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합병과이사들의책임
지난 9월 1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구 삼성물산의이사들이 자본시장법위반, 업무상배임등의혐의로기소됐다.
검찰의수사가 몇 년간 지속되면서우리사회에서는기소를 해야 한다는주장과 기소를 하지말아야한다는주장이오랫동안대립해왔다. 검찰의수사심의위원회가특별한근거를밝히지않은채기소를해서는안된다고권고하면서논란이더커졌으나결국엔기소로마무리됐다.
기소가 됐으니이제앞으로 몇 년은 다시유죄, 무죄를 놓고 사회적으로 큰 대립이있을 수밖에없다. 기소당일변호인단이검찰의기소가부당하다는 입장문을 언론을 통해 발표하면서그런대립은이미시작된것이다.
변호인단이가장 문제를 삼고있는 것은업무상 배임 혐의다. 이사안에서의업무상 배임혐의유무죄여부는이후우리사회에큰영향을줄수있으므로주목하는것이필요하다.
업무상 배임죄는 ‘타인(본인)’의 사무를처리하는 자가 임무를 위배해 ‘타인(본인)’에게 손해를가한경우성립하는범죄이다.
이번에검찰이밝힌업무상 배임혐의의내용은 ‘구 삼성물산 이사들이 회사와 그 주주들에대한임무를위배해적극적협상등을통한적정합병거래조건 및 구조의설정또는 합병외다른대안의선택등으로보장받을수있었던기업가치및주주가치증대기회의상실이라는 재산상손해를구삼성물산과그주주들에게가하였다’는 것이다.
이에대한변호인단의주장은‘합병은 합병당사 회사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일 뿐, 그로 인한합병당사 회사의재산 상태에는 변동이없으므로 구 삼성물산 회사에는 손해가 없고, 이사는회사에대해서임무를 부담할 뿐주주에대해서임무를부담하는것이아니므로주주에대한임무위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임무 위배도아니고,회사의손해도없다는것이다.
반대로검찰의논리는 ‘이번 합병은구삼성물산이제일모직에흡수되어소멸되므로주주들은구 삼성물산 주식을잃고 제일모직의주식을 받게되므로이사는주주의이익을보호해야할임무가 있고, 합병추진 여부, 합병시점, 합병가액,기타합병계약의내용, 합병거래관련회사의책임등에대해선관의무및충실의무를다해검토,결정해야한다’는 것이다.
양쪽주장은모두법리상 근거를갖춘것으로서어느것이타당한지는결국법원에의해판가름이날 것이지만,그에앞서이런문제가왜발생하는지는살펴볼필요가있겠다.
이문제는 주주와 별개의법인격을 갖춘 존재인회사와의관계를어떻게볼 것인지, 특히양자의이해관계가일치하지않는경우에이사의책임을어떻게볼것인지의문제와관련이있다.
회사가 일반적인 상거래를 한다면 회사의손익은궁극적으로는주주의손익으로귀결되므로회사와 주주의이해가 일치한다. 그런데회사를합병하는 과정에서는 회사와 주주의이해가 일치하지않는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A회사, B회사 간의합병에서실제로는두회사의가치가각 100억원이지만,이를A회사 50억원, B회사 100억원이라 평가하고 합병을 해도 A회사 자체에는 손해가 발생하지않는다.합병을하더라도A회사의재산상태는변하지않기때문이다.반면A회사의주주에게는회사가치를어떻게평가하는지에따라 차이가 크다. 위예에서A회사주주는자산이2분의1로 줄고, B회사주주는반대로늘어나기때문이다.
이렇게합병과정에서는회사와주주의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A회사 이사들이회사에대해서만 임무를 부담하고, 주주들에대해서는 임무를 부담하지않는다고 보면, A회사이사들은실제로는 100억원 가치의회사를 50억
원으로보아합병을 해도, 그래서그주주들에게는큰피해가발생해도업무상배임죄로는처벌이되지않는문제가 생긴다. 이런문제는합병외에도 회사분할, 포괄적주식교환 등여러경우에발생한다.
회사의가치를적절하게평가하면되는문제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않은 경우가 많다. 회사의가치를평가하는데에는여러가지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를 평가하더라도 어느 시점에 평가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평가하는지, 누가 평가하는지, 어떤자료로 평가하는지에따라큰차이를가져온다.
그래서합병등의과정에서이사들이어떻게하는지에따라 주주들에게손해가 발생할 수도있고아닐수도있는상황이발생한다.주주들에게최소한 부당한 손해가 발생하지는않도록 해야하는임무 정도는이사들에게있다고 보아야하지않을까 한다.
만약 지금의우리법이회사에만 손해가 발생하지않으면 주주에게는 손해가 발생하든 말든이사들에게는아무런책임이없다는 것이라면 법을 바꿔야하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