뤄의장은중국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발전개혁부부주임,보험정보기술관리유한책임회사부총재등을거쳐다자보험그룹에재직하며옛안방보험이투자한주요금융사이사회요직을맡고있다.
보험업계에선다자보험그룹인사이자 중국보험당국 출신인사가 새의장으로 오는 만큼, 새의장의지휘아래매각절차가본격화될것이라는추측을내놓고있다.
다자보험그룹은 동양생명의 최대주주인 다자생명의 모회사다. 동양생명 지분은 다자생명이42.01%, 다자생명의 자회사인 안방그룹홀딩스가33.33%를 보유 중이다. 다자보험그룹은 현재전략적 투자자(SI)를 유치하는등민영화작업을진행하고 있다. 은보감회는다자보험그룹의민영기업성격을유지하고지배구조를보완하기로했다.
다자생명이안방그룹홀딩스를 통해지분 100%를 보유한 또 다른 국내 자회사 ABL생명과 묶어패키지매각에나설것이란관측이우세하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실제로 매물로 나올 경우,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4대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생명보험자회사가없는우리금융지주나보험사 M&A 시장의큰손으로 떠오른 사모펀드(PEF)운용사등이거론된다.
보험업계관계자는“두보험사는공식적으로매각설을부인하고있지만다자보험그룹의해외자산분석결과에따라향후매각이진행될가능성은열려있다”고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