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Business Daily

자세히보아야예쁜도심­골목을거닐다

- 기수정기자viole­t1701@

더위가한풀꺾이고아침­저녁으로 제법선선한바람이불어­온다. 여행을떠나기딱좋은 날이다. 하지만올해는지속하는­감염병공포로여행계획­을 세우기조차 힘들어졌다. 작년이맘때훌쩍떠났던­여행지의사진을들여다­보며울적한마음을달래­려다오히려여행에대한 ‘간절함’을 느낀후사진첩을 접는다. 멀리는못가도동네한바­퀴라도천천히돌아보리­라 마음먹는다. 선택지는 마포구 골목길. 소박한 것같지만 자세히들여다보면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무궁무진한 이곳이야말로주택가골­목이품은매력이리라.

기생충촬영지로화제…‘아현동 고갯길’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하자, 영화 촬영지까지덩달아화제­가 됐다. 기우(최우식분)가 동네슈퍼에서친구 민혁(박서준분)을 만나는 장면, 기정(박소담 분)이복숭아를사들고박 사장(이선균 분)네로 가던장면이바로이곳 아현동이다. 영화 속에서는 ‘우리슈퍼’로 나오지만, 실제상호는 ‘돼지쌀슈퍼’다. 박소담이걸어오르던계­단은바로슈퍼바로옆골­목에있다. 지금은 코로나19 확산세에발길이뜸해졌­지만,이사실이알려졌을당시­만해도국내외관광객은­성지순례하듯이곳을 찾았다.서울관광재단이‘기생충 투어’라는이름으로촬영지곳­곳을소개한덕도있다.

아현동골목은비단 기생충에만 등장한 곳이아니다. 조선시대대표 서민 거주지로, 문헌에도 등장했다. 현재는아현역일대뉴타­운 개발을통해신축아파트 대단지가 들어서는 등옛모습을 벗기시작했지만, 여전히아현역과애오개­역사이의골목길은 재개발 전후의동네변천사를고­스란히품고있다.

아현역근처손기정로와 환일길일대골목에서재­개발 전의과도기적인풍경을 만날 수 있다. 고층 빌딩에둘러싸인 근대한옥, 마을버스가 다니는비좁은고갯길너­머에자리한 대로(大路) 등 생경한 풍경이시선을 사로잡는다.아현동에는뉴트로콘셉­트로공간재생을선택한­곳도 있다. 1958년 지어진목욕탕행화탕이­대표적이다.이곳은재개발로 철거가 확정된이후 몇년동안 방치됐다가 2016년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문화예술콘텐츠기획사 축제행성이‘예술로 목욕합니다’라는슬로건을내세우고­전시프로젝트를진행중­이다.행화탕안에목욕탕 콘셉트 카페인 행화커피도 문을 열었다. 목욕탕 관련음료와굿즈가인기­다.

마포하면먹거리지! ‘마포나룻길’

조선시대한강을주름잡­던마포나루와이일대에­살았던당시인물들의자­취를 더듬으며길을 걷는다? 마포나루길에선 가능하다. 옛마포나루터를 찾아보고, 흥선대원군과 토정이지함의이야기를 들으며시장통노포에서­식도락을즐기는등다양­한경험을할수있는길이­다. 고고학자가 유적지를발굴하듯표지­석만 남은옛터에서이야기를­엮어가는재미가퍽쏠쏠­하다.

첫목적지는 아소당터(아소정터)다. 흥선대원군의별장터인­데, 흥선대원군은말년을보­낼별장과자신의묘소를­길지에조성했다고 한다.지금은 작은 공터로남아아소당터표­지석이없다면잘눈에띄­지않는다.

용강동고갯길에는 1920년대 지어진개량한옥이눈길­을 끈다. 바로정구중 가옥이다. 용강동부농이었던이모­씨가 자신의외동딸을위해장­안 4대목수로소문난안영­달에게부탁해지었다고 전해진다. 압록강 유역의홍송과 백송을뗏목으로 옮겨와 한강에2년 동안 넣어두었다가1년동안­건조한뒤집을짓기시작­했다고. 못을전혀사용하지않았­다는얘기를듣고집을다­시보니, 100년 된가옥이제모습그대로­자리를지키고있다는사­실에놀라울따름이다.

고갯길을 넘어마포 사거리에닿으니, 토정 이지함(1517~1578) 동상이보인다.조선중기학자토정은‘토정비결’의저자이자조선3대기­인으로 알려졌다. 토정은 조선최초의양반 상인으로서상공업을 권장하는실학의선구자­로살았다.

마포와 소금은 깊은연관이있다. 옛날 삼개포구로 불렸던마포나루는조선­후기에들어해상무역의­중심지가 됐다. 서해안에서생산된소금­과 젓갈이주로마포 주변에서거래됐다. 마포나루터의번성했던­상권은마포갈비골목을­비롯한음식문화거리로­이어졌다.옛날뱃사람과 상인들이고기를 숯불에구워먹던 것이마포갈비의유래가 됐다는 것이다. 족발 골목, 전골목으로유명한 공덕시장은 전성기시절점포수만 600여개에달했다고­한다.

‘고기 천국’이라 불리는 마포 먹자골목에서연탄불에­구워먹는양념돼지갈비­를 서울에서처음 선보인최대포집을 비롯해국물에밥을토렴­해주는사골곰탕집마포­옥,바싹불고기의원조역전­회관은먹자골목의필수­방문코스다.

오롯이돌자동네한바퀴…‘성미산 동네길’

사람들의통행이잦은 서교동·연남동·상암동·망원동과 인접했지만,거리는 비교적한산한 성산동에는 숨은 명소가 꽤 있다. 골목 여행의묘미를알고싶은­이들이라면성산동을걸­어야하는이유다.

성산동에는산이성처럼­둘렀다는뜻을지닌성미­산이있는데, 성산동의지명이이곳 성미산에서유래했다. 성미산은 해발 66m에 불과해산이라고부르기­도 민망하지만,주민들이즐겨찾는힐링­명소다. 성미산 바로 아래에는 마포중앙도서관을 비롯해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서울의3대빵집으로불­리는리치몬드제과점이­있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위안부역사와현재에­도발생하고있는세계분­쟁과여성폭력에관한정­보를전시하는곳이다.리치몬드제과점은 성북동나폴레옹과자점­에서일하던명장이19­79년 독립해차렸으며, 서울 빵지순례필수코스로 소문났다. 성산동에서서교동으로­넘어가면최규하전대통­령이2006년 서거할때까지30여년­동안거주했던단독주택­이있다.최규하전대통령의유품­을보존하고거주당시의­모습을재현해두어생활­사박물관의역할을톡톡­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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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하전대통령이서거­할때까지거주했던서교­동2층 양옥집.
폐업한목욕탕을개조해­복합문화공간으로탈바­꿈한행화탕.영화‘기생충’에 등장하는‘우리슈퍼’옆 계단.
#기수정의여행in마포­구주택가숨은매력 최규하전대통령이서거­할때까지거주했던서교­동2층 양옥집. 폐업한목욕탕을개조해­복합문화공간으로탈바­꿈한행화탕.영화‘기생충’에 등장하는‘우리슈퍼’옆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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